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본문읽기

2008. 2. 26. 11:51마음의 양식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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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 리처드 바크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깃들어 있는 갈매기 조나단에게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제 1 부


 아침이었다.

 새로 솟은 태양이 잔잔한 바다의 잔물결 위에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해변으로부터 좀 떨어진 바다 위에서 고깃배 한 척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밑밥을 물 속으로 던지고 있었고, 아침 먹이를 찾아 나온 갈매기 떼에게 전하는 (우두머리 갈매기의) 전달이 허공 중에 빛처럼 번쩍이자, 이윽고 수많은 갈매기들이 이리저리 날며 서로 다투면서 먹이 부스러기를 쪼아갔다. 바쁜 하루가 또다시 시작 된 것이다.

 그러나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고깃배와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홀로 나와 외로이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삼십미터 상공에서 그는 물갈퀴가 달린 두 발을 아래로 내리고 부리를 쳐든 채, 양쪽 날개를 뒤틀어 구부린 힘겹고 고통스러운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애썼다. 날개를 뒤틀어 구부린 자세는 저속 비행을 위한 자세였고, 그래서 그는 이제 볼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속삭이듯이 낮아지고 발 아래의 해면이 정지한 것처럼 보일 때까지 최대 한도로 속력을 줄였다. 그는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눈을 가늘게 뜨고, 단 한 치 만이라도 …… 더 …… 날개를 구부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순간 날개의 깃털들이 흐트러지며, 그는 속력을 잃고 추락했다.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갈매기는 공중에서 비틀거리거나 속력을 잃거나 하는 법이 없다. 공중에서 속력을 잃는다는 것은 갈매기들에게는 수치요 불명예인 것이다.

  그런데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또다시 날개를 펴서 뒤틀어 구부리는 힘겨운 커브자세를 취하고 느리게 …… 느리게 …… 속력을 늦추어 가다가 마침내 또다시 속력을 잃고 마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 보통 평범한 새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해변에서 먹이가 있는 데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해변으로 날아오는, 지극히 간단한 비행, 그 이상의 것은 배우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일[ 飛翔 ]이 아니라 먹는 일이다. 그러나 이 조나단 갈매기에게는 먹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일이 중요한 것이었다. 다른 어떤 일보다도 조나단 리빙스턴은 날기를 좋아했다.

 이러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으면 다른 갈매기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부모들조차 그가 날이면 날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수백 번씩 저공활공(低空滑空)을 시도하며 연습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는 것이었으니까 …….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가령, 자기 날개 길이의 반정도도 못되는 아주 낮은 높이에서 해면 위를 날 때면 힘도 덜 들고, 활공 시간도 길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활공을 마치고 물에 내려앉을 때는 다른 갈매기들이 흔히 그렇듯이 두 다리를 쭉 펴고 물위에 첨벙 내려앉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그의 몸에 유선형으로 착 붙이고 수면에 닿기 때문에 물위에는 기다란 물살이 자국으로 남는 것이었다. 그가 두 다리를 접은 채 해변에 동체 착륙(胴體 着陸) 연습을 시작한 뒤, 모래에 새겨 진 자기의 미끄러진 자국을 걸음으로 재어 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을 때 부모들은 정말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존, 정말 왜 그러니?"  하고 그의 어머니가 물었다. "존, 남과 같이 행동하기가 왜 그렇게 어렵단 말이냐? 저공 비행 같은 것은 펠리컨(부리가 긴 바닷새)이나 앨바트로스(일명 신천옹(信天翁) 이라는 바닷새로 날개가 길다. -- 역주)에게 맡겨 버릴 수 없겠니? 더욱이 통 먹지도 않으니 어쩌자는 거냐, 얘야? 뼈와 깃털만 앙상하게 남았구나!"

 "뼈와 깃털만 남았어도 상관없어요, 어머니. 저는 자신이 공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며,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만 알고 싶을 뿐이어요."

 "이봐라, 조나단!" 하고 그의 아버지가 인자하게 말했다.

 "이제 곧 겨울이 닥쳐온다. 고깃배도 줄어들 터이고, 수면 가까이 떠돌던 물고기들도 깊은 물속으로 잠겨 버릴 것이다. 만약 꼭 연구를 해야겠다면, 먹이에 관해서 그리고 그것을 얻는 법에 대해서나 연구를 하려무나. 그 비행술인가 뭔가도 다 좋다만, 그러나 활공법이 밥을 먹여 주지는 못하지, 그렇지? 우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먹기 위해서다. 이 점을 잊지 마라."

 조나단은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그 뒤 며칠 동안 그는 다른 갈매기처럼 처신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어울려 방파제와 고깃배 주위를 돌면서 꽥꽥 소리도 지르고 다투기도 하고 빵조각이나 물고기를 찾아 급강하도 하면서, 정말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힘들여 잡은 멸치 한 마리를 그를 쫓아오는 굶주린 늙은 갈매기에게 그냥 떨어트려 주었다. 이러는 시간을 모두 다 비행 연습을 하는 데 쓸 수있을 텐데, 배울게 무척 많지 않은가!

 조나단 갈매기는 또 다시 홀로 바다 멀리로 나가, 배가 고프지만, 행복한 가운데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속도가 과제였다. 그리고 일주일을 연습하고 나자 그는 살아 있는 갈매기 중에서 가장 빠른 어느 갈매기보다도 나는 속도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삼백 미터 상공에서 그는 힘껏 날개를 쳐서 파도를 향해 직선으로 내려쏟듯 쏜살같이 날아 내려왔고, 그리고 갈매기들이 직선에 가까운 기울기로 급강하를 못하는 까닭을 알게 되었다. 급강하를 시작한 지 육 초쯤 지나자 그는 시속 약 일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 속도에서는 치미는 공기의 압력 때문에 날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런 일은 매번 일어났다.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발휘하면서 매우 조심했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 균형을 잃고 말았다.

 삼백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먼저 전력을 다해 곧장 앞으로 날고, 다음에는 날개를 치면서 수직으로 내려꽂는다. 그럴 때마다, 치미는 바람의 압력으로 그의 왼쪽 날개가 들썩하면서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그의 몸이 왼쪽을 세차게 흔들렸으며, 몸의 균형을 잡느라 오른쪽 날개의 운동이 정지되는 순간 불꽃처럼 오른쪽으로 팽그르르 돌면서 공중제비를 하는 것이다.

 치미는 그 바람의 압력에는 아무리 조심을 했지만 별수가 없었다. 그는 열 번이나(수직의 급강하를) 해 보았는데 열 번 다 하강 속도가 시속 약 일백 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날개의 깃털이 두리뭉수리로 휘감겨, 균형을 잃고, 물 속으로 곤두박질쳤던 것이었다.

 문제의 열쇠는 -- 그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마침내 생각했다. -- 매우 빠른 속도로 날 때는 날개를 끄떡없이 그대로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시속 팔십 킬로미터 정도가 될 때까지 날개를 친 뒤 그 다음에는 날개를 그냥 편 채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육백미터 상공에서 그는 다시 해 보았다. 부리를 곧장 아래로 향하고 급강하에 돌입했다. 시속 약 팔십 킬로미터로 속력이 붙자 곧 날개를 그대로 편 채로 있었다. 엄청나게 힘이 들었지만 그대로 견딜 수 있었다. 십초 쯤 지나자 그는 거의 몸의 윤곽이 보이지 않을 시속 약 백 오십 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날고 있었다. 조나단은 갈매기의 세계에서 빠르게 날기 신기록을 세운 것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일순간이었다. 그가 수면 가까이에 이르러 수면에 평행으로 날기 위해 그의 날개의 각도를 바꾸는 순간,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전과 같은 그 무서운, 킬로미터에서 몸의 균형을 잃었을 때 그것은 다이너마이트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조나단 갈매기는 허공에서 폭발하여 벽돌만큼이나 단단한 바다 위에 내동댕이쳐졌던 것이었다.

 그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해가 저문 지 오랜 뒤였고, 그는 달빛 속에서 바닷물 위를 떠돌고 있었다. 갈기갈기 찢어진 날개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패배감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그 무게가 그를 살며시 바다 밑으로 끌어들여서, 모든 것을 끝장내 버렸으면 하고 연약한 심정으로 바랐다.

