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신고하고 포상금 2만원 받은 엄씨 아저씨

2008. 5. 31. 07:41세상 사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옛날에 정보요원으로 근무했던 분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다.
만날 때 마다 옛날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데 그럴 때 마다 흥미진진함을 느끼곤한다.예전에 정보부에 있던 분들도 왔다 가고 또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왔다 가기도 하는데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 끝나고 난후 자유당 말기에 있었던 일로 대략 58년 전후 였는데 강원도 모처에 사는 엄모씨는 낮에 화전밭에 심어논 옥수수를 따러 올라갔다가 해가 어둑해질 무렵 내려 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워낙 촌인데다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해가 빨리지는 터라 재촉하지 않으면 어둠 속에 길을 잃거나 넘어져 다칠 수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산을 내려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간첩들이 나타나 엄모씨를 칼로 위협하였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간첩임을 안 엄씨는 온몸이 얼어붙었는데  간첩중에 한 사람이 엄씨집으로 함께 가자며 앞장서라고 하였다고 한다.
쓰러질듯한 초가집으로 들이닥친 간첩들은 옥수수를 쪄서 요기를 한 후에 엄씨에게 마을로 내려가서 쌀과 옷과 신발을 구해오라고 하였다고 한다.
물론 어머니를 볼모롤 잡아놓고 심부름을 시킬 요량이었다.
좁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엄씨는 읍내로 가자마자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하였다고 한다.
어차피 다시 들어가도 간첩이 어머니와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래도 경찰에게 신고하는 곳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경찰서에서는 금새 군에게 통보를 하고 부대에서는 모든 군인들이 그 골짜기고 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군장교가  간첩들이 구해오라는 것을 갖고 엄씨에게 앞장서서 가라는 것이 아닌가.
간첩들이 믿을 수 있게 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어머니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괜히 총격전이라도 벌어지면 그대로 총알받이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캄캄한 밤에 군인들이 준 후레쉬를 들고 앞장서서 가는데 뒤에는 뒤쫒아 오는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와 돌굴러 떨어지는 소리에 더 불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어머니 혼자만 계시고 간첩들은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벌써 낌새를 눈치채고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것이 분명했다 .어머니는  연로하시고 소리를 잘 못들으니 어머니를 해치지 않았거나 군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자신들만 달아난 것 같았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경찰서에서 나오라는 통보가 왔다고 한다.. 허위신고를 했기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한단다.간첩이 나타난 흔적도 없으니 허위신고한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억울하지만 이현령 비현령 하던 시절이라 시키는 대로 여러번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에 불려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간첩을 신고하려다가 거꾸로 경찰에게 빌미를 제공해서 한 건 올리게 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2주가 지날 때 였을까.......경찰관이 다시 호출해 나가보니 평창인근에서 간첩이 나타났는데 4명은 자폭 하고 한 명은 부상을 당해 강릉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혹시 그때 신고했던 그 간첩들이었는지 확인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어쩌면 누명을 벗을 수도 있겠다 싶어 경찰차를 타고 강릉으로 가서보니 살아남은 간첩이 바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댔던 간첩이 아닌가?
간첩들의 이동경로를 조사하다 엄씨집에서 동쪽으로 도망친 것이 확인되자 그제서야 엄씨는 허위신고라는 누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그렇게 못되게 굴던 경찰관이 금새 사람이 180도 달라져 잘해주더라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엄씨에게 나올 포상금 때문이었는데 그때 간첩신고 포상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엄씨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한 달 후에 경찰이 호출을 하여 나가보니 돈 2만원을 주더란다. 물론 그때 당시로는 적은 액수가 아니었지만 엄씨는 아무 의심없이 다른 곳에서 신고한 사람과 나누다 보니 그랬으려니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읍내를 나가 대포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었다고 한다.
"이번에 간첩잡은 포상금이 30만원이 나왔다는데 그 양반 팔자 폈네 폈어"
"그놈의 간첩들은 왜 내 앞에는 안나타나는 거야?"
왁자지껄한 그 속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때만해도 해마다 150명 이상의 간첩이 잡히곤 했지만 누가 얼마의 포상금을 탔는지 알지를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신고했다가 되려 간첩으로 뒤집어 씌우고 포상금을 타먹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자유당 말기에 관치행정과 부조리가 판치던 시절이니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군이나 경찰이 엄씨에게 2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횡령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그런데 그 소문이 정보요원이었던 자신의 귀에 까지 들어와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포상금중 위쪽의 누군가 27만원을 챙기고 엄씨에게 3만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라고 내려보냈는데 이중에 경찰관이 또 만원을 떼고 2만원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27만원의 행적을 찾지 못한 채 만원을 횡령한 경찰만 옷을 벗었지만 엄씨는 횡령당한 보상금을 결국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 뒤 엄씨는 술을 먹는 날이 잦아졌고 술 취했을 때마다 간첩신고 이야기를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를 엄씨 아저씨의 간첩신고 이야기
이런 일을 당했다면 누군들 홧병나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