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섭의 '혈서' 줄거리 읽기

2008. 2. 22. 16:36마음의 양식 독서

 

규홍은 충남 고향에서 면장을 하는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법대를 나와서 판검사가 된다는 조건으로 서울에 유학을 온다. 그는 부친의 친구 집에서 하숙을 한다. 그에게 집에서 매달 하숙비를 보내 오는데 그는 부친의 뜻과 달리 국문과에 적을 두고 문학 공부에 몰두한다. 전쟁 후에 돌아온 규홍은 창애가 돌부처처럼 머물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녀는 간질병이 있는 처녀이다. 그녀의 아비인 박노인은 지방으로 먹과 붓을 팔러 다니다 한달 혹은 두 달에 한번씩 창애를 보러 온다. 이 집에 달수와 준석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달수는 취직을 하기 위해 하루 종일 거리를 헤매다가 돌아오는 길이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절망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영원히 불행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불이라고는 지펴 본 적이 없는 방안에는 준석이가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있다. 취사 도구가 놓여 있는 한쪽 구석에는 석유 풍로와 나란히 창애가 앉아 있다. 준석은 달수에게 어렵게 대학을 다닐 필요 없이 군에 입대하라고 종용한다. 달수는 고학을 해서라도 대학을 다녀서 성공하겠노라고 거의 울상이 되어 항변한다. 규홍은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불란서와 강습을 받고 아홉 시가 훨씬 넘어서 집에 들어온다. 그는 신문과 잡지에 여기저기 투고하지만 그의 시가 어디에도 발표된 적은 없다. 최근 그가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 혈서라는 제목의 시이다. 준석은 규홍이 시를 쓰는 데 불만이며 그가 없는 사이 그의 시를 비판하다가 달수와 논쟁을 한다. 창애는 언제나 밥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는 일 외에는 돌부처처럼 앉아 있기만 한다. 박노인은 가끔 규홍에게 자기의 딸과 결혼할 것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 온다. 그러면 준석은 달수더러 규홍과 창애의 결혼을 찬성하라고 강요한다. 달수는 그들의 결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지만 준석의 주먹다짐에 맥없이 무너진다. 규홍과 창애는 두 사람의 논쟁에 상관하지 않는다. 달수는 취직이 안되자 차차 자신을 이상히 여기고 이제껏 살아남은 일까지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혹독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규홍의 양쪽 옆에 누운 달수와 준석은 논쟁을 벌인다. 그들은 누군가가 창애와 이불을 같이 덮고 자기로 합의하나 누가 가느냐로 고심한다. 준석은 자신이 가겠다고 하며 달수는 규홍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준석이 창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규홍은 웃기만 한다. 방학이 되어 규홍이 고향으로 내려갈 무렵 박노인의 편지가 다시 온다. 준석은 또 규홍과 창애의 결혼을 주장한다. 달수는 용기를 내서 창애가 임신한 사실을 말한다. 창애의 임신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면서 준석이 격분하자 달수는 눈물을 흘린다. 준석은 달수를 병역 기피자로 몰아 부치면서 혈서를 쓰라고 달수의 손가락을 절단한다. 선혈이 도마와 방바닥을 적시자 달수는 기절을 하고 준석은 지팡이를 짚고 어둠 속2으로 사라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