 그의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텅빈 듯한 낯선 목소리가 그의 내부에서 울려왔다. -- 어쩔 도리가 없는 거다. 나는 갈매기가 아니냐. 나에게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내가 비행에 관해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울 생각이라면 두뇌 속에 항공법 사전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굉장한 속도로 날기를 원한다면 매의 것과 같은 짧은 날개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물고기가 아니라, 쥐를 잡아먹고 살아야 할 것이다. 아버지 말이 옳았지. 이 어리석은 짓을 잊어 버려야 한다. 갈매기 떼가 있는 집으로 날아가서 있는 그대로의 나, 제한된 존재인 가련한 갈매기로서 만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리고 조나단도 같은 생각이었다. 밤에 갈매기가 있어야 할 곳은 해변이 아닌가. 그는 이 순간 이후로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갈매기가 되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다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그는 어두운 물결을 힘겹게 차고 날아올라 육지를 향해 날아갔다. 힘을 덜어 주는 저공 비행법을 익혔던 것에 감사하면서 …….

 이렇게 저공 비행을 해서는 안되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나는 지난날의 나를 청산하지 않았던가. 내가 배운 모든 것을 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다른 모든 갈매기와 마찬가지의 갈매기가 아닌가. 그러니까 보통 갈매기처럼 날아야지. 그래서 그는 아픔을 참으면서 삼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올라 더욱 힘들여 날개를 치면서 해변으로 향했다.

 그는 갈매기 떼 중의 하나가 되기로 한 자신의 결심으로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그로 하여금 비행 연습을 하도록 몰아세우던 충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이었고, 더 이상의 도전도 더 이상의 실패도 없을 것이었다.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리고, 해변에 반짝이는 불빛을 향해 어둠속을 나는 것이 기분 좋았다.

 '어둠!' 그 텅 빈 듯한 소리가 경고나 하듯 날카롭게 울려 왔다. '갈매기들은 어둠속을 나는 법이 없지 않은가!'

  조나단은 이 소리를 무심히 들어 넘겼다. 기분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작은 횃불 같은 불줄기를 어둠속으로 던지듯, 달빛과 불빛이 밤물결 위에서 반짝였고, 모든 것이 아주 평화롭고 그리고 고요했다…….

 내려가라! 갈매기들은 어둠속을 나는 법이 아니다!  어둠속을 날 생각이라면, 올빼미의 눈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머리 속에 항공법 사전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 매의 짧은 날개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

 밤하늘의, 삼십 미터 상공에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 눈을 깜빡였다. 그가 느끼던 고통, 그의 결심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짧은 날개. 매의 짧은 날개!

  바로 그거다. 난 참 바보였었구나! 내게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아주 작은 날개다. 내 날개의 대부분은 접어 둔 채 날개 끝으로만 날면 되지 않겠는가! 짧은 날개!    

  그는 검은 바다 위 육백 미터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실패와 죽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날개의 앞쪽을 몸에 착 붙이고, 비수(匕首)처럼 좁게 도사린 날개 끝만을 바람 속에 펼치고 수직으로 날아 떨어졌다.

 바람은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그의 머리에 와 부딪쳤다. 시속 일백 킬로미터, 백 오십 킬로미터, 이백 킬로미터, 그리고 점점 더 빨리 날아 떨어졌다. 시속 이백이십 킬로가 된 지금 날개에 와 닿는 바람의 압력은 그전의 (날개를 폈을 때) 시속 일백 킬로미터로 날던 때보다 그다지 더 세차지 않았고, 그리고 날개 끝은 트는 등 마는 둥 아주 살짝 틈으로써 그는 수직 강하의 방향을 쉽게 바꾸어, 달빛을 받으며 질주하는 포탄처럼 바다 물결과 수평으로 쏜살같이 날고 있었다.

 그는 다가드는 바람에 맞서 눈을 가늘게 떴고, 그리고 뛸 듯이 기뻤다. 시속 이백 삼십 킬로미터! 그것도 자유자재로 균형을 잡으면서! 육백 미터 상공이 아니라, 천 오백 미터 상공에서 수직 강하해 내려온다면, 얼마나 빠를까 …… .

 조금 전에 했던 맹세는, 그 무섭도록 바른 바람결이 휩쓸어 간 듯 잊혀졌다. 그렇지만 스스로 다짐했던 약속을 깨뜨린 데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한 약속은 평범한 상태에 만족하는 갈매기들이나 지키는 것이다. 배움의 과정에서 탁월한 경지에 도달해 본 자에게 그런 종류의 약속은 필요 없는 것이다.

 동이 틀 무렵, 조나단 갈매기는 또다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천 오백미터 상공에서 내려다보니 고깃배들은 판판한 푸른 바닷물에 박힌 작은 반점 같았고, 아침 먹이를, 찾아 나온 갈매기 떼는, 빙빙 돌아가는 희미한 한 조각의 먼지구름 같았다.

 그는 기쁨으로 다소간의 전율을 느끼며 생기에 넘쳐있었고,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는 별 다른 절차없이 자연스럽게 날개의 앞부분을 끌어당겨 접고 짧은 날개끝을 편 뒤, 바다를 향해 수직으로 뛰어 들었다. 그가 고도 천 이백 미터 상공을 지날 때 그는 얼굴을 후려치는 소리의 벽이어서 그것을 헤치고 더 이상 빨리 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시속 삼백 사십 킬로미터로 곧장 아래로 날아 내려가고 있었다. 만약 그 속도에서 날개가 펴진다면 몸이 수백만 조각으로 갈기갈기 바람에 날려가 버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침을 삼켰다. 그러나 그 속도는 힘이었고, 그 속도는 즐거움이었고, 그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는 고도 삼백 미터 상공에 이르러 수평 비행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바람결에 날개끝이 들썩거리며 동요했고, 고깃배와 갈매기 떼가 그의 바로 앞에서 운석(隕石)처럼 빨리 돌진해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정지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런 속도에서 방향을 바꾸는 법을 아직 알지 못했다.

 부딪치면 즉사하는 거다.

 그는 눈을 감아 버렸다.

 이 일은 그 날 아침해가 뜬 직후에 일어난 것이었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아침 먹이를 찾아 나온 갈매기떼 한복판을 가로질러 시속 삼백 사십 킬로미터로 눈을 감은 채 깃털과 바람이 날카롭게 아우성치는 대기 속을 총알처럼 날고 있었던 것이다.

 운명을 주관하는 갈매기의 신 (The Gull of Fortune)이 이번만은 그에게 미소를 보내 준 탓인지 아무도 죽음을 당하지 않았다.

 그가 하늘을 향해 부리를 곧장 치켜올렸을 때까지도 그는 여전히 시속 이백 육십 킬로미터로 무섭게 질주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속력을 시속 삼십 킬로미터로 줄이고 두 날개를 다시 폈을 때, 천 이백 미터 아래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깃배가 무슨 빵조각처럼 보였다.

 그는 의기양양해 있었다. 극한 속도! '시속 삼백 사십 킬로미터로' 나는 갈매기! 그것은 획기적인 기록이었고, 그 갈매기 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고, 그리고 그 순간부터 조나단 갈매기에게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자기의 외로운 연습장을 향해 날아가면서, 이천 사백 미터 상공에서 수직 강하를 위해 날개를 접고, 그는 즉시 방향 전환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날개 끝의 깃털 단 하나를 단 한치만 움직이면 엄청난 속도에서 미끄러지듯 완전히 선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기에 앞서, 그는 그 속도에서 하나 이상의 깃털을 움직이면 몸이 총알처럼 팽그르르 회전한다는 것을 먼저 체험했고……. 그래서 조나단은 이 세상의 갈매기들 가운데 최초로 곡예비행(曲藝飛行)을 한 셈이었다.  그는 그날 다른 갈매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해가 저물어 어둡도록 날기를 계속했다. 그는 루프재주넘기(loop),느리게 옆으로 회전하기(slow roll, 低速橫轉),방위점 횡전(point roll), 배면 회전강하(inverted spin), 거꾸로 떨어지기, 바람개비처럼 돌기 등을 알아냈다.

