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소설에 나오는 정지상과 김부식의 일화

2008. 1. 16. 22:12마음의 양식 독서

정지상과 김부식

시중 김부식과 학사인 정지상이 한 시대에 문장으로 명성이 같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세상에서 전하기를 지상의
“절에서 염불소리 끝나니 하늘빛이 유리처럼 맑다.”
라는 싯구가 있었는데, 부식이 좋아해서 자기의 시로 만들려고 요청했으나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한다. 나중에 지상은 부식에게 죽음을 당해서 무서운 귀신이 되었다. 하루는 부식이 봄에 읊는 시에,
“버들빛은 천가닥이 푸르고 복사꽃은 만 송이가 붉도다.”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부식의 뺨을 치면서
“천 가닥, 만 송이를 누가 헤아려 보았느냐? 어찌 ‘버들빛은 실실이 푸르고, 복사꽃은 송이송이 붉다.’고 하지 않느냐?”
하였다. 부식이 마음 속으로 매우 싫어했다.
나중에 어느 절에 들렀다가 우연히 변소에 갔다. 정지상의 귀신이 부식의 불알을 꽉 붙잡고 묻기를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찌 얼굴이 붉느냐?”
하였다. 부식이 천천히 말하기를
“건너편 산 언덕 단풍이 얼굴에 비쳐서 붉다.”
라 하였다. 정지상 귀신이 더욱 불알을 꽉 잡고 말하기를
“무슨 가죽주머니냐?”
하니 부식이 말하기를
“너의 아버지는 쇠주머니냐?”
고 하면서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정지상 귀신이 더욱 힘주어 불알을 잡으니 부식은 마침내 변소에서 죽었다.
<백운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