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2. 16:15ㆍ마음의 양식 독서
사면을 둘러보아도 산 하나 볼 수 없는 광막한 벌판에 조선인 소작인들만이 이십여 호 모여 사는 * * 촌 사람들은 온량하고 정직하며 글께나 읽은 사람들이다. 이 마을에 삵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익호가 찾아 든다. 그는 어투가 경기 사투리인지 영남 사투리인지 서북 사투리인지 불분명하다. 그는 몸이나 얼굴 생김 어디로 보나 남의 미움을 사기에 족하며 그의 장기는 투전이 일쑤고 싸움 잘하고 트집 잘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이다. 집이 없는 그지만 누구의 집이라도 그가 들어가면 그 집주인은 두말없이 잠자리와 조반을 마련해 준다. 만약 누구든지 그의 청에 응하지 않으면 그는 트집을 잡아 칼부림을 한다. 삵은 이 동네의 커다란 암종이었다. 아무리 일손이 부족한 때라도 삵 때문에 젊고 튼튼한 몇 사람은 동네의 부녀를 지키기 위해 동네 안에 머물러 있어야만 한다. 동네의 노인이며 젊은이들은 몇 번을 모여서 그를 내어쫓기로 결의했지만 선착할 사람이 없어서 삵은 태연히 이 동네에 묵게 된다. 누구 하나 그를 동정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며 그도 누구에게 하소연을 하는 일이 없다. 여가 * * 촌을 떠나기 전날 그해 소출을 나귀에 싣고 송첨지가 만주국인 지주 집에 가며 돌아올 때에 송첨지는 소출이 좋지 못하다고 초죽음이 되어 돌아와 절명한다. 명 아닌 목숨을 끊은 송첨지를 위하여 * * 촌의 젊은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흥분한다. 제각기 이제라도 들고 일어설 듯이 흥분했지만 누구 하나 앞장을 서려고 하지 않는다. 여는 의사라는 직업상 송첨지의 시체를 부검하며 돌아오는 길에 삵을 만나 송첨지의 죽음을 알린다. 이야기를 마치고 여가 발을 떼려는 순간 삵의 얼굴에 나타난 비창한 표정을 보게 된다. 여는 만리 타향에서 학대받는 인종의 가엾음을 생각하고 그 날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삵이 죽어 간다고 깨우러 온 마을 사람들의 소리에 여는 반사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면서 일어난다. 허리가 기역자로 뒤로 부러져 동구밖에 버려져 있는 삵을 응급조치하고 나서 그로부터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한 항거를 지주에게 하다가 그렇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삵은 죽어 가면서 붉은 산과 흰옷을 찾으며 애국가를 불러 달라고 애원한다. 광막한 겨울의 만주벌 한편 구석에서는 밥버러지 익호의 죽음을 조상하는 숭엄한 노래가 차차 크고 엄숙하게 울려 퍼지며 익호의 몸은 점점 식어 간다. 이 이야기는 여가 만주의 풍속도 살피고 아직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그들에게 퍼져 있는 병도 조사하려고 일년을 기한으로 광막한 만주의 벌판을 여행하면서 조선인 소작인들만이 이십여 호 모여 사는 * * 촌에서 십여 일 이상을 일없이 지내면서 겪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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