 

 조나단 갈매기가 갈매기 떼가 있는 해변으로 온 것은 한밤중이었다. 그는 머리가 빙빙 돌고 몹시 피로했다. 그렇지만 그는 기쁜 마음으로, 땅에 내리기 위해 루프 재주넘기로 비행을 했고, 땅에 내리기 직전에 허공에서 한 바퀴 재주를 넘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갈매기들이 그 획기적인 기록에 관해 들으면 기뻐 날뛰겠지. 이제 우리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게 되었나! 고깃배들에게로 날아갔다 왔다하는 단조로움 대신에 살아갈 이유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지(無知)에서 건져 낼 수 있으며, 스스로 탁월하고 지적(知的)이고 그리고 기술이 있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앞으로의 세월은 약속으로 가득 차 신나고 빛났다.

 그가 땅에 내렸을 때 갈매기 떼들은 회의를 하러 모여 있었고, 벌써 얼마 전부터 그렇게 모여 있음이 분명했다. 사실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조나단 리빙스턴 군! 한복판에 나와서라!"

 우두머리 갈매기의 말이 아주 엄숙하게 울려 왔다.

 한복판에 나가 선다는 것은 커다란 수치, 아니면 커다란 영광을 의미했다. 주요 지도자로 임명될 갈매기는 한가운데에 나가 서는 법이었다. 오늘 아침 먹이를 찾아 나왔던 갈매기 떼가 그 획기적인 기록 돌파를 물론 보았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명예도 원치 않는다. 나는 지도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내가 발견한 바를 나누어 갖고 싶을 따름이며, 우리들 모두의 앞에 열려진 그 지평선들을 보여 주고 싶을 따름이다.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조나단 리빙스턴, 그대의 동료 갈매기들이 보는 가운데 치욕을 당하기 위해 가운데로 나와 서라!" 하고 우두머리 갈매기가 말했다.

 그는 널빤지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무릎이 휘청거렸고, 모든 깃털이 축 처졌고, 귓속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치욕을 받으러 가운데 나가 선다니? 그럴 수가! 그 획기적인 기록 돌파를 했는데! 그들은 이해를 못하는 거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그는 무책임하게 무모한 짓을 했기 때문에," 그 엄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갈매기 가족의 전통과 위엄을 해치면서 …… ."

 치욕을 받으러 한복판에 나가 선다는 것은 갈매기 사회에서 쫓겨나는 것을, 머나먼 벼랑에서 살아가도록 추방되는 것을 의미했다.

 "……조나단 리빙스턴, 그대는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무책임한 짓이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을. 우리는 먹기 위해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래 살아 남아 있도록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그 이상의 일은 알려지지도 알 수도 없는 것이다."

 회의장에서 갈매기는 결코 말대꾸를 하는 법이 아니다. 하지만 조나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책임한 짓이라구요? 형제들이여! 삶의 의미를, 삶의 더욱 높은 목적을 찾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갈매기보다 누가 더 책임이 있단 말입니까?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물고기의 대가리나 찾아 다녀왔지만, 이제 우리에겐 살아갈 이유가 생긴 것이 아닙니까! 배우고, 발견해 내고, 자유로와지고 하는! 단 한 번의 기회만이라도 주십시오, 내가 알아 낸 바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갈매기 떼는 목석이나 다름없었다.

 "형제의 관계는 이제 깨졌다." 하고 모든 갈매기들이 함께 소리쳤다. 그들은 일제히 그들의 귀를 막고 그리고 그에게 등을 돌렸다.

 

 갈매기 조나단의 그 날 이후로 혼자 나날을 보냈다. 그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벼랑 너머로 날아가서 지냈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다른 갈매기들이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는 비상(飛翔)의 영광을 믿으려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눈을 떠서 보기를 거절했던 것이다.

 그는 하루하루 더욱 많은 것을 배웠다. 유선형으로 몸을 가다듬고 쏜살같이 날아 내려가면 수면에서 삼 미터 깊이에 떼지어 살고 있는 맛있고 진귀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는 이제 고깃배와 상한 빵 부스러기가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밤에 바다로 불어오는 바람을 가로질러 항로를 정하고, 해가 진 뒤부터 아침해가 뜰 때까지 수백 킬로미터를 날면서 허공에서 잠자는 법을 그는 익혔다. 그는 지극히 평온한 마음으로 짙은 바다 안개를 헤치며 날았으며, 안개를 뚫고 눈부시게 빛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르기도 했다. 모든 다른 갈매기들이 안개와 비에 휩싸여 아무 일도 못하고 땅위에 서 있을 바로 그 시각에도 그는 공중 높이 불어가는 바람결을 타고 육지 깊숙이까지 들어가는 법을 배웠고, 거기서 맛있는 곤충들을 잡아먹는 것도 배웠다.

 갈매기 떼 전체를 위해 기원했던 바를 이제 그는 혼자서 외로이 얻은 것이었다. 그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비행법을 익힌 것이었지만, 그것을 위해 치른 대가에 가슴아파하지 않았다. 조나단 갈매기는 갈매기들의 수명이 그토록 짧은 것은 그들이 두려움 속에서 쉽게 화를 내며 지루한 생활을 하는 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그 자신의 생각에서 이런 것들을 몰아냄으로써 그는 정말 길고 훌륭한 일생을 살았다.

 

 그럴 즈음, 황혼녘에 그들이 날아왔다. 그들은 조나단이 자기가 사랑하는 하늘을 통해 홀로 평화롭게 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날개 가에 모습을 나타낸 두 마리의 갈매기는 별빛처럼 순결했고,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높은 하늘의 밤공기 속에서 부드럽고 다정하게 빛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조나단의 날개 끝에서 한 치쯤 떨어져서 빈틈없이 정확하게 날개 끝을 움직이며 나는 그들의 비행 기술이었다.

 한 마디 말도 걸지 않고 조나단은 그들을 시험 -- 어느 갈매기도 통과한 적이 없는 시험으로 -- 해 보았다. 그는 날개를 뒤틀어서 거의 정지한 것이나 다름없는 시속 1 킬로미터 정도로 매우 느리게 날았다. 두 마리의 빛나는 갈매기도 그를 따라 유연하게, 일정한 위치를 유지하며 천천히 날았다. 그들은 저속 비행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날개를 접고, 몸을 돌려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쏜살같이 날아내렸다. 그들도 완전한 대형을 유지하면서 줄을 내려긋듯 그와 함께 날아 떨어졌다.

 마침내 그는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긴 수직 서행(徐行)회전을 했다. 그들도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했다.

 그는 다시 수평비행으로 날면서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말을 꺼냈다. "참 잘하는데, 너희들은 누구지?"

 "조나단, 우리는 네가 속한 갈매기 떼에서 왔어. 우리는 너와 같은 형제야." 그 말은 힘이 있으면서 평온했다.

 "우리는 너를 더욱 높은 곳으로, 고향으로 데려가려 온 거야."

 "나에겐 고향이 없는걸. 내가 속한 갈매기 떼도 없고, 나는 추방당한 갈매기야. 지금 우리는 '큰산바람'꼭대기를 날고 있지. 나는 몇백 미터 높이 이상으로는 이 낡은 몸뚱이를 더 높이 들어 올릴 수 없어."

 "아냐 할 수 있어, 조나단. 너는 이미 배웠으니까 말야. 한 가지 과정이 끝나고, 또다른 과정을 시작할 때가 온 거야."

 그의 온 생애를 통해 늘 이해력이 등불처럼 그를 밝게 비춰주었듯이, 그 순간에도 조나단에게 이해의 등불이 밝게 켜졌다. 그들의 말이 옳았던 것이다. 그는 더욱 높이 날 '수 있었고' 그리고 고향으로 갈 때가 '된'것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자신이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운 장엄한 은빛 영역을 한 바퀴 휘둘러 보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이제 가자."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별처럼 빛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와 더불어 허공으로 치솟아 완전히 캄캄한 하늘 속으로 사라져 갔다.


제 2 부


 여기가 정말 천국이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 속으로 날아올라 막 들어가려는 순간에 하늘을 비평한다는 것은 주제 넘는 짓이 아닌가.

