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이 들어선다는 기획부동산 전화 황당해...

2009. 4. 23. 23:35편리한 생활정보

며칠 전의 일이다. 오전에 사무실에 나갔다 오후에 집에 들어와 잠시 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요즘 가장 많이 걸려오는 전화 보이스피싱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기획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예쁜 여자 텔레마케터인듯한 아가씨는 좋은 소식이 있어 전화를 했다면서 00에 기차역이 생기는 역세권에 좋은 땅이 있으니 잡아놓으라고 했다.참여정부 시절에 기획부동산을 근절시키기 위해 필지분할을 할 수 없도록 한 후에 잠잠했던 기획부동산이 또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보도를 접한 터라 금새 낌새를 알아 챌 수 있었는데 아가씨는 예의 상냥하고 빠른 말솜씨로 숨돌릴 틈없이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런데 아가씨가 이야기를 들으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바로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기차역이 들어선다는 것이었다.이곳 동해안은 있던 기찻길도 개인에게 불하를 하거나 임대를 준 상태인데 뜬금없이 기차역이 들어선다니.....하긴 그렇다 이곳에서 호재가 될만한 것으로는 그것이 가장 좋은 뉴스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역세권이라면 가장 좋은 몫으로 여겨질테니 말이다. 동해안으로 기찻길이 뚫린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예전에 모 후보가 선거공약으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기찻길을 연결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었고 지역 경제인 중에서도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아직 어디에서도 계획되거나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는데 기획부동산에서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분양을 하는 듯했다.


이야기를 듣다가 아가씨에게 물었다. 요즘 분할이 되지 않는데 어떻게 분할을 하냐고 하니 가분할을 떠놓은 상태인데 지분으로 등기를 넘겨 받고 나중에 각자 분할등기를 해준다고 했다.기획부동산에세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지분등기는 나중에 내 땅이면서도 권리행사하기가 정말 힘들다. 도로도 가분할 상태로 떠놓은 것이라 나중에 필요에 의해서 도로를 만들려면 애를 먹는다. 이미 절반은 분양이 끝났다며 빨리 서둘러야 좋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아가씨의 말은 한치의 막힘도 없이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정확한 번지는 이야기해 주지도 않고 대충 어디라고 이야기 하는 그곳은 절대농지에 당장 집을 지을 수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가격도 평당 30만원으로 300평이면 9천만원으로 팔아먹기 딱 좋은 가격으로 잘라놓은 듯했는데 최소한 시세보다 5배 정도는 차이가 나는 듯했다.
누군가 또 기획부동산의 마수에 걸려들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자고로 좋은 호재가 있다며 전화를 받았다면 그건 틀림없이 기획부동산일 확률이 높다. 또 아는 지인을 통해서 권유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자체나 해당 부서에 전화를 넣어보거나 직접 방문해서 세세하게 알아본 후에 결정해야 한다. 서류를 떼어보고 내가 사려는 땅이 가분할 이전의 상태이거나 지분매입일 경우에는 기획부동산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곳 강원도는 예전에 고 정주영씨가 소떼 몰고 방북할 때와 금강산 여행이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양양 국제 공항이 들어설 때 여지없이 기획부동산 업자들의 광풍이 불었고 지금도 그때 사놓은 땅들을 팔지못해 애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내 금쪽 같은 돈을 땅에 투자할 때에는 남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서 직접 다니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