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도 매너를 지켜라

2008. 1. 12. 16:41편리한 생활정보

[거침없는 性] 부부 싸움에도 매너를 지켜라


'욕설 퍼붓던 얼굴 자꾸 떠올라 잠자리 안돼요'

최근 골목을 지나다 개 두 마리가 길에서 교미하는 장면을 봤다. “뉘 집 개인지 굉장히 대범하구나! 어럽쇼~. 옆에서 사람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데도 발기가 계속 되네.”

상대가 예쁘건 말건, 옆에서 누가 보건 말건, 철저히 본능적으로 교미하는 개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갑자기 환자 D씨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50대 남성인 D씨는 톡 건드리면 그냥 깨질 것 같은 유리병처럼,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으로, 내가 본 남성 중 최고의 낭만주의자다. 며칠 전 첫 눈이 왔을 때도 갑자기 내게 전화를 해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니 마음이 설레는군요”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다소곳하고 품위가 넘치는 부인과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D씨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던 중 어느날 집안 문제로 부인과 심하게 다투었다. 부인의 입에서 상상도 못했던 거친 욕설이 나오자 그는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았고, 이후로는 아내가 아무리 원해도 잠자리를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우리는 무늬만 부부에요. 애들 엄마니깐 그냥 같이 사는 거지요. 각방 쓴지 오래됐어요. 애들 엄마 얼굴을 보면, 그 욕설 퍼붓는 장면이 자꾸 떠올라 성욕이 나질 않아요.”

성욕은 남녀 모두 남성호르몬과 관계가 있다. 여성은 난소와 부신에서, 남성은 고환과 부신에서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이 뇌에 존재하는 ‘남성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서 성욕, 성적 환상, 성적 행동이 나타난다. 남성호르몬이 저하된 폐경 여성과 갱년기 남성의 경우, 호르몬 요법으로 성욕이 향상됐다는 연구 보고들이 많다. 그 밖에 스트레스도 남성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미쳐 성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여성의 성욕은 남성 호르몬 뿐 아니라 로맨틱한 분위기나 상대방과의 정신적 교감 등 심리적 요인에 더 많이 영향을 받고, 남성은 마치 단순 기계처럼 감정보다는 본능에 의해 성욕이 지배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남성의 감정은 철저히 고려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 역시 감정을 가진 존재이므로 여성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 성욕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능력이 있든 없든 항상 남성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부인들은 이웃집 남편과 비교하며 남편을 무시하는 언행도 삼가야 한다. 이것이 부부간의 매너이며, 이를 지키지 못해 남편이 부인에게 성욕을 잃는다면 부인도 피해자가 될 것이다.

(임필빈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