 그가 지금 대지로부터 떠올라, 그 빛나는 두 마리의 갈매기와 함께 긴밀한 대형을 이루면서 구름 위를 날때, 그는 자신의 몸뚱이도 그 두 마리의 갈매기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것을 발견했다. 금빛 눈을 가진 지난날의 젊은 갈매기 조나단이 바로 거기에 그냥 있었다. 다만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새로와진 몸뚱이도 평범한 갈매기의 몸뚱이와 다를바 없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이미 과거의 몸뚱이가 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날고 있었다. 야, 이거, 힘을 반만 들여도, 두배의 속도를, 지상에서 내가 가장 훌륭히 해 냈던 때의 두 배의 속도를 내겠구나!

 그의 깃털은 이제 찬란한 흰빛으로 빛났고, 두 날개는 잘 닦은 은지(銀紙)처럼 매끄럽고 완전했다. 그는, 기쁨에 넘쳐, 그 날개에 관해 차츰 알게 되었고, 그 새로운 날개 속으로 힘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시속 사백 킬로미터로 날면서 그는 수평 비행으로 날 수 있는 최대 속도에 이르고 있다고 느꼈다. 시속 사백 사십 킬로미터가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능력의 최대한의 속도로 날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다소 실망했다. 새로운 몸뚱이가 할 수 있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옛 수평기록보다 훨씬 빠른 것이긴 해도 역시 한계는 한계였고 그것을 깨는 데는 굉장한 노력이 들 것이었다. 하늘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구름이 걷혔다. 그를 호위하던 두 갈매기가 말했다.

 "조나단, 즐거운 착륙이 되기를."

 그리고 그들은 희박한 대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는 어떤 바다 위의 톱니 모양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몇 마리 안 되는 갈매기들이 벼랑 위에서 바람결을 타고 날아오르기를 하고 있었다. 멀리 북쪽으로, 수평선 위에 몇 마리의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새로운 광경들, 새로운 생각들, 새로운 의문들. 왜 이렇게 갈매기가 별로 없을까? 하늘에는 갈매기가 우글우글해야 할 텐데!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갑자기 피로한가? 하늘에서는 갈매기들이 피로하다는 것을 모르고, 잠도 자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런 것을 어디서 들었었더라. 지상에서의 생활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가 많은 것을 배운 곳이 다름 아닌 지상이었는데, 자세한 기억들이 몽롱해졌다. -- 먹이를 찾아 싸우던 일, 추방당하던 일등이…….

 해안선 가에 있던 십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그를 맞이하러 왔다. 모두들 말 한 마디 꺼내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자기를 환영하고 있구나, 그리고 여기가 고향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 따름이었다. 그 날은 언제 해가 떴는지를 기억해 낼 수 없는 날로서, 그에게는 굉장한 날이었다. 그는 해변에 착륙하기 위해 몸을 돌렸고, 날개를 펄럭여 지상에서 한 치쯤 되는 허공중에 정지한 후, 살짝 떨어지듯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 다른 갈매기들도 내려 앉았다. 그런데 그들은 깃털을 별로 움직이지도 않고 그렇게 했다. 그들은 빛나는 날개를 쭉 편 채 바람결을 타고, 어떻게 그랬는지 알 수 없으나  날개의 방향을 바꾸어 땅에 발이 닿는 순간 동시에 정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몸가눔이었지만, 이제 조나단은 그와 같이해 보기에는 너무 피로해 있었다. 모두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해변에서 그는 선 채로 잠이 들었다.

 그 후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조나단은 이곳에서도 그가 뒤에 남기고 온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비행술에 관해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여기에는 그와 사고 방식이 같은 갈매기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제일 좋아하는 일, 즉 나는 일에서 끝없이 뻗어 나가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훌륭한 새들이었고, 그리고 그들은 매일매일 비행 연습을 하며, 어려운 항공술을 시험하는 데 모든 시간을 바쳤다.

 오랫동안 조나단은 그가 버리고 떠나온 곳 -- 먹이를 찾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수단으로 날개를 사용할 뿐 비상(飛翔)의 기쁨에 대해서는 눈을 딱 감고 살아가는 갈매기 떼가 있는 그곳에 관해서 잊고 지냈다. 그러나 때때로, 잠깐잠깐씩 그곳 생각이 났다.

 "모두들 어디 있습니까, 설리반?"하고 이제는 아주 익숙해진 이곳 갈매기들의 의사 전달 수단인 편리한 정신 감응법(telepathy) -- 찍찍 꽥꽥하는 소리대신 사용하는 -- 으로 소리없이 물었다.

 "어째서 여기에는 더 많은 갈매기가 없습니까? 제가 있던 곳에는 ……"

 "……수천 수만의 갈매기가 있었다 이 말이지?"

 설리반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존나단, 내가 아는 유일한 대답은, 너는 정말로 백만 마리의 새들 중에서 (뽑힌) 한 마리라는 거야. 우리의 대부분은 그렇게 어렵게 (이곳에) 온 거야. 우리는 하나의 세계에서 그것과 거의 똑같은 다른 세계로 온 거지. 우리가 있던 곳에 대해서는 곧 잊어버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상관하지 않으며, 다만 순간을 살면서 말야. 갈매기들과 어울려 먹고, 싸우고, 권력을 얻고 하는 것 이상의 것이 삶에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깨닫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삶을 통과해야 했는지 알 수 있겠어? 천번의 삶, 만 번의 삶을 거쳐야 되는거야, 존! 그리고 나서 완벽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까지는 또 수백의 삶이, 그리고 그 완벽함을 찾아내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에는 또 다시 수백의 삶이 있어야 하는 거야. 이와 똑같은 법칙이 지금 우리에게도 물론 적용되는 거야. 우리는 이곳에서 배운 것을 통해 우리들의 다음 세계를 선택하는 것이지.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때, 다음의 세계는 이 세계와 마찬가지의 것이야. 넘어서야 할 똑같은 한계와 납처럼 무거운 짐이 모두 그대로 있는……."

 그는 날개를 펼치고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존, 너는 한꺼번에 아주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수천의 삶을 거치지 않고도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거야."

 그들은 곧 공중으로 다시 날아올라 연습을 계속했다. 대형을 유지하면서 방위점 회전을 하기는 어려웠는데, 그 까닭은 몸을 뒤집은 채, 거꾸로 생각을 해야 했고, 그의 스승과 정확히 대형을 유지하면서 날개의 커브를 바꾸어야 되기 때문이었다.

 "다시 해 보자." 하고 설리반이 거듭거듭 말했다. "다시 해 보자." 그러다가 마침내 "잘했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고리 모양으로 밖으로 돌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야간 비행이 없는 갈매기들이 모래톱에 함께 모여 서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나단은 있는 용기를 다 내서 원로(元老)갈매기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이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로 곧 가게 될 것이라고들 했다.

 "치앙……." 하고 좀 어색하게 조나단이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인가, 자네?" 노(老)갈매기는 인자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 원로 갈매기는 나이로 해서 노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인해져 있었다. 그는 이곳 갈매기 떼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날 수 있었고, 다른 갈매기들이 겨우 익히기 시작한 기술을 이미 연마해 가졌었다.

 "치앙, 이곳은 결코 하늘이 아니지요, 그렇지요?" 원로 갈매기는 달빛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너는 또 다시 배우고 있구나, 조나단."

 "여기서는 무슨일이 생기는 거지요?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하늘이라는 곳은 없는 것인가요?"

 "없단다, 조나단, 그런 곳은 없단다. 하늘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또한 어떤 시간도 아니지. 하늘이란 완벽한 상태를 말하는 거야."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너는 매우 빨리 날 수 있지, 그렇지?"

 "저는, ……저는 빨리 나는 게 좋아요." 하고 조나단은 깜짝 놀라서 그러나 원로 갈매기가 자기를 알아준 데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끼면서 말했다.

 "조나단, 자네가 완전한 속도에 이르는 그 순간, 그대는 하늘에 닿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그것은 시속 일 천 킬로미터로 혹은 일백만 킬로미터로, 혹은 빛의 속도로 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야. 왜냐하면 모든 숫자는 하나의 한계이고, 완벽한 상태란 한계가 없는 것이니까. 완벽한 속도란 '그냥 있는'거야 조나단."

 별안간 치앙의 모습이 사라졌나 보다 했더니 돌연 백 오십 미터쯤 떨어진 물가에 모습을 나타냈다. 모든 것이 눈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는 다시없어졌고, 역시 눈 깜짝할 찰나에 조나단 곁에 서 있었다.

 "재미있지?" 하고 그가 말했다.

