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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원에서 직접 기저귀 갈아보니.....

2009. 4. 7. 15:16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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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아내의 권유로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요양 교육원을 다니기로 약속했었다. 그리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요양 교육원을 다니며 이론과 실기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현장실습을 나갔다.

교육원에서 배우던 이론과 실기가 얼마나 현장에서 도움이 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다섯 사람이 현장 실습을 나갔는데 유일하게 남자였던 나는 할아버지가 계시는 생활관으로 배치되었다.

첫날 가자마자 시작한 것은 화장실 청소였다. 남자 생활관에 있는 화장실중 9개를 청소하기 시작했는데 한 곳의 청소를 끝내기도 전에 벌써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노인들을 위해 내부온도를 높여놔 긴팔을 입고 청소하는 내게는 마치 사우나를 하는듯 금새 옷이 흠뻑 젖었다. 두번째 화장실을 청소하려고 할 때 요양보호사가 반팔과 반바지로 갖다 주었다. 한결 시원한 마음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변기에 묻어있는 오물과 바닥을 깨끗하게 닦고 물기를 제거하는데 보통 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생활관 휴게실에서 TV를 보며 잠시 말벗을 해드리는 동안 금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죽과 밥 등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빠르고 일사분란하게 급식이 진행되었는데 나는 1등급 와상 어르신의 식사 도우미를 하고나서 양치질과 기저귀 갈아드리기를 하였다.

첫날은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밖에 할 수 없어 시간이 매우 더디게 흘렀다. 그러나 다음 날 부터는 이미 내가 해야할 일들을 알고 하니 훨씬 수월하게 일을 할 수가 있었다.일을 할 때 마다 부모님 집을 청소해드린다 생각을 하고 또 돌아가신 어머니와 팔순 아버지를 모신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하니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덜 들었다.

둘째 날에는 혼자서 어르신 목욕 시켜 드리기를 했는데 너무 힘들고 당황을 해서 목욕 후에 로션을 발라드리는 것을 깜빡하기도 했다.


그런데 뭐니뭐니 해도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배설 돕기였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능숙하게 처리하는데 나는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특히 배변 후 엉덩이를 닦는데 맨손으로 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론으로 배울 때는 세균에 감염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비닐장갑이나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하라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내가 본 요양보호사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닦아 냈다. 조근조근 이야기도 하며 대상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실습 사흘 째 되는 날에 점심시간이 지나고 한 어르신의 기저귀를 갈게 되었다. 휴게실에서 부축을 하고 침대에 눕혀 기저귀를 갈려고 하는데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났다. 조심스럽게 기저귀의 밴드를 떼어 내니 이미 기저귀에는 대변이 가득 묻어있었다. 미처 침대 아래에 방습포를 깔지 않아 당황한 나는 위생장갑을 낄 겨를도 없이 먼저 변이 묻지 않은 기저귀의 앞부분으로 변을 닦아 냈다.

난청에 말을 잘하지 못하시는 어르신은 말없이 눈을 감고 계셨다. 엉덩이에 약간의 욕창도 있는 터라 세게 닦을 수도 없어 위생용 물티슈로 조심스럽게 닦아 내는데 계속 묻어 나오는 것이었다.

냄새도 냄새였지만 자꾸 묻어 나오는 것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을 때 요양보호사가 들어왔다. 장가도 가지 않은 젊은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상태를 보더니 아직 배변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며 옆으로 비키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곳저곳 깨끗하게 닦아내며 변을 다 볼 때 까지 새 기저귀를 채워 줘야 한다고 했다.

보호사가 어르신의 기저귀를 채우는 사이 기저귀를 버리러 밖으로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욱하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태연하게 한다고 모질게 마음 먹었는데 마음처럼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누구나 처음에는 다 선생님과 똑같은 과정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금새 익숙해지니 걱정하지 마세요." 실습을 하는 동안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었는데 배설 돕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보호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곤 했다.

실습을 하면서 어르신을 공경하고 봉사하려는 마음 없이는 절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오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일은 힘들고 급여는 터무니 없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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