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아들이 권한 만화책 삼봉 이발소

2008. 8. 5. 16:39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한참 미대 입시를 준비중인 고3 아들이 불쑥 내게 책을 내민다.
'"이게 뭐냐?"
"삼봉 이발소'라는 만화책인데요,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폐해를 다룬 웹툰이예요....인터넷으로 한창 인기있었는데 책으로 나온 후로는 볼 수 없어서 서점에서 샀어요"
"짧은 글이고 내용도 간단 명료하니 실증나지 않을 거예요"
요즘 아빠가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을 눈치 챈 것일까?
두 권을 놓고는 독서실로 가버린다.
제목 참 희안타 삼봉 이발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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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넘기니 저자의 약력이 보인다.
작가는 하일권이고 세종대 에니메이션과를 나와 2006년 파란닷컴에 '삼봉 이발소'를 연재하며 만화가로 데뷔했는데 총 조회수 1000만 회에 달하는 폭발적인 화제를 뿌린 작가란다.
블로그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삼봉 이발소'.......아마 만화책을 본지가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후로는 처음이라서 그런가?
이책은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결국 외모 바이러스 환자를 만든다는 주제인데 아이들에게는 재미와 감동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
작가가 만화속 등장인물을 통해서 전하는 메세지나 독백은 외모 때문에 민감한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작가가 말하는 외모바이러스란 무엇일까? 만화 속 대사를 그대로 옮겨보면

"왜 그거 있잖아, 요즘 한창 극성인 거 , 텔레비젼에 나오고 못생긴 애들이 걸리는 거래...."
"그 뭐냐 ,외모에 대한 극심한 콤플렉스가 트라우마가 되어 미쳐버리는 거래 , 그거 걸리면 약도 없다더라..
그냥 뭐에 홀린 것처럼 발작하다가 시름시름 앓다 죽는데....'
"미자도 며칠 전에 좋아하던 편의점 알바 오빠한테 원숭이 같다는 소리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발작을 했다더라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병원에 격리되어 있대"


외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던 17세 소녀 장미는 늘'왜 내 인생은 다 타버린 재처럼...무채색일까?'하는 의문을 갖고 산다.
그런 장미가 고양이 믹스에게 시계를 빼앗기면서 자연스럽게 삼봉 이발소를 찾아 가게 된다.
고양이 믹스는 평소에는 고양이로 있다가 아무때나 인간 고양이로 변신하는 고양이다 삼봉 이발소의 주인인 김삼봉과 함께 살며 김삼봉은 외모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치료사다

10평도 채 되지 않는 아담한 그곳, 일정하지 않은 크기의 타일이 들쑥날쑥 붙어 있는 벽에는 동화 속 마녀가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을 것 같은 타원형의 거울이 걸려있다.
구석의 오래된 천장에는 오래 전의 미녀들이 그려져 있는 낡은 염색약들이 시멘트와 타일로 만들어진 투박한 세면대에는 샤워기 대신 주황색 바가지가 놓여져 있다.

이곳이 바로 삼봉 이발소의 내부 풍경인데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이다.
김삼봉과 고양이 인간 믹스 그리고 나중에 박장미가 이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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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비교 되어본 적 있어?
'쟤는 이런데 너는 왜 이렇게 뛰떨어지니?"
'같은 밥 목고 ,같은 옷 입고  사는데, 왜 넌 저렇게 못하니?'
'같은 친구인데도 넌 왜 이렇게 못생겼니?'

바보들......뒤떨어지거나 못난 게 아닌데.....
단지 다를 뿐이지.....


마치 독백처럼 주절거리는 대화 속에서 폐부를 찌르는 아픈 이야기....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따돌림이나 왕따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대학생 다운 순수합으로 그려낸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스스로 먼저 마음을 열고 노력하라는 충고는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듯 하다.

결국 17세 소녀 박장미가 깨닳은 것은.....
내 인생이 무채색이었던 건 .....내가 색칠을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예쁜 봄빛 물감으로 색을 칠하면 내 인생도 조금은 밝아질 수 있을까?..라는 희망적인 자세로 변하게 된다.
모든 병의 시작과 치료는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성형이 일반화된 요즘 내면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만 치중하는 세태가 얼마나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고 상처를 주는 지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뜻하지 않게 아들 덕에 보게 된 만화 '삼봉 이발소'가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그때는 아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