 조나단은 아찔할 정도로 놀랐다. 그는 하늘에 관해 묻는 일도 모두 잊고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그럴 때 기분은 어떻지요?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지요?"

 "네가 원하는 아무 시각에 아무 곳에나 갈 수 있단다." 원로 갈매기가 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어느 때 어느 곳에나 갔었지."

 그는 멀리 바다로 눈길을 던졌다.

 "참 이상한 일이야. 이동한다는 것 자체에 만족해서 완벽한 상태를 비웃는 갈매기는 아무 데도 못가. 천천히라도 말야. 그런데 완벽함을 위해 이동하는 것을 버리는 갈매기는 어디에라도 즉시 갈 수 있거든. 잘 기억해 두어라, 조나단. 하늘은 어떤 장소 혹은 어떤 시간이 아니야. 시간과 장소란 전혀 의미 없는 것이니까 말야. 하늘은……."

 "그렇게 나는 법을 저에게 가르쳐 줄 수 있으신지요?" 조나단 갈매기는 또다른 미지의 것을 정복하고 싶어 몸을 떨었다.

 "배우고 싶다면 물론 가르쳐 주지."

 "배우고 싶어요.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좋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저도 그렇게 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그의 두눈은 이상하게 빛났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세요."

 치앙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며 이 젊은 갈매기를 주의 깊게 뜯어 보았다.

 "생각하는 것처럼 빨리, 어느 곳에나 다 날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네가 이미 어디엔가 도착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치앙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비결은 조나단이 자신을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로, 일 미터 남짓한 날개 길이와 도면 위에 그려 넣을 수 있는 동작을 하는 제한된 육체 속에 얽매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진정한 본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시에 어느 곳에서나, 기록되지 않은 숫자가 완벽한 것처럼 완벽하게 살고 있음을 깨닫는데 비결은 있었다.

 조나단은 매일같이 꼭두새벽부터 자정이 넘도록 맹렬히 그 비결에 열중했다. 그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는 선 자리에서 단 한 치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신념 같은 것은 잊어 버려라!" 치앙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런 말을 했다.

 "나는 일에는 신념이 필요 없단다. 나는 일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이해하는 것과 나는 것은 같은 것이야. 자 다시 해 봐라……."

 그러던 어느 날, 해변에 서서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조나단은 치앙이 자기에게 들려주던 말의 참듯을 불현듯이 깨달았다.

  "아, 그렇지! 나는 한계에 얽매이지 않는 완벽한 존재다!" 그는 대단히 충격적인 환희를 느꼈다.

 "바로 그거다!"하고 치앙이 기쁜 어조로 말했다.

 조나단은 눈을 떴다. 그는 원로 갈매기와 단 둘이 전혀 낯선 해안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물가에는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두개의 노란 태양이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너는 깨달은 거다, 허나 좀더 노력을 해야 제대로 조정이 될 것이다……."고 치앙이 말했다.

 조나단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낯선 주위 광경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원로 갈매기는 조나단의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분명히 초록빛 하늘과 태양 역할을 하는 두개의 쌍동이 별이 있는 어느 유성에 와 있는 거다."

 조나단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은 그가 지구를 떠난 이래 최초로 낸 소리였다.

 "되는구나!"

 "그럼, 언제나 되는 거다, 존." 치앙이 말했다.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깨닫고 있을 때는 언제나 되는 것다. 자 이제는 제대로 조정하는 일에 관해서 ……."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다른 갈매기들이 놀라움이 역력한 금빛 눈으로 조나단을 바라 보았다. 왜냐 하면 그들은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못박힌 듯이 서 있던 곳에서 (순식간에 어디론가) 없어져 버린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시 서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은 후 말을 꺼냈다.

 "나는 여기 신입생인데! 이제 시작인걸! 너희들에게서 배워야 할 건 오히려 난데!"

 "아냐, 그렇지 않아, 존." 가까이 서 있던 설리반이 말했다. "내가 지난 만 년 동안 보아 온 어느 갈매기보다도 너는 배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구나."

 갈매기들은 말이 없었고, 조나단은 안절부절 못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시간에 관한 문제부터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치앙이 말했다.

 "자네가 과거와 미래를 날 수 있게 될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나서 자네는 가장 어려운, 가장 힘찬, 가장 재미있는 것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거야. 날아올라서 친절과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되기 시작하는 것이지."

 한 달이 지나갔다. 아니 한 달처럼 느껴지는 기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조나단은 놀라운 속도로 배워 나갔다. 그는 언제나 평범한 경험 가운데서 쉽사리 무엇인가를 깨달아 왔는데, 원로 갈매기의 특별 지도를 받게 된 지금 마치 깃털이 달린 유선형의 컴퓨터와도 같이 그는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치앙이 떠나가야 할 날이 왔다. 그는 그들에게 배우기와 연습하기, 그리고 모든 삶의 보이지 않는 완벽한 원리를 더욱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결코 중단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들 모두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그의 깃털은 점덤 더 밝게 빛나 갔고, 그리고 마침내는 어느 갈매기도 바로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조나단, 끊임없이 사랑을 실천하라."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들이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치앙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남에 따라 조나단은 자기가 되에 남기고 떠나온 지구에 관해 거듭거듭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지상에 있을 대 만약 자신이 이곳에서 안 것의 단 십분의 일만이라도, 백분의 일만이라도 알았었다면, 삶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모래 위에 서서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그곳 지상에도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오기 위해 고군 분투하는 어떤 갈매기가 있을 것이 아닌가. 고깃배가 빵 부스러기를 얻으로 가는 수단 이상의 것에서 비상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어떤 갈매기가 그곳 지구에 있을 것이 아닌가. 어쩌면 그곳에는 갈매기 떼들 앞에서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추방당한 갈매기조차 있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조나단이 친절을 실행하면 실행할수록,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더욱더 간절했다. 왜냐하면 조나단 갈매기는 그의 외로왔던 과거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자가 되도록 태어난 몸이었고, 그리고 스스로 진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만이라도 주어지기를 기원하는 어느 갈매기에게 자기가 발견한 진리의 일부를 나누어 주는 것이야말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생각하는 속도[思念速度]로 나는 비행법에 명수가 되어 다른 갈매기들의 연습을 도와 주고 있는 설리반은 조나단의 그런 생각에 회의적이었다.

 "존, 너는 추방당한 자야. 어째서 너는 그 옛날 갈매기들이 이제 새삼스럽게 네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아, 그건 사실야. 네가 버리고 떠나 온 갈매기들은 저희들끼리 꽥꽥대고 싸우면서 땅위에 서 있는 거야. 그들은 하늘로 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 그들을 그냥 거기에 세워 두고 그들에게 하늘을 보여 주고 싶다 이말이지! 존, 그들은 자기들 자신의 날깨 끝조차 볼 수 없어! 여기 그냥 남아있어. 새로 오는 갈매기들, 네가 말해야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높이 올라온 갈매기들을 여기에서 도와 줘." 설리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말했다. "치앙이 '자신의' 옛 세상을 갔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어? 오늘의 네가 있을 법이나 하냐 이 말야?"

 마지막 설리반의 이야기는 정곡을 찌른 것이었고, 옳았다.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

 조나단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이 세계로 들어오는 새로운 갈매기들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들은 모두 매우 총명했고 학습에 진척이 빨랐다. 그러나 지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일어났고, 그곳 지상에도 배울 능력이 있는 한두 마리의 갈매기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조나단이 추방되던 그날 만약 치앙이 찾아와 주었다면 조나단은 지금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겠는가!

 "설리(설리반의 애칭), 나 돌아가야겠어." 그는 마침내 말했다.

 "네가 가르치는 갈매기들은 잘 하고 있어. 그들은 새로 오는 갈매기를 이끌어 가는 데 너에게 많은 도움을 줄 거야."

 설리반은 한숨을 쉬었을 뿐 입씨름을 하지는 않았다.

 "네가 없어지면 섭섭하게 될 거야, 조나단."라고만 말했다.

