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간만에 끝난 아들의 신입생 환영회

2009. 3. 19. 17:00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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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이다. 전날밤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며 갔던 아들에게 다음날 오전 전화를 걸었다. 한참 신호가 가도 받지 않다가 졸린 목소리로 받은 아들은 잠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횡설수설했다.
어제 신입생 환영회가 끝난 후 늦게 들어왔냐고 물으니 아침 7시에 기숙사로 들어와서 잠들었다고 했다. 지난밤 7시부터 시작해 아침 7시에 끝났으니 무려 10시간이나 환영회를 한 셈이다.술도 취했고 잠이 부족하다며 주말에 집에 가서 이야기 할테니 전화를 끊자고 했다.......도대체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무엇을 하길래 그토록 오래 걸린 것일까.....28년전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도 신입생 환영회가 있긴 있었지만 밤을 꼬박 새우면서까지 하지는 않았었다. 더군다나 신입생 환영회에 가기 전에 강릉의 모대학에서 환영회를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간 신입생이 떨어져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터라 아들에게 술을 요령껏 적게 마시고 절대 과음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는데 아들 역시 새벽까지 술을 마신 듯했다. 


그리고 주말에 온 아들에게 신입생 환영회 날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각 학과별로 따로 치뤄진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 인근의 고깃집에서 오후 7시 무렵부터 였다고 한다.주물럭 안주에 소주와 맥주 그리고 각종 음료수와 함께 저녁식사를 먹었는데 졸업한 선배와 고학년 그리고 신입생이 어울려 건배와 술잔 돌리기가 이어졌다고 했다. 선배들로 부터 잔돌리기가 끝나고 나니 대부분 신입생들은 얼굴이 벌개졌고 연신 화장실을 드나드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그곳에서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긴 시각이 11시경이었는데 절반은 술에 취해 몰래 도망을 가고 남은 학생들은 단란주점을 개조한 듯한 넓은 노래방에서 3시간 가량 술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끝날 줄 알았던 환영회는 다시 호프집으로 이어졌고 새벽 7시에 끝이 났다고 한다. 아들은 빨리 집으로 들어오고 싶었지만 룸메이트 선배 때문에 꼼짝달싹 못하고 붙잡혀 있었다며 술이 취하긴 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신입생 환영회는 다시는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느라 홍역을 치룬 것을 뻔히 아는 아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부담감과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대한 고민이 깊은데 신입생 환영회 때 그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결국은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 것 같아 허무하다고 했다.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거나 아니면 상근으로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을 갖고 있는 아들에게는 신입생 환영회가 너무나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며칠 전에 TV에 나왔던 원주의 모대학 학생들은 신입생 환영회 대신에 독거노인을 찾아가 의료봉사와 가사일을 도우며 뜻깊게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방송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자신도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환영회 보다는 그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 생활의 시작이라는 신입생 환영회....이제는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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