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형(김동인) 줄거리 읽기

2008. 2. 22. 16:34마음의 양식 독서

 

우리는 독립이나 민족 자결 그리고 자유를 부르짖다가 수감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느낄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날 그날을 살아간다. 깊은 잠에 취해 있던 나는 기상 소리에 화다닥 놀래어 깨어난다. 그러나 도저히 잠을 이겨내지 못하여 다시 잠에 빠져들며 마침내 우리 방문을 여는 소리가 덜컥하고 들려 올 때에야 벌떡 일어나서 점호를 받는다. 대답을 늦게 한 칠백 칠십 사호 영감은 간수 부장의 채찍을 맞고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방안의 분위기가 살벌해진다. 다섯 평이 못되는 방에 처음에는 스무 사람이 있다가 차츰 차츰 불어나서 현재는 마흔 한 사람이 있으며 뜨거운 태양이 내리 쪼이면 사람들은 기진맥진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냉수 한 그릇뿐이다. 우리는 하룻밤을 삼분하여 교대로 잠을 잔다. 서서 있는 축들도 잠이 들고나도 어느덧 잠이 들었는데 가슴이 답답하여 깨어 보니 매일 밤 겪는 일이지만 내 가슴과 머리는 온통 남의 다리 아래 깔려 있다. 아침은 아직 서늘한 유월 중순이나 달력이 없어서 정확한 날짜를 알 수가 없는 나는 삼월 그믐 이후 보지 못한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 안타까운 심정이 된다. 나는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곁방에서 담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암호를 보내며 곁방에서는 독립이 거의 다 되었다는 암호를 보내 온다. 문 따는 소리가 들리고 공판에 갈 사람을 불러내자 암호는 뚝 끊기며 우리 방에서도 어제 매 맞은 영감이 불려 간다. 나는 언제쯤 그 축에 끼일지 안타까워한다. 점심을 먹고 비린내나는 냉수를 한 대접 마시고 난 나는 밥그릇에 남은 밥알을 긁어서 이기기 시작하며 새까맣게 변한 밥떡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본다. 종기를 핑계삼아 진찰하러 갈 사람들의 축에 끼어 나는 안부조차 알 수 없던 아우를 만난다. 나는 진찰 받으러 가는 동안 춥다고 할 정도로 서늘함과 아우를 만난 일로 기분이 좋아지나 사람으로 득실거리는 감방과 병들을 생각하고 기분이 얹잖아 진다. 아우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간수에게 채찍질을 당한다. 재판소에서 돌아온 영원 영감이 태형 구십 도를 언도받고 공소했다고 하자 나는 공소를 취하하라고 그를 괴롭힌다. 영감이 공소 취하를 결심하자 우리가 간수에게 알리며 간수가 그를 끌어내자 자리가 넓어진다. 우리는 목욕탕에 갔다가 이십 초 동안의 목욕을 마치고 간수를 따라 감방으로 돌아온다. 몇 시간 뒤에 우리는 영원 영감의 태형 집행의 단말마의 부르짖음을 듣고 화다닥 놀란다. 어젯밤 그가 이 방에서 끌려나갈 때 칠십 줄의 늙은이가 태 맞고 살길 바라겠느냐던 말이 떠오르자 그를 내어쫓은 장본인인 나는 머리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