 "설리, 그게 무슨 말이야!" 조나단이 책망하듯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마! 우리가 매일 연습하려고 하는게 뭐지? 만약 우리의 우정이 시간이니 공간이니 하는 것에 달려 있다면, 우리가 시간과 공간을 극복했을 때는, 스스로의 형제애를 깨쳐 버리게 되다는 건가? 우리가 일단 공간을 극복하면 우리에게 남는 건 '여기'뿐이고, 시간을 극복하면 남는건 '지금'뿐이야. 그러니까 '여기'와 '지금'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서로를 한두 번쯤은 만나게 되지 않겠어?"

 갈매기 설리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이 나왔다.

 "야, 이 돌아 버린 친구야."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땅 위에 있는 갈매기에게 천 마일 밖을 보여 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정도밖엔 없겠지!" 그는 모래를 바라보았다. "나의 친구 존, 잘가"

 "잘있어, 설리.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이런 말을 하면서 조나단은 지난 날의 해변에 있던 굉장한 갈매기 떼의 모습을 생각 속에 그려 보았다. 그리고 자신은 뼈와 깃털만 앙상한 존재가 아니라, 무엇에 의해서도 제한 받지 않는 비상과 자유의 완전한 이념 자체임을 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는 아직 나이가 매우 어리긴 했어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어느 갈매기 떼에서도 그토록 가혹한, 그토록 부당한 처사를 당한 갈매기는 일찌기 없었다는 것을…….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상관 없어."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먼 벼랑을 향해 날아갈 때 그는 눈물이 글썽거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일에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개를 치며 그냥 돌아다니는 것 이상의 것이 있는걸! 그러니까……, 그러니까……,'모기'도 그런 건 할 수 있지! 그냥 장난삼아 우두머리 갈매기 주위로 한 바퀴 짧게 횡전(橫轉)했을 뿐인데, 그래서 추방당해야 되다니! 눈들이 멀었단 말인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지? 나는 법을 진정으로 배웠을 때 오게될 그 영광 같은 건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지?"

 "그들이야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나는 나는게 무엇인지를 그들에게 보여 줄 테야. 그들이 원하는게 그거라면 난 철저히 법을 어기는 자가 될 테야. 그래서 그들이 몹시 후회하도록 해 줄 테야……."

 (이때) 그의 머리 속으로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그 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그는 하도 놀라서 공중에서 멈칫하고 비틀거렸다.

 "플레처 갈매기야, 그들에게 너무 가혹해서야 쓰나. 너는 쫓아 냄으로써 그들은 그들 자신을 해쳤을 뿐이야, 그리고 어느 날엔가 그들이 그것을 알 날이 있을 게고, 네가 본 것을 그들도 보게 될 때가 있을 거야. 그들을 용서하고,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도록 도와 주어라."

 그의 오른쪽 날깨 끝에서 한 치쯤 떨어져서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흰빛의 갈매기가, 깃털 하나 까딱치 않으며,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플래처의 최고 속도에 가까운 빠르기로 미끄러지듯 날고 있었다.

 이 나이 어린 갈매기는 잠시 정신이 혼란되었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돌았나? 저승에라도 왔단 말인가? 무슨 일인가?"

 조용하고 나즈막한, 아까의 그 목소리가 그의 마음속으로 들려 왔다.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너는 정말 날기를 원하느냐?"

 "네, 날고 싶어요."

 "갈매기 플레처 린드야, 갈매기 떼들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날기를 배운 뒤에 어느 날엔가 그들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깨닫도록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간절히 배우기를 원하느냐?"

 플레처 갈매기가 얼마나 자랑스러움을 느꼈든 혹은 얼마나 가분이 상했든, 여하튼 이 절묘한 기술을 가진 갈매기가 거짓말을 할 리는 만무였다.

 "정말 배우고 싶어요."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플레처야." 그 빛나는 갈매기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상냥했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제 3 부


 <먼 벼랑>위 하늘에서, 조나단은 그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다. 이 거친 어린 플레처 갈매기는 비행법을 배우기에 안성마춤이었다. 그는 힘이 있으면서 몸이 가볍고, 그리고 허공중에서 동작이 잽쌌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배움에 대해 타는 듯한 의욕을 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지금 이 순간 급강하하여 윤곽이 흐릿한 회색의 물체처럼 윙윙 소리를 내며 시속 백 사십 킬로미터로 스승을 스치듯 지나 번개같이 날아 내려왔다. 그는 갑자기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橫轉)을 다시 해 보았다. 한 바퀴 한 바퀴 크게 헤아려 보며,

 "……여덟,……아홉,……열, 조나단 보세요--속도가--줄어들고--있어요. ……열 하나, ……선생님처럼--탁--멈추고--싶은데, ……열 둘, ……그런데--제길할--안 되네요, ……열 셋, ……이제--마지막--세 바퀴가, ……없으면, ……열 네에에, ……아악!"

 플레처가 최고 속도에서 딱 멈추는 일은 자신의 실패에 대한 울화와 분통으로 더욱 잘 안되었다. 그는 뒤로 넘어지며 딩굴었고, 거꾸로 사정없이 뱅글뱅글 돌면서 떨어졌다. 그러다가 스승보다 삼십 미터 가량 밑으로 떨어진 곳에서 겨우 몸의 균형을 되찾고 숨을 할딱이고 있었다.

 "선생님은 저 때문에 시간만 낭비하고 계시네요. 조나단! 저는 너무 머리가 멍청하고, 바보인 모양이에요! 해 보고 또 해 봐도 안 되네요!"

 갈매기 조나단은 그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억지로 급하게 상승하려고 하는 한 절대로 되지 않을 거야. 플레처, 너는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 이미 시속 육십 킬로미터나 되는 속력을 잃었다. 부드럽게 '해야'돼! 확고 부동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알았어?"

 삼 개월이 지날 때쯤에는 조나단은 여섯 명의 또 다른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추방당한 갈매기들로서, 나는 기쁨을 위해 난다는, 이 새롭고 희한한 생각에 호기심들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고도의 비행 기술을 연습하는 일이, 왜 연습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보다 오히려 더 쉬웠다.

 "우리들 각자는 실제로 위대한 갈매기의 이념, 즉 무한한 자유의 이념 그 자체란다."

 모래톱 위에서 조나단은 저녁마다 이런 이야길 하곤 했다.

 "그리고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키 위해 내딛는 한 걸음인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제한하는 모든 것을 물리쳐야 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고속 비행, 저속 비행, 공중 곡에 따위를 하고 있는 거란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날의 비행으로 기진 맥진하여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였다. 그들은 연습하기를 좋아했다. 연습은 재빠르고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더욱 커지는 배움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플레처 린드마저도, 생각의 속도를 난다는 것이 과연 바람과 깃털로 나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는 믿지를 못했다.

 "너희들의 몸 전체는, 이 날개 끝에서 저 날개 끝까지……."

 또 다른 때 조나단은 말하곤 했다.

 "모두 너희들의 생각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즉 생각이 눈에 보이는 형체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생각의 사슬을 끊어 버리면, 너희들은 육체의 사슬도 또한 끊어 버리는 셈이지……."

 그러나 그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그들에게 그것은 재미있는 소설 이야기처럼 들렸고, 그래서 그들은 더욱 잠이 왔다.

 한 달쯤이 지났을까 했을 때, 조나단은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갈 때가 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직 각오가 돼 있지 않아요!"하고 갈매기 헨리 칼빈이 말했다.

 "우리는 환영받지 못해요! 우리는 추방당한 갈매긴 걸요! 환영받지도 못할 곳에 억지로 갈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에겐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와 우리들 자신이 우리들일 자유가 있는 거란다." 조나단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모래톱으로부터 날아올라 갈매기 떼의 본거지가 있는 동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의 제자들은 잠시 고뇌에 사로잡혔다. 왜냐하면, 갈매기 떼의 법에 의하면 추방당한 자는 결코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었고, 그 법은 수만 년 동안 한 번도 어겨진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법은 가지 말 것을 요구했고, 조나단은 가자고 했다. 그리고 벌써 조나단은 저 앞 바다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더 이상 지체한다면, 조나단은 적의에 찬 갈매기 떼속으로 혼자 가게 될 것이었다.

  "하기야, 우리 자신이 갈매기 떼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니까 그 법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 아니겠어, 그렇지 않아?" 플레처가 열적어하면서 말했다.

 "더군다나, 싸움이라도 난다면 여기 있는 것보다 거기에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아니겠어."

