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팔러 와 죽고 싶다는 할머니 사연을 들어보니...

2009. 3. 27. 17:44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주변에는 참 우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다 경기가 안좋아서 그려려니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무너져 내리곤 합니다. 어제는 할머니 한 분이 가게로 쑥을 팔러 오셨습니다. 갑자기 날이 추워져 나오던 쑥도 얼어붙을 추운 날씨에 쑥 한 봉지를 뜯어 팔러 다니시던 할머니.....그런데 몸을 아주 심하게 떨고 계셨습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가끔 그렇다며 별일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마침 옆에 있는 떡집에서 사온 떡을 드리니 아주 잘 드셨습니다. 그런데 떡을 드시다 말고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시며 '죽어야 하는데....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되풀이 하셨습니다. 필시 무슨 곡절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꺼낸 말을 들어보니 할머니 상황이 매우 안좋아 보였습니다.


올해 75세인 할머니는 10년전 할아버지와 사별하고 딸집에 살고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구박을 당한다고 했습니다.
아들도 있지만 며느리가 어머니가 오시면 이혼한다며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고 딸은 또 왜 오빠가 모시지 않느냐며 서로 싸워 오도가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들과 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할머니는 4년전 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고 날마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늘 약을 달고 산다고 하셨습니다.
아들에게 집을 사줬고 딸도 애지중지 키웠는데 지금 렇게 구박을 받는 것이 너무나 기막히다며 요양원으로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요양원에 들어가려면 등급을 받거나 자비를 들여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니 예전에 심사를 받았는데 자격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장애인 판정을 받았는데 아들이 어머니 명의로 장애인 차량을 꺼낸데다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어 요양원에 갈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식들도 살기 녹녹치 않아 자비로 요양원에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고 있는데 날마다 죽어야지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농약이라도 있으면 먹고 콱 죽어 버리고 싶어요..." 몸을 심하게 떨면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이 모시지 못하겠으면 적극적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한 채 상황만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가 밖에서 한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려고 사람들이 찾아가면 딸이 무척이나 싫어하고 또 그 사람들이 가고나면 할머니를 구박한다고 합니다.
걷는데는 아무 지장 없지만 우울증 때문에 늘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고있다는 할머니는 양로원이든 어디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셨습니다.
남들한테 이야기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데 주책없이 또 떠들었다며 눈물을 훔치며 일어서는 할머니.....천천히 집으로 향하시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며 정말 할머니가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