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국밥집이 고전하는 이유 알고 보니....

2009. 3. 23. 09:39세상 사는 이야기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서울에 갔다. 봄신상품이 나왔다는 말에 올라가는 날 평일이라 차는 밀리지 않았지만 강풍 때문에 차량이 휘청거려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9시 무렵 동대문에 도착해 새벽 2시 무렵 일을 마췄다. 이곳은 화요일이면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많아 영어와 일어 중국어 안내방송이 쉬지않고 흘러나왔다. 동대문 운동장이 철거되면서 쫓겨난 노점상인들은 신당동 쪽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찾지 않아 매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물건을 싣고 남대문에 도착하니 이곳은 동대문과는 분위기가 전혀다르다. 우선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대부분 상가들은 문을 닫았고 쟝띠모아,마마아동복, 삼익타운,메사 부르뎅 등 지방사업자에게 도매를 하는 상가도 썰렁하기 이를데 없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아우성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방의 상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건을 하러 올라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혼자 포장마차를 하며 폐지를 줍는 할머니는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불야성을 이루던 안경점들도 두집만 문을 열고 있었다. 약 두시간 반 가량 물건을 하고 아내와 함께 단골 국밥집으로 향했다.


이곳은 주차장 구석에 있는 포장마차식 국밥집인데 지방 상인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국밥집에 도착하니 벌써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나요,"하고 인사를 하자 정색을 하며 손님이 없어 일찍 들어가려고 했다며 급하게 의자를 내밀었다.


70세가 넘은 할아머지와 60대의 할머니 부부가 운영하는 국밥집은 같은 60대인 처제가 도와주고 있는데 요즘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쉰다고 했다.예전에는 일요일에만 쉬었는데 지방상인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토요일도 쉬고 있다고 했다. 20년 장사하면서 요즘처럼 불경기가 없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장님....."그동안 장사 잘된다고 소문났던데요 뭘..." 아내가 묻자 밤에만 하는 포장마차식 국밥집에서 벌어야 얼마나 벌겠어요.."요즘은 지방 상인들이 점점 줄어서 큰일이예요..." 지방 상인이 아니라도 손님이 많잖아요?" 하고 묻자"언니, 그런말 하지 말아요,,,우리는 언니들 부속품이고 악세사리예요.."...."언니들이 장사안되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지요....낮에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밤에만 지방상인들을 상대로 하는데 두말하면 잔소리지...."
"남대문 재개발 이야기가 있던데요?...."
"그말을 믿는 사람 별로 없을걸요.....특구고 뭐고 지정하면 뭐합니까....실천이 되지 않는데요...."
"그나저나 이젠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예요..."
"10년 넘게 오던 단골 고객이 오지 않을 때는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몇년간 소식이 없다 서울에 온김에 들렀다며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요..."
"요즘은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지요 뭐,,,,"
"그나저나 밥을 더 드릴까요?"
"아니예요,,,,다 먹었습니다..."
기껏해야 20분정도 머무는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떠나면 집에까지 2시간 30분 가량 걸린다.국밥집이 문을 닫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남대문에 가면 새벽에 국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런 날은 다른 곳에서 우동을 먹고 오곤 하는데 국밥처럼 든든함이 없어 늘 아쉬운 마음이 들곤한다.
늘 원하는 만큼 듬뿍 넣어주시는 선지해장국......앞으로 오랫동안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