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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할머니가 53년간 혼자 사신 이유...

2009. 3. 3. 15:43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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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예정된 일을 마치고 씽크공장을 하는 형님과 점심을 먹었다.오랜만에 먹은 매콤한 물회맛은 사라진 입맛을 되찾게 해주었다. 점심 식사 후 잠시 짬을 내어 시장을 둘러보다 쌀집 할머니 집앞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에서 9년째 쌀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는 올해로 75세인데 참 정정하시다. 다른 사람 도움없이 쌀집을 운영하시는 할머니는 53년간 혼자 사셨다. 19세에 시집을 와서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22세에 군대 갔던 남편이 사망한 후 지금껏 홀로 지내셨다고 한다.
 명태와 꽁치등 해산물 할복과 보따리상을 해가며 아들을 키웠고 억척스럽게 학비를 벌어 시동생 중학교를 졸업시켰다고 했다. 강원도 영서지방과 경기도 양평 등지에서 해산물을 팔러 다니고 깻묵까지 팔며 시댁 집안 일들을 홀로 뒷바라지 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라고 하면 '백년해로 하자던 신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두운 땅속에 묻혀 있는데 꽃 피고 지는 것 보고 사는 내가 어떻게 불쌍하게 죽은 신랑을 두고 결혼을 하느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시고 시동생을 보살피는 것이 알려져 도지사가 주는 효부상을 타기도 했다는 할머니는 농담으로 " 효부상 탄 내가 결혼을 하면 주변에서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어....그래서 안갔어" 하며 웃으셨다. 군대에 가기전 남편이 할머니가 못생겼다며 '호박갈보'라고 놀리기도 했었는데 남편이 떠난 후에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늘 장똘뱅이처럼 떠돌다 보니 힘에 부치고 나이도 많아 9년전 시장에서 쌀장사를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이즉 살면서 내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부린 적이 없다고 했다. 좋은 사업이 있다며 유혹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자라듯 한눈 팔지 않고 살았다고 했다.


년선세 400만원을 주고 있다는 가게는 허름했는데 할머니는 가게 안쪽의 작은 방에서 전기장판을 깔고 생활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계셨다.
아들과 시동생이 모두 잘 되어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할머니는 아들이 서울로 올라오라 성화지만 평생 정이든 이곳 고향을 떠날 수 없다고 하셨다.


가게에는 쌀들이 많이 쌓여있고 잡곡들도 많았는데 모두 국산이냐는 말에 콩과 수수등은 중국산이라며 대신 쌀은 모두 국산이라고 했다. 중국산이 없는 이유는 모두 떡방아간이나 음식점으로 대량 공급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에 중국산 쌀이 들어온다고 해도 쌀만큼은 중국산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할머니는 자고로 맛있는 밥을 먹으려면 그 지역에서 난 쌀에 그 곳에서 나온 물로 밥을 지어야 가장 맛있다고 하셨다.
"오랜 세월 혼자 살아 오신 것을 후회하지 않으세요?" 라는 물음에 "이것이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 하며 웃으시는 할머니........거칠고 굵은 손등과 주름 속에서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체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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