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전영택) 줄거리 읽기

2008. 2. 15. 11:49마음의 양식 독서

화수분

작가

전영택(1894-1968) 호는 늘봄, 또는 추호. 평양에서 출생. 「창조」의 창간 동인. 주요 작품으로 「화수분」「소」「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 등이 있다.

줄거리

아범은 금년 9월에 어린 계집애들을 데리고 우리집 행랑방에 들었다.

나이는 한 서른 살쯤 먹어 보이고, 머리에 상투가 그냥 달라붙어 있고, 키가 늘씬하고 얼굴은 기름하면서 누르뚱뚱하고, 눈은 좀 크다. 사람이 퍽 순하고 착해 보였다.

어멈은 키가 자그마하고, 몸이 똥똥하고 이마가 좁고, 항상 입을 다물고서 아무 말이 없었다. 적은 돈은 회계할 줄을 알아도 원이나 백 냥 넘는 돈은 회계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어멈은 날짜 회계할 줄도 모른다.

때문에 자기가 낳은 아이들의 생일을 아범이 그 전날 내일이 누구의 생일이라고 일러 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그녀는 결코 남을 속일 줄을 모른다. 무슨 일이든지 하라는 대로 하기는 하지만, 대답을 얼른 시원히 하지 아니하고 꼬물꼬물 오래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들에게는 지금 입고 있는 단벌 홑옷과 조그만 남비 하나밖에 없다.

세간도 없고, 물론 입을 옷도 없고, 덮을 이부자리도 없고, 밥 담아 먹을 그릇도 밥 먹을 숟가락 한 개가 없다. 있는 것은 밉게 생긴 딸 둘과 애를 업는 홑누더기와 띠와 아범이 벌이하는 지게 하나뿐이다.

나는 그들이 살기가 너무 어려워 딸을 부자집으로 보내고 아범이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고 어멈으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의 집은 원래 부자였고 삼형제가 있었으며, 그의 이름은 화수분이었다.

어느 날 화수분은 큰 형 거부가 발을 다쳐 농사를 못지고 있어 굶어 죽게 생겼다며 추수하는 것을 도와주고 오겠다며 떠났다. 그러나, 화수분은 겨울이 다 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멈이 어린 것을 업고 그를 찾아 나섰다.

나는 출가해 사는 동생 S로부터 그들에 대한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된다.

화수분은 형의 농사일을 하다가 병이 나서 누워 지내다 어멈의 편지를 받고 서울로 돌아오던 중 어느 고개를 지나다 보니, 어멈이 아이를 안고 벌벌 떨고 있었다. 다음날, 나무 장사가 지나다 보니 젊은 남녀가 껴안고 죽어있고, 어린애가 시체를 툭툭 치고 있어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