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오지에 나오는 목은 이색의 대구(對句)
2008. 1. 16. 22:13ㆍ마음의 양식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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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이색의 대구(對句)
고려 때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중국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했다.
이때 학사 구양현(歐陽玄)이 그를 변방 사람이라 하여 경솔히 여기고 글한 짝을 지어서 조롱하는 것이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왕래하느냐?”(獸蹄鳥迹之道 交於中國)
하자, 목은은 즉석에서 대답하기를,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오고 있다.”(犬吠鷄鳴之聲 達于四境)
하여 구양현을 놀라게 했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다니느냐 ? 한 것은 우리를 극도로 멸시하여, 너희들 새나 짐승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우리 중국 땅을 더럽히느냐 하는 글이다.
그러나 여기에 화답한 목은의 시가 더욱 묘하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옵니다. 즉 이것은 우리 조선을 새나 짐승으로 취급한다면 당신네 중국은 역시 개나 닭이지 뭐냐는 기막힌 풍자였다.
구양현은 기이히 여기고 또 글 한 짝을 지었다.
“잔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니, 바다가 큰 줄 알겠도다.”(持盃入海 知多海)
하자, 목은은 또 즉석에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을 작다고 하는도다.”(坐井觀天 曰小天)
하고 회답하니, 구양현은 크게 경탄하여 항복하고 말았다.
이때 목은과 성명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것을 비유해서 어느 중국 사람이 목은을 조롱하는 말로,
“인상여와 사마상여는 이름은 서로 같으나 성은 서로 같지 않네.”(藺相如 司馬相如 名相如 姓不相如)
하자, 목은은 즉시 대답하기를,
“위무기와 장손무기는 옛날에도 꺼릴 것이 없고 지금에도 꺼릴 것이 없네.”(魏無忌 長孫無忌 古無忌 今亦無忌)
하였더니, 그 사람은 일어서서 절하면서,
“동방에는 이런 글재주가 있으니 우리가 공경하지 않을 수 없도다.”
하고 목은을 자기들의 스승으로 대우했다는 이야기다.
아아! 목은의 이 세 차례의 회답한 글은 다만 대구로서만 용할 뿐이 아니라, 실로 문장과 이치가 모두 구비해서 하늘의 조화로 자연을 이루어놓은 것과 같으니 실로 그는 동파(東坡)나 그밖의 이와 대등한 여러 사람에게 못지 않다 하겠다.
<순오지>
고려 때 목은(牧隱) 이색(李穡)이 중국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했다.
이때 학사 구양현(歐陽玄)이 그를 변방 사람이라 하여 경솔히 여기고 글한 짝을 지어서 조롱하는 것이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왕래하느냐?”(獸蹄鳥迹之道 交於中國)
하자, 목은은 즉석에서 대답하기를,
“개 짖고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오고 있다.”(犬吠鷄鳴之聲 達于四境)
하여 구양현을 놀라게 했다.
짐승의 발자취와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에 와서 다니느냐 ? 한 것은 우리를 극도로 멸시하여, 너희들 새나 짐승같은 것들이 어찌 감히 우리 중국 땅을 더럽히느냐 하는 글이다.
그러나 여기에 화답한 목은의 시가 더욱 묘하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옵니다. 즉 이것은 우리 조선을 새나 짐승으로 취급한다면 당신네 중국은 역시 개나 닭이지 뭐냐는 기막힌 풍자였다.
구양현은 기이히 여기고 또 글 한 짝을 지었다.
“잔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니, 바다가 큰 줄 알겠도다.”(持盃入海 知多海)
하자, 목은은 또 즉석에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고, 하늘을 작다고 하는도다.”(坐井觀天 曰小天)
하고 회답하니, 구양현은 크게 경탄하여 항복하고 말았다.
이때 목은과 성명이 같은 사람이 있었다. 이것을 비유해서 어느 중국 사람이 목은을 조롱하는 말로,
“인상여와 사마상여는 이름은 서로 같으나 성은 서로 같지 않네.”(藺相如 司馬相如 名相如 姓不相如)
하자, 목은은 즉시 대답하기를,
“위무기와 장손무기는 옛날에도 꺼릴 것이 없고 지금에도 꺼릴 것이 없네.”(魏無忌 長孫無忌 古無忌 今亦無忌)
하였더니, 그 사람은 일어서서 절하면서,
“동방에는 이런 글재주가 있으니 우리가 공경하지 않을 수 없도다.”
하고 목은을 자기들의 스승으로 대우했다는 이야기다.
아아! 목은의 이 세 차례의 회답한 글은 다만 대구로서만 용할 뿐이 아니라, 실로 문장과 이치가 모두 구비해서 하늘의 조화로 자연을 이루어놓은 것과 같으니 실로 그는 동파(東坡)나 그밖의 이와 대등한 여러 사람에게 못지 않다 하겠다.
<순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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