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하며 만난 금개구리와 토종 생물들

2009. 9. 16. 23:30사진 속 세상풍경

이틀 전 벌초를 하기 위해 고향 홍천에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다녀갔다는 소식에 왠지 마음이 조급해져 일부러 짬을 내서 고향으로 갔다.
전날 만난지 오래된 친구들과 술한잔 하고 다음 날 아침 벌초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예초기를 쓸줄을 몰라 팔순아버지가 정성껏 갈아준 낫과 벌들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에어졸 살충제를 들고 어머니 묘가 계신 곳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안개가 자욱하더니 8시 30분경 따가운 가을 해가 뜨겁다.

1년동안 사람의 흔적이 없었던 산은 밀림이나 다름없었다.
키의 두 배는 됨직한 억새풀과 아카시아 그리고 각종 잡목을 치우느라 한 시간을 허비한 듯했다.
잠시 쉬다가 묵밭을 가로질러 작은  도랑을 건너 산을 오르려고 하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어릴 적 흔하게 보던 토종 개구리였는데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금개구리였다. 
물이 말라버린 도랑에 물을 찾아 길을 나선 듯 보였는데 아주 살이 통통하고 건강해 보였다.


산과 산 사이 골을 따라 올라가다 눈에 띈 무당개구리....예전 논에서 보던 무당 개구리에 비해 크기가 무척 작아 보였는데 돌틈과 작은 구덩이 속에서 자라는 듯했다.


또 다른 무당개구리도 눈에 띄었는데 이녀석은 짙은 갈색으로 보호색을 띄고 있는 것 같았다.
흙과 너무나 흡사해 움직임이 없다면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엄지손톱보다 조금 커 보였는데 동작이 아주 빠르고 민첩해 금새 튀어 달아나 버렸다. 배에는 갈색과 빨간색이 혼합되어 있어 무당개구리임을 알 수 있었다.


산에 올라 벌초를 하다 눈에 띈 도마뱀.......도마뱀을 야생에서 직접 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에 가재를 잡으러 다니다 본 후 약 35년만에 처음인 듯했다.
이상하게도 물가가 아닌 묘주위의 잔디 속에 숨어 살고 있었다.


어머니 묘 주변에 잔디가 잘 자라지 않아 장떼를 심었는데 3년만에 수북히 자란 잔디 속에는 각종 토종 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송장메뚜기와 찌르래기 방아깨비등 요즘은 볼 수 없는 많은 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만약 낫이 아닌 예초기로 벌초를 했다면 이런 생물들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벗어논 밀집모자에서 잠시 쉬고 있는 귀뚜라미.....워낙 민첩한데다 사람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찍기 쉽지 않았던 녀석이었다.


사마귀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사마귀가 있었는데 온몸이 모두 검은 색인 이녀석은 아마도 보호색을 띄고 있는 듯했다.
토착생물들이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몸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어릴 적에는 집밖 논두렁이나 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토착 생물들
지금은 농약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보기 힘들거나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토착생물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