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휩쓸릴 듯 위험한 남녀 아찔해....

2009. 9. 2. 07:11사진 속 세상풍경

동해안 각 해수욕장이 폐장하면서 올 여름 피서도 끝이 났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해수욕장 개장 일은 한 달 정도 길었지만 이상저온 현상으로 예년에 비해 피서객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벌써 들녘에는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몸을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느끼게 합니다.
점심 무렵 지인의 전화를 받고 영금정으로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약속 보다 일찍 나가 여객선 터미널 부근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다 동명항으로 향했습니다.
횟집타운으로 들어가는 길목 산 위에 있는 영금정 정자 아래 방파제에는 해녀 아주머니가 열심히 성게를 다듬고 있었습니다.
방파제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말 시원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바닷가 바위 위에 있는 영금정 정자 아래쪽에 남녀 한쌍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속초시 영금정에는 정자가 두 개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이것이 맨처음 생긴 영금정 정자이고 최근에 군인 초소가 있던 곳에 조망이 좋은 영금정 정자가 새로 생겼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영금정 정자는 바다를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어 좋은 곳인데 바람이 센 날이면 정자 위로 파도가 올라올 정도로 위험한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정자 아래 바위에 자리를 잡은 4~50대 남녀 한 쌍은 보기에도 참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해마다 이곳에서는 바다 풍경을 즐기려다 파도에 휩쓸려 사망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쉼없이 파도가 몰아치는데도 요지부동 꼼짝을 하지 않는 두 남녀....연신 포옹을 하고 입을 맞춥니다.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성게를 다듬는 해녀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합니다.
"술 처먹고 왜 저 지랄들인고......"
"며칠 전에도 술 취한 사람 바다에 빠져서 난리더니....저러다 또 소리도 없이 파도에 휩쓸릴텐데......."


성게를 사러 왔던 관광객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합니다.
" 저렇게 위험한데 왜 꼼짝을 안하나.....말리는 사람도 없고...."
"말려도 말 안들어요 술 먹은 사람들은...."
해녀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습니다.


바닷가에서 호젓하게 즐기는 데이트를 탓할 것은 없지만 자칫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특히나 요즘 파도는 예전과 달라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갑자기 커지는 너울성 파도가 많아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보는 내내 마음 졸이게 했던 술 취한 두 남녀의 데이트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 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