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니 때문에 식욕을 잃어버린 팔순 아버지......

2009. 4. 17. 12:20세상 사는 이야기

고향을 갈 때 마다 마음 아픈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자꾸 야위시는 아버지의 얼굴 때문입니다. 노화로 인해서 얼굴에 생기는 주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력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뵐 때 마다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아버지가 살이 많이 빠지신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과 외로움 때문에 한동안 음식을 제대로 드시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틀니 때문이었습니다. 3년전 완전 틀니를 하신 아버지는 그때부터 평생 즐겨드시던 돼지고기를 전혀 드시지 않습니다.예전에는 싱싱한 가리비며 도치 그리고 오징어회를 사가면 성치않은 이로 맛있게 드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싱싱한 횟감이나 생선도 잘 드시지 않을 뿐더러 기껏해야 흐물흐물한 물곰탕을 드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틀니를 하기 전에 이가 몇 개 남아있지 않았어도 음식의 맛을 잃지 않았었는데 틀니를 끼우고 나서 오히려 씹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고 음식 고유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합니다. 위 아래의 입천장과 이가 내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혀의 감각도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져 ‘혀 건조증’이 생기기 쉽고 단맛 보다는 신맛과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씹을 수는 있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떨어진 식욕을 되살리기 위해서 한약을 지어드리기도 했으나 3년간 조금씩 떨어진 입맛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모든 것이 자연스런 노화현상이 일종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틀니를 하고 부터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고 먹는 것 자체가 귀찮다는 팔순 아버지......그저 허기를 면하기 위해 최소한의 밥을 드시는 아버지를 뵐 때 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