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난 사촌동생

2008. 8. 8. 13:02세상 사는 이야기

드디어 사촌동생이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었습니다.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5년.어찌보면 미스테리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가출을 했었던 동생은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상경했는데 그곳에서 친구들과 여러 직장을 떠돌다 조그만 오락실을 차렸습니다.
오락실이 처음에는 잘 되는 듯 했으나 동업자인 친구와 다투고 고향으로 내려와 영업용 택시를 하다  다시 서울에 올라간 것은 스물 여덟 살 때였습니다. 결혼한 후 3년동안 생활비 벌기가 여의치 않던 차에 친구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는  다시 서울로 가야겠다며 짐을 챙겨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는 사흘 후 큰아버지에게 사업자금 2천만원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성격이 내성적이고 평소에 자신의 일에 대해서 말도 별로 없던 사촌동생은 고집이 황소고집입니다.
좋은 사업이 있으니 꼭 해달라는 간곡한 아들의 부탁에 큰아버지는 며칠 고민 끝에 나중에 사촌동생에게 줄 몫을 미리 주는 것이라며 땅을 담보로 해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당시 사촌형이 부모님을 모시고 있었는데 형수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한지 6개월도 안돼 사촌동생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일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해 저지른 사촌동생의 무지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사촌동생이 시작한 일은 카드깡이었는데 사무실을 얻는 비용을 사촌동생이 대고 사업자 대표도 동생 앞으로 해놓았었나 봅니다.
거기에 건물 임대 계약서는 친구 앞으로 해놓고 ......
날마다 스티커을 붙이러 다니고 생활정보지에 광고도 내며 사업을 했는데 예상처럼 잘 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몇 달이 지날 무렵에는 손님이 카드깡을 하러 오면 자신의 카드를 깡을 해서 손님에게 주는 돌리기 깡을 해주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카드에서 빼낼 수 있는 돈까지 몽땅 끌어 썼다고 합니다.
그 사이 친구라는 놈들은 사업이 여의치 않으니 몰래 가게 임대료도 빼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촌놈이 이용당할대로 당하고 나니 큰아버지가 준돈 2천만원 자신의 카드로 끌어쓴 것이 천 오백만원 삼천 오백만원을 6개월만에 날려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도 나중에 알게되었죠.
이런 일로 사촌동생은 이혼을 하게 되었고 딸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의 손에 키우게 되었습니다.
제수씨가 고아였기 때문에 마땅한 벌이도 없어 딸을 키울 수 없다며 시댁에 맡기고는 가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사촌동생도 카드회사에 돈을 갚으려고 노력했고 일정기간 이자를 납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높은 이자에 연체이자까지 합해져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포기하고 도망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카드회사의 눈을 피해 도망간 곳이 중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식당에 허드렛일을 하며 가끔 한국으로 나오며 따이공을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앞으로 통장을 개설할 수 없으니 사촌형의 계좌를 이용해 저축을 하며 일시에 빚을 청산하려고 생각하던 사촌동생에게 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따이공을 하다 시계 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인천세관에 구속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초범이라 벌금을 물고 나오긴 했는데 벌은 돈을 모두 벌금으로 내고 나니 다시 빈털털이가 되었다고합니다.
사촌동생이 사라지고 난 후 카드회사는 사촌형에게 전화를 해서 늘 사촌동생의 출처를 묻고 연체료 통지도 집으로 보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카드회사에서도 동생앞으로 재산이 한 푼도 없으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지루한 숨바꼭질을 하며 15년이 지났는데 카드회사로 부터 형님이 대신 갚아주면 안되겠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합니다.
"글쎄 여유가 있으면 누군들 동생을 저렇게 두겠습니까?"
"동생이 대출해서 갖고 간 원금과 대출이자 막기도 벅차 힘이 듭니다."
"저 녀석이 개인 파산신청을 하라고 해도 무슨 꿍꿍인지 가끔 전화해서 자기 말만 하고 끊어버립니다."
그러자 카드회사 직원이 이러더랍니다.
"부채를 탕감해줄 테니 형님이 어떻게 좀 처리해주세요"
그리고 한 달 후 사촌형님은 카드회사 직원과 합의를 보았다고 합니다.
4백만원에 모든 것을 청산해주기로....
동생에게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아 사촌형에게 일정부분이라도 받아서 청산하겠다는 것이 카드회사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고등학교 가출에 중퇴 그리고 서울로 상경과 고향으로 귀향을 반복하며 힘든 나날을 보낸 사촌동생.....모든 잘못의 시작은 사촌 동생이었고 잘못된 결정으로 가정도 파탄나고 집안에도 고통을 준 사촌동생......
사촌동생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시 전화가 와야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났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텐데......
사촌형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