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 줄거리 읽기

2008. 2. 15. 12:04마음의 양식 독서

아네모네의 마담

작가

주요섭

줄거리

티룸 '아네모네'에 마담으로 있는 영숙이가 귀걸이를 두 귀에 끼고 카운터 뒤에 나타난 날, '아네모네' 단골 손님들은 영숙이가 움직일 때마다 한들한들 춤을 추는 그 자줏빛 귀걸이의 아름다움에 탄복하였다. 아니 그보다도 그 귀걸이가 가져온 영숙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황홀하였다.

다방 '아네모네'의 마담으로 있는 영숙이는 매일 여기를 찾아와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악'을 틀어 달라고 하는 창백한 얼굴에 우수가 서린 사각모의 학생이 기다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남들이 예쁘다고 탄복하는 자주 빛 귀걸이를 그가 올 때 달까 말까 하고 망설일 정도 엿다. 그에 대한 그녀의 미묘한 관심은 그가 보이를 통해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을 한 장 틀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는 쪽지를 전해 받은 뒤부터였다. 말을 한마디도 건네 오지 않는 학생에게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궁리한 끝에 귀걸이를 사서 달고 나서게 된 것이었다.

그 학생은 미완성 교향곡이 틀어질 때마다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가끔 씩 마담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 어느 날 그 학생은 친구 한 사람과 찾아와 거의 발작적으로 고함을 지르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그의 친구가 와서 대신 사과했다. 그 학생은 어느 교수 부인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래서 미완성 교향곡을 들었던 것인데, 그 부인이 병으로 죽게 되자 거의 미쳐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가끔씩 마담 쪽을 바라본 것도 카운터 뒷벽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를 바라보기 위함 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마담은 마음 어딘가 한 구석이 허전하고 고적해 지는 것이었다.

그 뒤부터 다방 "아네모네"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완성 교향곡이 아닌 재즈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마담의 그 자랑스러운 귀걸이는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