 그렇게 해서 그들은 그 날 아침, 날개 끝과 날깨 끝이 거의 겹친 상태로, 여덟이서 두 개의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편대를 지어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시속 이백 이십 킬로미터의 속도로 갈매기 떼가 회의장으로 쓰는 해변에 이르렀다. 조나단이 앞장이었고, 그 오른쪽에는 플레처가 부드럽게 날고 있었고, 왼쪽에는 헨리 칼빈이 사기 충천하여 따르고 있었다. 그 전체 편대가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천천히 오른쪽으로 횡전했고……, 다시 수평으로……, 거꾸로……, 다시 수평으로 비행했다. 바람은 그들 모두의 위로 채찍질이나 하듯 불어 오고 있었다.

 이 갈매기 편대는 마치 거대한 한 자루의 칼이기라도 되는 듯, 갈매기 떼의 매일매일의 생활에서 들리는 깩깩끽끽하는 소리들을 한칼에 베어 침묵시키는 듯했다. 팔 천 마리의 갈매기 눈들이 깜빡도 하지 않고 주시해 보고 있었다. 이들 여덟 마리의 갈매기는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날쌔게 공중으로 솟아올라 크게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 내려오다가 속력을 딱 죽이고 모래 위에 사뿐이 내려 앉았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은 매일 하는 일상사이기라도 하다는 듯, 조나단은 그 비행에 대한 평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함께 모이는 과정에서 모두 다 조금씩 늦었다."

 저것들은 추방당한 갈매기들이 아닌가! 그런데 돌아왔단 말이지! 그럴 수가……, 그러수가! 하는 생각이 갈매기 떼의 머리 속으로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싸움이 있으리라던 플레처의 예상은 갈매기 떼속에서 일어난 혼란에 휩싸여서 녹아 없어졌다.

 "그래, 틀림없어, 저들은 추방당한 자들야."

 몇몇 어린 갈매기들이 말했다.

 "하지만, 이봐, 저들은 어디서 저렇게 나는 것을 배웠을까?"

 우두머리 갈매기의 말이 갈매기 떼에서 완전히 전달되기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그들은 못 본 체 무시해 버려라. 추방된 자에게 말을 거는 갈매기는 그 자신이 이미 추방당한 줄 알아라. 추방된 자를 자세히 관찰하는 갈매기는 갈매기 떼의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그들은 조나단에게 회색 깃털의 등들을 돌려 버렸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갈매기 떼의 회의장인 해변 바로 상공에서 비행연습을 행하고,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능력을 다하도록 다그치기 시작했다.

 "마아틴 갈매기!" 그가 하늘이 쩡쩡 울리도록 외쳤다.

 "저속 비행을 할 줄 안댔지. 실제로 증명해 봐라! 날아 봐!"

 그래서 얌전하고 작은 갈매기 마아틴 윌리암은 선생의 불같은 정열에 질겁한 나머지 저속 비행의 명수가 되었다. 가장 희미한 바람결 속에서도 그는 날개를 한번도 치지 않고 깃털을 구부려 모래 사장에서 구름 위로 솟아올라갔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갈매기 찰즈 롤린드는 큰 산맥 바람이 불어가는 칠천 미터 상공까지 날아올랐다가, 희박하고 차가운 대기로부터 새파랗게 얼어서 내려왔지만, 놀랍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해서 내일은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었다.

 어느 누구보다 공중 곡예를 좋아하는 플레처는 16개 방위점 수직 저속 횡전을 드디어 해냈고, 다음날은 그것을 해 내고서 옆으로 세 바퀴 재주를 넘어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그의 깃털에 반사된 새하얀 햇살이 많은 갈매기들의 눈이 그것을 몰래 훔쳐 보고 있는 해변에 번쩍번쩍 빛났다.

 조나단은 언제나 각 제자들의 옆을 날면서 시범을 보여 주고, 충고를 하고, 다그치고, 지도를 했다. 그는 재미삼아 폭풍우와 구름과 밤의 어둠을 뚫고 제자들과 함께 날았다. 그럴 때 갈매기 떼는 땅 위에서 비참하게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복닥대고 있었다.

 

 비행이 끝나면 제자들은 모래톱에서 쉬었고, 또 때가 되면 조나단에게 더욱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유별난 생각을 가졌는가 하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생각도 갖고 있었다.

 점차 밤이면, 제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은 주위로 또한 겹의 원을 그리며 갈매기들이 둥그렇게 모여들었다. 이들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호기심 많은 갈매기들이었는데, 서로 보려고도 하지 않고 남의 눈에 띄고 싶지도 않아서 날이 밝기 전에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갈매기 떼에서 한 마리의 갈매기가 이탈하여 나와 비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그들이 돌아온 지 한 달쯤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렇게 요청함으로써 갈매기 테렌스 로웰은 추방된 자라는 낙인이 찍힌 저주받은 새가 되었고, 그리고 조나단의 여덟번째 제자가 되었다.

 그 다음 날 밤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가 왼쪽 날개를 질질 끌며 모래톱을 비틀비틀 가로질러와서 조나단의 발아래 쓰러졌다.

 "도와주세요." 그는 다 죽어 가는 자의 목소리로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 세상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날고 싶어요……."

 "그러면 따라 오너라." 하고 조나단이 말했다.

 "나와 함께 공중으로 올라가서 시작해 보자."

 "이해하지 못하시는 군요. 제 날개를 좀 보세요. 날개를 움직일 수 없어요."

 "메이나아드 갈매기야. 너는 지금 여기서 네 자신이 될, 너의 진정한 자신이 될 자유가 있다. 아무것도 너를 방해할 수는 없다. 그것이 위대한 갈매기의 법칙이고 실재하는 유일한 법칙이야."

 "제가 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너는 자유롭다는 말이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재빨리 갈매기 커크 메이나아드는 힘들이지 않고, 그의 두 날개를 펼치고,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가 백 오십 미터 상공에서 마음껏 소리내여 외치는 바람에 갈매기 떼가 잠에서 깨었다. -- "나는 날 수 있다! 자 들어 보시오! 나는 날 수 있다!"

 해가 뜰 무렵에는 천 마리 가까운 새들이 조나단의 제자들 둘레에 모여들어서 호기심에 찬 눈으로 메이나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남들이 보든지 말든지 상관치 않았고 조나단 갈매기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귀를 기울였다.

 그는 매우 간단한 것들에 대해 -- 갈매기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갈매기의 본질은 바로 자유라는 것,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의식(儀式)이든 미신이든 제약이든, 여하튼 물리쳐 버려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리쳐 버려야 된다구요?"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그것이 갈매기 떼의 법률일 경우에도 말입니까?"

 "자유로 이끌어 가는 법만이 참된 법이다. 그 밖에 다른 법이란 없다."고 조나단이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우리들이 당신처럼 날 수 있다고 기대하십니까? 당신은 다른 새들보다 뛰어난, 특별하고 재주있고 그리고 신성한 새입니다."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레처를 보아라! 로웰을! 찰즈 롤런드를! 쥬디리를! 그들 역시 특별하고 재주 있고 신성하단 말이냐? 너희들보다 뛰어난 것이 없고, 나보다 뛰어난 것도 없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다."

 플레처만을 제외하고 그의 제자들은 불안하게 몸을 뒤척혔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지를 못하고 있었다.

 질문하러 오는 새들, 숭배해 오는 새들, 경멸하러 오는 새들 등으로 매일같이 군중은 늘어 갔다.

 

 어느 날 아침, 고등 고속 비행 훈련을 마친 뒤 플레처가 조나단에게 말했다.  "갈매기들이 그러는데,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 그분의 아들이거나, 아니면 당신의 시대보다 천 년이나 앞선 갈매기라는 거예요."

 조나단은 한숨을 쉬었다. 오해로 얻은 이름이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악마 아니면 신이라고 부르는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플레처? 우리들이 우리의 시대보다 앞서 있는 것이냐?"

 한 동안 대답이 없었다.

 "글쎄요, 이런 식의 비행법은 언제나 여기에 있어 왔고 그것을 발견하려고 원하는 자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시간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유행에 앞서 있는지 모르지요. 대부분의 갈매기가 나는 식보다 앞선 식으로 날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거 근사한 이야기군." 잠시 몸을 뒤집은 자세로 날기 위해 회전하면서 조나단이 말했다.

