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8. 14:34ㆍ세상 사는 이야기
지난 밤 서울에 있는 찜질방에서 잠을 설치고 속초를 향해 떠났다. 중간중간 졸음을 쫓느라 휴게소에 들러 커피와 생수를 사먹고 잠시 쉬었다 가기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도 장시간 운전을 할 때 졸음 운전 보다는 잠시라도 눈을 부치거나 휴게소에서 세수나 체조를 하면 졸음을 쫓을 수 있어 습관적으로 휴게소를 자주 들린다.
이날도 양평에서 잠시 들렀다 홍천의 화양강휴게소를 거쳐 인제를 향하는 길이었다. 군축령을 지나 터널로 들어서니 갑자기 어두워진 터널 속에서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지난 밤 찜질방에서 코고는 사람과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잠을 설쳐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장시간 운전을 해서 일어나는 현상 같았다. 천천히 터널을 빠져나와 좌측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가려고 신호등에 차를 멈췄다.
그리고 휴게소를 바라보는 순간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휴게소 하늘 위에 갯수를 알 수 없이 많은 연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중간중간 산림보호와 산불조심이라는 현수막도 걸려있어 관공서에서 날린 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휴게소에서 날린 연은 인제 시외서브 터미널 상공 위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두변째 빨간색 현수막에 흰글씨로 산불조심이라고 선명하게 써있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춤을 추는 연들은 마치 용이 꿈틀 거리듯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꼬리를 흔들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연이 시작된 곳을 가보았다. 누군가 벚나무에 연을 매달아 놓았는데 연을 날리는 줄이 엄청 굵었다. 하기사 현수막 두 개와 많은 연을 지탱하려면 이 정도의 끈이 필요할 듯했다.
바람을 따라 휴게소 위로 날다가 또 국도변 4차선 도로쪽으로 휘어지는 연 어림짐작으로 200여 미터는 되어 보였다.
색색이 다른 빛깔을 지닌 연은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도대체 누가 이것을 관리하고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휴게소에 들린 사람들이 신기한 듯 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산불조심이라는 현수막과 그 아래 적혀있는 전화번호만이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화장실이 급해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볼 일을 보고 나오다 휴게소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다.
"저 휴게소 광장에 날고 있는 연은 누가 날리는 것이죠?"
"아, 저 밖의 연이요....나가서 왼쪽에 있는 군밤 아저씨가 날린 연들이예요..."
밖으로 나와서 휴게소 왼쪽을 바라보니 군밤 장사 아저씨가 군밤을 굽고 있었다.
군밤장수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웃으시며 자신이 날린 연이 맞다고 했다. 아저씨는 올해로 나이가 53세인데 올해 처음으로 이곳에서 군밤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원래 고향이 경기도 성남이었는데 4년전에 인제에 정착을 했고 그동안 건축하는 곳에서 일을 했는데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데 이곳 휴게소를 운영하는 농협의 상무님이 군밤 장사를 해보라는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에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궁리하다가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추운 휴게소 밖에서 언손으로 연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문구점에서 파는 선물 포장지를 이용해서 35개의 연을 만들고 중간에 산불조심 현수막을 달았다고 한다.
휴게소에서 홍천 방향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돌로된 장식품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마치 송이모양을 한 돌들이 앙증맞았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좋고 모두 힘든데 그냥 넉놓고 있기 보다는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군밤장수 아저씨....
자신의 이름이 김월중이라는 것도 밝혔는데 예전에 월정사에서 3년간 수도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아마도 태어날 때 월정사에서 중노릇을 좀 할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지어준 듯하다며 웃었다.
연을 날리고 있는 곳 바로 옆에는 하늘색 양산이 바람에 날고 있었는데 이것은 앞으로 색색의 양산을 연으로 만들어 날릴려고 만들어본 우산연이라고 했다.
바람이 불 때 마다 위 아래로 펄럭거리는 하늘색 우산연........생각만해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경기가 좀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며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재미있게 봐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라는 군밤장수 아저씨.......그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가집에서의 도박 처벌 가능할까? (0) | 2009.02.16 |
---|---|
졸업식에서 껌 파는 이유를 물었더니.... (3) | 2009.02.13 |
강호순 카페에 가입한 아들 이유를 물었더니..... (15) | 2009.02.07 |
설 세러 집에 갔다 이혼하고 온 후배 (2) | 2009.02.05 |
난생 처음 아들과 동네 이발소에 갔더니.... (1) | 2009.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