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내몸의 건강예보를 보내는 것이다

2008. 1. 24. 21:06편리한 생활정보

체력 바닥 알려 긴장된 몸 이완시켜 줘
주사나 약보다도 더 좋은 치료는 휴식

40대 중반의 중견 관리사원인 H씨는 지난해 세 번 감기에 걸렸다. 첫 번째 걸렸을 때 콧물과 기침에 두통까지 겹쳐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직장 일이 많아 아프다고 쉴 수만은 없는 처지라, 초반에 빨리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에 인근 A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3일간 복용했다.

처음에는 반짝 증세가 좋아지는 것 같더니 이내 마찬가지여서, 또 다른 B병원을 찾았다. 다시 주사를 맞고 약을 복용했더니 그게 자신한테 잘 맞았는지 이내 회복됐다. 두 번째 걸렸을 때는 먼저 B병원으로 가서 이전과 비슷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아지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좀 멀리 있는 C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야 나았다. 세 번째는 C병원부터 갔더니 또 잘 안 나아서 결국은 집 근처의 A병원에 다시 와 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됐다.

우리나라에서의 감기 치료는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그 첫째가 감기에 주사를 맞는 다는 점이다. 지구 상에서 감기 치료에 주사가 사용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뿐더러 사용되더라도 극히 제한적이다.

둘째는 많은 사람들이 감기 치료를 받으면 빨리 낫고, 합병증도 예방해 주며, 아이들에게 전염도 시키지 않게 해준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주사든 복용약이든 감기치료에 사용되는 약은 증세를 완화시켜주지 원인을 고쳐주지는 못한다. 감기는 앓을 만큼 앓아야만 면역력이 생기고 이것이 원인인 감기 바이러스를 퇴치시키는 것이다.

감기는 200여종의 감기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이지만, 더 엄밀하게 말해서는 ‘저항력 약화병’으로 보는 것이 옳다. 감기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계속 우리 몸에 침투하고 있지만, 감기에 걸리고 걸리지 않음은 바이러스가 아닌 내 몸의 저항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감기가 증세가 심하고 오래 가는 것도 사실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심해서라기보다는 몸이 약해서인 것이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독감 바이러스에 걸려도 감기같이 앓지만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에 걸려도 독감같이 앓는다.

감기는 보통 2~3일, 길어야 10~14일 가는 병이다. 이 짧은 기간 저항력을 최대로 키울 수 있다면 성공적인 감기치료가 된다. 불행히도 고춧가루를 듬? 탄 콩나물국이나, 쌍화탕, 주사나 복용약 어느 것도 짧은 시간에 저항력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가장 확실하게 저항력을 높이는 방법은 휴식뿐이다.

그런 면에서 감기는 좋은 병이다. 감기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여 체력이 약해졌음을 경고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이미 무리를 했거나 체력이 거의 소모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므로, 일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 건강도 일같이 챙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감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긴장된 몸을 이완시켜 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기의 나쁜 증세에만 고착하여 싫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뭉쳤던 근육도 풀리게 하는 항(抗) 스트레스효과가 있음을 느껴야 한다.

감기는 또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다이어트’라는 보너스 효과도 있다. 평소에 식욕 참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감기는 처방이 필요 없는 자연적인 식욕억제제인 것이다. 과거에는 잘 먹어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했지만 영양과잉인 현대인에게는 “그만 좀 먹어라”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처럼 감기는 우리에게 고마운 병이고, 아파도 되는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