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늙어가는 63세 조선 해방기념비

2008. 8. 1. 09:11사진 속 세상풍경

벌써 8월이다. 얼마 있으면 8월15일 광복절이 돌아온다. 요즘 독도문제로 불거진 일본에 대한 감정이 가뜩이나 안좋아 거리에는 일본을 규탄하는 현수막과 심지어 일본차는 자동차 정비를 해주지 않는다는 현수막까지 내걸린 것을 보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안 좋은가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기에 기름을 붓듯 미국이 독도를 주권 미지정지역으로 분류했다 다시 번복하는등 한국이 동네북이 되어버린 듯 사방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더더욱 치밀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독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잠든 선열들마저 벌떡 일어나게 할만큼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해방된지 63년이  다 되도록 일본의 반성없는 자세와 억지를 따끔하게 혼내줄 것이 아무것도 없느냐 "
어디선가 선열들의 따끔한 일침이 들리는 듯 한데...........
우연히 차를 몰고 양양을 다녀오는 길에 뜻하지 않게 해방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기념으로 세운 탑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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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차량이 많이 밀려 설악산 가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차를 타고 농로길을 달리다 비석에 새겨진 '조선'이라는 비석을 보고 차를 세웠다.
이게 뭔데 조선이라는 글이 써있을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조선 해방 기렴비"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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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해방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가까이 다가가보니 옆에 1945년 8월 15일이라고 적혀있다.이제껏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녀 보아도 이런 기념비는 본 적이 없어서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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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는 세월의 녹이 그대로 묻어 있는데 반하여 아래 기념비를 받쳐주고 있는 터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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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의 기념비라면 잘 보존해야할 문화재라고 생각되는데 그냥 방치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잡풀과 호박넝쿨이 비석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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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부는 붕 떠있었는데 마치 다른 곳에서 옮겨온 듯 아랫부분이 파여 있었다. 전혀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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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둘러보다 기념비 뒤 받침대에 1995년 5월 1일 여동'이라고 적혀있었다....여동인지 이동인지 1995년에 옮겼거나 기념비 받침대를 만들었을 거라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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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넝쿨이 기념비를 휘감고 있다. 이곳을 오랜동안 다니면서 이제껏 한 번도 내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아마도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무심코 휙 지나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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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동네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이 마을에 있는 '조선 해방 기념비'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이 있나요?
"나도 잘은 모르지만 복골방앗간(위의 사진)이라는 방앗간 자리에 카페가 있었는데 옛날에 그곳에 있던 것을 마을 사람들이 1995년 현재의 그곳으로 옮겼어"
"이 마을 사람들이 이 기념비를 만들었나요?"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념비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한 분도 살아계신 분이 없어"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마을에 돈이 많으면 좀 근사하게 꾸며놓을 텐데....사정이 여의치 않은가봐"
기념비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는 표정을 보면서 저 기념비가 방치되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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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침략과 수탈을 고스란히 겪어내었을 기념비를 보며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다루어야할 문화재가 한 개인의 공덕비보다 더 소홀하게 관리되는 것에 놀랐다.
이번 8.15 광복절에 맞추어 이 기념비가 좀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더 좋은 환경에서 보존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