 "시대에 앞선다는 말보다 훨씬 듣기 좋은데."

 

 그 후 꼭 일 주일 뒤에,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플레처가 한 학급의 새 제자들에게 고속 비행의 요령등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그는 이천 미터 상공으로부터 급강하하여 지상에서 불과 몇 치 안되는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회색의 긴 줄을 긋듯 총알처럼 수평으로 날고 있었다. 이때 처음 날아보는 어린 갈매기 한 마리가 어미새를 부르면서 플레처의 정면으로 곧장 날아왔다. 이 어린 갈매기를 피하기 위하여 플레처는 시속 삼백 이십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날다가 순간적으로 왼쪽을 홱 방향을 틀어, 단단한 화강암 절벽에 꼰아 박았다.

 그에게 그 바위는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딱딱하고 거대한 하나의 문처럼 느껴졌다. 그가 충돌하는 순간에, 두려움과 충격과 암흑이 왈칵 밀어닥쳤고, 그리고 그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가운데, 두렵고 슬프고 안타까운,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가운데 어딘가 낯선 세계에서 둥둥 떠 가고 있었다.

 이윽고 어떤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그가 처음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을 만났던 날 들은 그 목소리였다.

 "플레처, 우리가 참을성 있게 순서에 따라 우리의 한계들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거기에 비결은 있는 것이다. 우리의 계획에서 바위를 뚫고 지나 나는 일은 얼마뒤에 할 과정이다."

 "조나단이구나!"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로도 알려진 몸이지." 그의 스승(조나단)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 절벽! 나는 죽지……, 죽지 않았던가요?"

 "아, 플레처, 진정하고, 생각해 봐라. 지금 네가 내게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너는 분명히 죽은 게 아니지, 그렇지? 네가 우연히도 해 낸 일은 너의 의식 수준을 뜻밖에 느닷없이 바꾼 것이었어. 여기에 머물면서 이 수준의 것을 계속 배우든지--그런데 그것을 앞서 네가 하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야. 아니면 다시 돌아가서 갈매기 떼와 함께 일하든, 이제 선택은 네게 달려 있는 거야.

 우두머리 갈매기들은 일종의 파국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 왔는데, 네가 그렇게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 준데 대해 그들은 놀랐을 거야."

 "물론 저는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새로운 갈매기들과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던 걸요!"

 "좋다, 플레처. 우리의 육체란 생각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던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겠지……?"

 

 플레처는 모든 갈매기 떼가 절벽 아래서 그를 에워싸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머리를 흔들어 보고 두 날개를 펴 보고, 그리고 눈을 떳다. 그가 처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몰려왔던 갈매기들 사이에서는 끽끽 꽥꽥 야단 법석이 났다.

 "그가 살아났다! 죽었던 그가 살아났다!"

 "한쪽 날개 끝으로 그를 건드리더니! 그를 살려 냈어! 그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이 말야!"

 "그런데 참! 그는 자기가 위대한 갈매기의 아들임을 부인했지? 그는 악마야 악마! 갈매기 떼를 분열시키러 왔어!"

 사천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모여서, 지금 일어난 일에 놀랐고, 그리고 악마라고 외치는 소리가 바다의 폭풍처럼 그들을 뚫고 지나갔다.

 눈들이 초점을 잃은 채 빛났고, 부리들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조나단과 플레처를 죽여 버리기 위해 바싹 다가섰다.

 "이곳을 떠나면 기분이 좀 좋아질 것 같은가, 플레처?"

 "뭐 떠나도 괜찮겠죠……."

 눈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둘이서 일 킬로쯤 떨어진 곳에 와 있었다. 갈매기 떼의 번득이는 부리들은 빈 하늘만 쪼았을 뿐이었다.

 "어째서 그럴까?" 조나단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한 마리 새에게 너는 자유롭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습하면 스스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가 왜 그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그것이 어째서 그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주위의 풍경이 갑자기 바뀐 것에 대해 플레처는 여전히 눈을 깜박이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신 거죠? 어떻게 해서 여기에 왔습니까?"

 "갈매기 떼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었느냐, 그랬었지?"

 "그랬었지요!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야, 플레처. 연습을 해."

 

 아침이 되었을 때 갈매기 떼는 이미 전날의 광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으나, 플레처는 그렇지 않았다.

 "조나단, 오래 전에 당신이 한 말, 갈매기 떼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배우는 것을 도와 줄 수 있을 만큼 그들을 사랑하느냐던 당신의 말, 그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물론이지!"

 "당신을 죽이려 했던 바로 그 갈매기의 무리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저는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아, 플레처, 그들을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야! 말할 나위도 없이 미움과 악을 사랑할 수는 없는 거야. 진정한 갈매기를, 모든 갈매기들 속에 깃들어 있는 착함을 연습을 통해 볼 수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 속에 있는 그것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거야. 그것이 내가 말하는 사랑의 의미지. 그것의 비결을 터득했을 때는 기분이 좋은 거야."

 "예를 들어서, 나는 거센 어린 갈매기를 기억하고 있지. 이름은 갈매기 플레처 린드. 막 추방당해서, 먼 벼랑 위에 자신의 절망적인 지옥을 마련하면서, 갈매기 떼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참이었었지. 그런데 오늘 그는 여기에서 지옥이 아니라 천국을 꾸미며, 전체 갈매기 떼를 그리고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플레처는 스승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의 눈에는 잠시 놀란 기색이 어렸다. "'제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요? 당신이 스승인데, 떠나셔서는 안 됩니다!"

 "안 될까? 빛을 향해 가고 있는 이곳의 갈매기 떼보다 더욱더 하나의 스승을 필요로 하는 다른 갈매기 떼들이, 다른 많은 플레처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제가' 어떻게요? 존, 저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갈매기인데, 하지만 당신은……."

 "위대한 갈매기의 독생자라 이 말이지?" 조나단은 한숨을 쉬고 바다를 내다보았다.

 "너에겐 이제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어. 너는 매일매일 조금씩 더, 네 자신을, 무한한 플레처 갈매기를 발견해나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무한한 플레처 그가 너의 스승이야. 그를 이해하고 그를 본받아 훈련하면 돼."

 잠시 후에 조나단의 몸은 대가 중에서 가물가물 반짝이며, 아른아른하는가 싶더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에 관한 가당찮은 소문을 퍼뜨리거나, 나를 신(神)으로 만들게 하지 말아. 알았지, 플레처! 나는 한 마리의 갈매기야. 나는 날기를 좋아하고, 어쩌면……."

 "조나단!"

 "가련한 플레처! 너의 눈이 네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믿지 말아라. 네 눈이 보여 주고 있는 모든 것은 한계뿐이야. 너의 이해력으로 보고, 네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라. 그러면 나는 법을 알게 될 거다."

 아른거리는 모습이 없어졌다. 갈매기 조나단은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얼마 후 갈매기 플레처는 (무거운) 몸을 이끌며 하늘로 솟아올라 아주 새로운 한 무리의 제자들을 만났다. 모두 다 첫 수업에 열심이었다.

 "우선……,"엄숙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갈매기란 무한한 자유의 이념이라는 것, 위대한 갈매기의 한 영상(影像)이라는 것, 그리고 너희들의 몸 전체는 날개 끝에서 날개 끝까지, 바로 너희들의 생각 자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갈매기들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야, 뭐 이래. 공중에서 재주넘는 법칙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잖아, 하고 그들은 생각했다.

 플레처는 한숨을 쉬고 위로 날아올라갔다.

 "흠, 에…… 좋다."고 말하면서 그는 그들을 눈여겨 뜯어보았다.

 "수평 비행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는 조나단이 정말로 자기와 다름없이 신성할 것이 없는 새였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던 것이다.

 무한하다고 했지, 조나단?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가 희박한 대기를 넘어가서 '당신의' 해변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리고 당신에게 비행법에 관한 새로운 한두 가지 사실을 보여 줄 시간도 멀지 않았지!

 플레처는 자기 제자들에게 엄격한 스승으로 보이려고 애를 썼으나, 그는 불현듯, 한순간이나마 제자들 모두의 참모습을 발견했고, 그들의 참모습에 호의 정도가 아니라 사랑조차 느꼈다. 한계가 없다고 했지요, 조나단?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배움을 향한 그의 줄달음이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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