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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낡은 재봉틀을 버리지 않는 이유....

2009. 3. 22. 21:51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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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는 연도를 짐작할 수 없는 낡은 재봉틀이 하나있다. 70년은 족히 넘었을 이 재봉틀은 어머니가 할머니에게서 물려 받았던 것을 아내가 다시 물려 받았으니 3대를 물려 받은 유품인 셈이다. 할머니는 어머니가 시집오기 전에 군부대 옆에서 장사를 하실 때 재봉틀을 샀다고 한다. 이불이며 옷이며 동네 사람들이 맡긴 일감을 수선해주고 옷이 터진 군인들 군복을 꿰매주시기도 하셨는데 어머니가 시집오면서 어머니에게 물려주셨다고 한다.1960년대 초반 비포장도로 옆 초가집에 살 때 어머니는 할머니가 하시던 것처럼 재봉틀로 마을 사람들 이불이며 옷들을 수선해주시곤 하셨다. 낮에는 농사일로 저녁에는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 사형제의 옷을 만드느라 밤늦도록 호롱불 아래 재봉틀을 돌리곤 하셨다. 당시 마을에는 보따리상이 오곤했는데 그중에는 약장수도 있었고 옷감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한 달에 한 번 오는 옷감장수는 올 때 마다 우리집에서 잠을 자고 밥도 얻어 먹곤 했는데 가끔 어머니에게 동동구리무와 옷감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그 옷감으로 옷 한벌씩 만들어 주셨는데 그 옷은 다 헤질 때 까지 바느질로 또는 재봉틀로 깁고 또 기워서 입곤 했다.


그뒤 초가집이 스레트지붕으로 바뀌고 1977년 새마을 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재봉틀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어머니가 몸이 불편해지셨기 때문이었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 그후 재봉틀을 다시 본 것은 결혼하고 난 후였다. 결혼 후 고가구와 공방을 운영할 때였는데 고향집 창고를 정리하다 비닐로 덮여있던 재봉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옛날 사랑방에 놓여있던 재봉틀이 자리만 차지한다고 창고로 옮겨놓은지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나보다 더 재봉틀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아내였다. 결혼하기전에 의상실에서 근무했던 아내는 재봉틀을 보자 욕심이 난듯했다. 사형제와 며느리중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재봉틀을 둘째 며느리가 달라고 하자 어머니는 선뜻 재봉틀을 내어주셨다.


그때가 1990년이었으니 벌써 19년이 흘렀다. 겉은 낡고 심하게 부식되었지만 기름을 칠하고 나니 잘 돌아갔다.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아내가 집이 좁다는 이유로 재봉틀 아래쪽은 고향 어머니집에 놓아두고 위에 몸통만 가져와 좌대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평소에는 가방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쓸 요량이었다.


하지만 셋트로 되어있는 재봉틀을 몸통만 가져와 사용하려고 전동기를 새로 달고 다른 부속품을 부착하니 영 모양새가 나지 않았다.


궁리 끝에 나는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재봉틀 하단을 가져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재봉틀을 가져가면서 마당에 내놓았던 재봉틀 다리를 고물장수가 훔쳐 갔다고 했다.처음부터 아내가 이 재봉틀의 내력을 알았다면 몸통만 가져오지 않았을텐데......


가방 속에 덩그라니 몸통만 남아버린 재봉틀....그동안 식탁보와 아이들 옷도 직접 만들어 입히고 아동복과 숙녀복 가게를 하면서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아쉽게도 몇년전 부터 가방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아내의 가게 옆에 아는 사람이 수선집을 차리면서 재봉틀을 집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아내가 늘 소중하게 간직하는 이유는  며느리 사랑이 각별했던 시어머니가 유일하게 남겨주신 마지막 유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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