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급행열차 안타셨어요?

2009. 8. 24. 21:43편리한 생활정보

무엇이든 처음 부딪치면 난감하거나 당황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그것으로 인하여 몸이 피곤하거나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할 때에는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이번에도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행을 다녀왔다.
그중 시골촌놈의 우스꽝스런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서울에 간다.

딴에는 무지렁이 시골 촌놈을 면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에만 도착하면 늘상 헤매거나 가까운 곳을 돌아가기도 한다.
늘 행선지가 비슷하다보니 다람쥐 챗바퀴 돌듯 코스가 한결 같아 벗어날 때 마다 늘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중 이번처럼 변한 환경에 대처하지 못해 낭패를 당할 때 가장 곤욕스럽다.
이번에 2012년 여수에서 열리는 세계엑스포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2시 45분에 출발하는 여수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미리 생각한대로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강변역에서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당산역에서 다시 김포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기로 했다.

강변에서 20개역을 지나는 동안 약 4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당산에서 10개역을 지나는 시간이 약 22분 소요된다고 한다.
당산역에서 내려 다시 김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었고 짐을 내려놓고 좌석에 앉았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깨끗하고 쾌적했는데 신문을 보는 사이 몇개의 역을 지나쳤다.


그런데 중간중간 급행열차를 타실 분은 이번 역에서 내려 갈아타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급행열차가 있다는 소리도 금시초문인데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무관심한 나는 그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열차는 무척이나 더뎠고 역마다 정차하는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자꾸 휴대폰에 있는 시간표를 보며 안절부절하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물었다.
"김포공항에 가세요?"
"아, 예.. 너무 늦게 오는 바람에 비행기 탑승 시간을 놓칠 것 같아 마음만 바쁘네요...."
"어디에서 타셨는데요..."
"강변역에서 순환열차를 타고 당산까지 와서 갈아타고 김포공항으로 가는 길이예요..."
"에이...그러면 급행열차를 탔어야죠..."
"급행열차요?...."
"그래요, 안내방송 못들으셨어요?.....중간 중간 갈아타는 역마다 안내방송을 하는데...."
그때서야 서울에 급행열차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변에서 교대로 그리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바로 김포공항까지 가면 훨씬 빠른데......"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등촌에서 내려 난생 처음 급행열차를 타게 되었다.
급행열차가 생긴지 이제 한 달 밖에 안되었으니 내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산에서 일반철도는 22분이 소요되고 급행열차는 14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처음부터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급행열차를 탔다면 약 25분가량 빨리 갈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김포공항에서 고속터미널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리 알고 타니 마음이 편하고 빨라서 좋긴 했다.

지난달 7월에 개통된 9호선 급행열차는 김포공항에서 신논현역까지 30분에 주파할 정도로 빠르고 편리하지만, 문제는 급행열차 배차간격이 20분인 데다 차량 1대 규모가 일반 노선(8∼10량)의 절반 이하인 4량에 불과해 출퇴근 시간에 너무 혼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당초 예상한 사업계약 당시 예상했던 순수 승차인원 16만5625명에 크게 못 미치지 못한 12만2946명이 이용해 승객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요금을 올리거나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한 달 밖에 안되는 급행열차를 타는 호사(?)를 누렸지만 무엇이든 빠르고 높고 깊게 변해가는 서울 모습이 내게는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