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2. 16:35ㆍ마음의 양식 독서
성삼과 덕재는 죽마고우다. 그들은 같이 꼴도 베러 다니고 어른들 몰래 담배도 나누어 피운다. 성삼은 덕재와 밤을 훔치러 갔다가 나무에 올라갈 차례에 주인인 혹부리 할아버지의 고함소리에 도망을 친 적도 있다. 이때 덕재는 불쑥 자기의 밤을 한줌 꺼내 준다. 그들은 열 두어 살쯤 났을 때 어른들 몰래 올가미를 놓아 학 한 마리를 잡은 일이 있다. 매일같이 그들은 학의 목을 쓰러 안고 등에 올라탄다. 이때 서울에서 학사냥꾼이 온다는 말을 들은 그들은 자기네의 학이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학을 날려보낸다. 시달림을 받은 학은 날지를 못 한다. 다음 순간 옆 풀숲에서 단정학 한 마리가 날개를 펴자 자기네 학도2 공중으로 날아올라 멀리 날아가 버린다.
성삼은 해방 전전 해에 자신이 삼팔 이남 천태 부근으로 이사를 간다. 전쟁이 나자 지난 유월 달에 성삼은 피난을 간다. 이때 아버지가 농사꾼이 농사일을 늘어놓고 어디를 가느냐고 하는 바람에 혼자서 피난을 간다. 치안 대원이 되어 고향으로 오는 길에 뒷산 밤나무 기슭에서 성삼은 발걸음을 멈추고 과거를 회상한다. 몇 사람 만난 동네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얼굴들이다. 밤나무를 안은 채 잠시 푸른 가을 하늘을 쳐다보다가 성삼은 임시 치안대 사무소로 쓰는 집 앞에 이른다.
여기에서 그는 포승줄에 꽁꽁 묶인 어릴 적 단짝 덕재를 만난다. 동료 대원이 농민 동맹 부위원장을 지낸 놈을 집에서 잡아왔다고 한다. 청단까지 호송하기로 한 동료 대신 성삼이 자원하여 덕재를 호송한다. 성삼은 줄담배를 피우면서 덕재 자식을 데리고 가면서 다시는 담배를 붙여 물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그는 덕재에게 사람을 몇 이나 죽였느냐고 묻는다. 다시 다그치자 덕재가 성삼을 노려보면서 ‘그래 너는 몇 이나 죽였냐’고 되묻는다. 성삼은 막혔던 무엇이 풀려 내리는 것만 같아 가슴 한복판이 환해짐을 느낀다. 농민 동맹 부위원장은 빈농의 자식이어서 맡은 일이며 피난하지 않은 것은 홀아비인 아버지가 집에 병으로 누워 있기 때문이었음이 밝혀진다. 그리고 새침데기요 키가 작고 똥똥한 꼬맹이와 결혼을 해서 이 가을에 첫 얘를 낳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사꾼이 다 지어 놓은 농사를 내버려두고 어디를 가느냐는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피난을 포기했다고 밝힌다.
고갯마루를 넘자 이번에는 성삼이 편에서 외면을 하고 걷는다. 고개를 다 내려온 곳에서 성삼은 학을 발견하고 주춤 발걸음을 멈춘다. 삼팔 완충 지대가 되어 사람들이 살지 않은 그동안에도 학들만은 전대로 살고 있다. 성삼이 불쑥 덕재에게 학사냥이나 한번 하자면서 포승줄을 풀어 준다. 덕재는 조금 전의 너는 총살감이라는 말을 생각하고 얼굴에 핏기가 걷힌다. 성삼의 기어가는 쪽 어디에서 총알이 날아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성삼이 학이나 몰아오라고 한다. 그제야 덕재는 무엇을 깨닫고 잡풀 새를 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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