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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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작가연보
▶ 현진건(玄鎭健, 1900-1943, 빙허 憑虛) 경북 대구생(대구우체국장으로 아들로 출생) 일본 도쿄 독일어 전수 학원 졸업. 중국상해 호강대학에 다니다 귀국, 서울에 정착. ① 근대 문학 형성기의 선구자 역할 ② 김동인과 함께 근대 단편 소설을 개척 ③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 문학 개척 ④ 소설 문학에서 기교의 가치를 보여준 대표 작가 1)제 1기 : 체험소설(주로 1인칭) 1920년 에 단편 발표 후 문단 등단 1921년 등으로 문명 1922년 [백조(白潮)] 동인 등 1923년 2)제 2기 : 전형적인 사실주의적 경향 1924년 , 1925년 1926년 1927년 등 단편 발표,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적 단편문학 개척 선구자적 업적 3)제 3기 : 그 이후 활동 미미 1936년 일장기 말소사건으..
2008.02.26 -
현진건의 '고향' 감상하기
고향 현진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무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꼬마..
2008.02.26 -
무영탑 (현진건 ) 줄거리 읽기
부여 석공 부석의 제자인 아사달은 부석의 딸인 아사녀와 결혼한지 1년만에 명공으로 뽑혀 경주에 와서 다보탑과 석가탑을 건조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한다. 그의 스승이자 장인인 부석은 아사달이 탑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부석이 죽자 부석의 제자이며 아사달과 연적이던 팽개는 아사달이 경주 귀인의 딸과 결혼했다면서 아사녀에게 결혼하자고 행패를 부린다. 사월 초파일이 다가오자 불국사 ‘큰방’에 스님들이 모여 부여 석공이 탑을 아직 완성하지 못해 금년에도 연등 행사를 열지 못함을 한탄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사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초파일 미행으로 불국사를 행차한 경덕왕이 다보탑의 정교함을 극찬한다. 왕은 탑을 쌓은 사람의 이름을 묻고 아사달이라고 하자 그가 노인이냐고 묻..
2008.02.22 -
B사감과 러브 레터 줄거리 읽기
B사감과 러브 레터 작가 현진건 줄거리 C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 노릇을 하는 B여사라면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이 처녀다운 맛이 없는 모습이다. 뾰족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이 노릴 때엔 기숙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이 B여사가 질겁을 하다시피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 레터' 였다. 여학교 기숙사라면 으례히 그런 편지가 많이 오는 것이지만 학교로도 유명하고 아름다운 여학생이 많은 탓인지 모르되 하루에도 몇 장씩 죽느니 사느니 하는 사랑 타령이 날아들어 왔었다. 기숙생에게 오는 사신을 일일이 검토하는 터이니까 그 따위 편지도 물론 B여사의 손에 떨어진다. 그러면 두시간이..
2008.02.15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줄거리 읽기
운수 좋은 날 작가 현진건 줄거리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를 달포가 넘고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인 인력거꾼 김 첨지는 오래간만에 팔십 전을 벌어 기뻐한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을 적시고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리고 세살먹이 개똥이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 비가 오는터에 남대문까지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 술을 마시고 설렁탕을 사 가지고 불길한 느낌으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테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2008.02.15 -
현진건의 빈처 줄거리 읽기
빈처(貧妻) 작가 현진건(1900-1943) 호는 빙허. 경북 대구 출생. 「백조」동인. 시대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자 생활을 함. 작품으로 「흑치상지」「무영탑」「운수 좋은 날」등이 있다. 줄거리 2년 동안 글만 쓰고 제대로 돈을 벌어오지 않는 나때문에 아내는 집에 있는 물건들을 대부분 저당잡히며 살았다. 아내가 살 궁리를 하라고 말 하면 나는 오히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만 했다. 그러던 중 처가집에서 장인 어른 생신이라며 오라는 전갈을 받는다. 모두가 모욕하는 듯한 느낌을 받지만 처형에게서만은 친숙감을 느낀다. 처형은 잘 살기는 하지만 남편에게 얻어맞고 집에 찾아와 남편 흉을 보다 돌아가곤 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신을 선물하고 돌아간다. 나는 아내에게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신 한 켤레쯤은 사주게..
2008.02.15 -
고향/ 현진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무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 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꼬마데 오이데..
2008.01.08 -
술 권하는 사회 /현진건
"아이야, 아야 "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늘 끝이 왼손 엄지 손가락 손톱 밑을 찔렸음이다.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고 하얀 손톱 밑으로 앵두(櫻두)빛 같은 피가 비친다. 그것을 볼 사이도 없이 아내는 얼른 바늘을 빼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그 상처를 누르고 있다. 그러면서 하던 일가지를 팔꿈치로 고이고이 밀어 내려놓았다. 이윽고 눌렀던 손을 떼어 보았다. 그 언저리는 인제 다시 피가 아니 나려는 것처럼 혈색(血色)이 없다. 하더니, 그 희던 꺼풀 밑에 다시금 꽃물이 차츰차츰 밀려온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상처로부터 좁쌀낟같은 핏방울이 송송 솟는다. 또 아니 누를 수 없다. 이만하면 그 구멍이 아물었으려니 하고 손을 떼면 또 얼마 아니..
2008.01.08 -
고교생이 읽어야할 소설 현진건/운수 좋은 날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 날이야말로 동소문(東小門)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 학교(東光學敎)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째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십 전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각’ 하고 ..
200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