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금정 바닷가에 사는 길냥이 가족

2009. 8. 5. 08:03사진 속 세상풍경

요즘 어디를 가나 피서를 떠난 사람들로 인해 동해안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7월말과 8월초가 피서의 절정기인데 지난주와 이번주에 23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동해안을 찾았다고 합니다.
속초해수욕장을 비롯해 속초 고성 양양 인근의 해수욕장에는 가는 곳마다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어제는 보충수업을 시작한 아들을 통학시키고 영량호와 영금정 정자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따가운 것을 보니 해수욕을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벌써 등대 아래 영금정에는 갯바위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영금정 정자를 돌아 다시 영금교 다리를 건너기 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눈에 띘습니다.
이곳 바닷가에는 길고양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항구나 회센타가 밀집해 있는 곳에서 버려지는 생선을 먹고 사는데 이곳의 고양이는 의외였습니다.  


영금정 등대 아래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곳을 바라보는 고양이 두 마리.... 한 마리는 지나는 사람들을 살피느라 분주한데 암고양이는 시선이 바다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바닷가에 사는 길고양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정도로 아주 건강한 모습입니다. 주변에는 식당 한 곳과 횟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를 먹거나 쥐와 같은 들짐승을 잡아 먹고 사는 듯합니다. 


처음에는 두 마리가 부부인줄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아래 바위 틈 사이의 새끼 고양이를 보고 나서야 한쌍인줄 알게 되었습니다.


숨바꼭질 하듯 장난을 치는 수고양이....그런데 암고양이는 귀찮은듯 꿈쩍을 하지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마치 권투를 하듯 손을 내뻗어 내치곤 합니다.


장난을 하다 지쳤는지 바위 틈으로 사라지는 수고양이 잠시 후 바위 틈으로 사라진 고양이를 찾다가 바로 아래에서 잠들어 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위 틈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는 새끼 고양이 모습이 정말 편안해 보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잠든 모습은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 뒤에 있는 녀석을 곯아 떨어져 정신 모르게 잠에 취해 있는데 앞에 새끼 고양이는 인기척에 놀란 듯 한쪽 눈을 살며시 뜨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은 듯 눈을 껌뻑 거리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바로 옆 바위 속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한 녀석이 사라지고 난 후 남은 녀석은 정신 모르고 잠에 빠져 있습니다. 누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하게 잠에 취해 있는데 아마도 따뜻한 스티로폼 위라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가 누워있는 스티로폼 사이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고양이의 눈이었습니다. 방금 위에서 보았던 고양이였는데 바로 새끼 고양이의 어미였습니다.


내가 새끼 고양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새끼들 걱정에 바위 틈 사이로 기어 들어가 스티로폼 안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수놈 고양이는 사라지고 어미 혼자서 새끼 고양이를 걱정하는듯 나를 바라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애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