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윤달 풍속

2007. 12. 22. 01:30편리한 생활정보

 3월21일부터 4월18일까지는 음력으로 윤 2월달이다. 지금 예식장과 이삿짐센터는 이 기간 동안에 예약이 없어 야단이다. 윤달에 결혼하거나 이사하면 나쁘다고 해서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식장비를 할인하고 화장품 등 기념품을 덤으로 준다고 홍보하지만 현재의 세태로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마음을 바꾸기가 어렵다. 

 그런데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고 했던가. 망자에게 입힐 수의(壽衣)를 만드는 업체는 윤달을 맞아 호황을 맞고 있다. 수의는 윤달에 만들어야 장수하고 재수가 있다고 해서다.

 홈쇼핑과 장례식장 등에 한달 평균 400여벌을 납품하던 전주의 미래영상회사는 지금 1,000여벌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한 벌에 70만원인 한지 수의를 제조하는 고려한지수의회사도 800여벌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어 다른 때보다 70%쯤 증가했다고 만면(滿面)에 희색(喜色)이다.  

 우리의 태음력에는 이른바 군달, 썩은달, 남는달로 칭하는 `윤달(閏月)’이 있다. 윤달은 왜 생기는가? 하루가 해의 움직임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한달은 원래 달의 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시간 단위이다. 달이 찼다 기울어지고 다시 차는 기간에 해당하는 한 달은 정확히 말해서 29.5305일이다. 따라서 12달을 1년으로 잡는다면 한해가 354일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의 운동에 따른 1년과는 약 11일의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쌓이다 보면 농사일을 위해 태양의 운행에 맞추어 만든 24절기와 맞지 않는다.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 만든 것이 음력의 윤달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윤달은 달의 운동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태양력에서는 4년마다 한번씩 2월을 29일로 하는 윤년이 있다. 그러나 음력에서는 어느 한 달을 더하여 윤달을 만드는데, 19년에 일곱번 윤달을 둔다.

 윤달은 3~4년에 한번씩 생긴다. 주로 지구와 달이 태양을 도는 공전속도가 가장 더딘 여름에 생긴다. 1770년부터 2052년까지의 기간 중 윤 5월이 22번, 4월이 16번, 6월이 14번이다. 동지 섣달과 정월에는 한번도 없다. “윤동지에 빚 갚겠다”는 속담도 그런 연유에서 생겼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윤달에 혼인하고 이사하면 나쁜가? 우리의 전통민속으로 볼 때 그것은 `아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윤달에 혼인하고, 이사하고, 묘지를 손보고, 집을 짓고 고치는 것이 다 좋다고 하여 그대로 행하였다. 조선조 후기에 홍석모가 편찬한 `동국세시기’의 윤월조에 보면, `풍속에 혼인하기에 좋고 수의를 만들기에 좋다. 모든 일을 꺼리지 않는다. 俗宜嫁娶又宜裁壽衣百事不忌'고 한 것이 그 증거이다. 윤달에 혼인하고 이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은 결혼이나 이사가 수의나 묘지 이장과 같은 죽음과 관련된 사항과 동류항일 수 없다는 단순 논리가 빚어낸 왜곡이요 전통의 변질이다. 그러므로 할인 혜택과 푸짐한 선물을 받고 또 여유롭게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윤달에 결혼하고 이사하는 것이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