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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동네 찜질방에 가보았더니...

2009. 1. 2. 08:40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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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해돋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31일 오후 부터 늘어난 차량들은 밤늦도록 끊이질 않았다. 새해 해돋이를 보러온 친구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찜질방을 찾아갔다. 친구는 유독 찜질방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늘 찜질방을 이용하곤 한다. 그런데 해마다 연말이나 연휴때면 찜질방이 만원사례다. 특히나 지난 해에는 실물경기 악화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경비를 아끼려고 찜질방으로 몰려 더 붐빈다고 했다.
이날도 해맞이 축제를 보려는 사람들이 찜질방으로 몰려들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지난 해보다 해돋이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는데 찜질방은 예외였다. 이번 연휴에 최대의 특수를 누리는 곳은 찜질방 뿐이라는 것이 사실로 느껴졌다.
해돋이를 보고 친구가 올라간 새해 첫날 저녁에 아내의 친구 가족과 다시 찜질방을 가게 되었다. 이곳에는 대형찜질방이 네군데 있고 소형 찜질방이 4곳 있는데 집에서 가까운 대형찜질방에 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 지난 밤 사람들 때문에 잠을 설쳐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차를 타고 대형 찜질방을 차례로 가보았으나 모두 마찬가지였다.할 수 없이 시내가 아닌 변두리 작은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곳은 10년 전에 갔다가 다음날 폭설이 내려 발이 묵였던 곳이었는데 토굴 찜질방이 인상적이었던 곳이었다.


 그런데 대포항을 지나려고 할 때 차들로 꼼짝을 못했다. 신정 징검다리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30분이 지난 후 도착한 찜질방은 차량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도 찜질하기는 최고라는 생각에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1인당 8000원을 주고 키를 받았다. 그리고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키를 잠그려고 하는데 잠겨지지 않는다 모두 키가 불량이라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걸지 않고 그냥 가라고 한다. 이곳은 처음부터 키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잃어버리면 어떡하냐고 하니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며 퉁명스럽게 핀잔을 준다.


아담한 찜질방은 가족들로 꽉 차 있었다. 목욕탕은 샤워만 할 수 있게 아주 작았다. 샤워기가 7개 있었지만 네 사람이 해야 할 곳을 빼곡하게 설치해놓아 서로 엉덩이가 닿을 듯했다.


소나무로 진을 낸다는 토굴 한증막은 들어서자 마자 솔향기가 가득 풍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마치 난민 수용소 같았다. 평소에는 누워서 땀을 내던 곳이었는데 이날은 앉을 자리마저 여의치 않았다.
7시 20분에 3000원 하는 미역국을 먹는 동안 아주머니에게 이곳에 평소에도 사람이 많으냐고 물으니 늘 꾸준하게 손님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곳은 대부분 가족들이 많이 오는데 시골에 목욕탕이 없다 보니 사랑방 역할을 한다고 한다.특히 겨울이면 이곳에 모여 찜질도 하고 함께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토굴 찜질방에서 찜질을 하면 피부가 매끄로워져 주부들이 유독 많다고 한다.그런데 밥을 다 먹을 무렵 갑자기 식당 아주머니가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아이고 "아내의 유혹"을 봐야하는데 손님이 자꾸 들어온다며 안절부절이다.막장 드라마라면서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는 아주머니처럼 많은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드라마에 몰입하였다. 그때였다 왼쪽 구석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거기 여자 목욕탕이예요!......"
갑자기 시선이 여자 목욕탕 입구로 쏠렸다. 거기에는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들어가다 흠칫 놀라 뒤돌아 보았다.
머리는 스포츠 머리를 깍았고 파카점퍼를 입은 사람이었는데 누가 봐도 남자였다.
사람들이 쳐다보자 그냥 여자 목욕탕으로 쑥 들어간다. 그러자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바로 쫒아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오더니 "여자가 맞아요"한다.....한참 후 나온 사람은 남자 사우나 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이 아주 큰 것으로 보아 여자가 맞는 듯 했다 다.사우나 복도 이곳 찜질방에 여자 옷이 큰 것이 없어서 남자 옷을 입은 듯 했다.
12시가 넘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시끄러워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 억지로 잠이 들었을 때는 지나는 사람이 발을 밟아 깨기도 했다. 수면실로 들어가니 그곳은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수면실에 사람들이 없는 이유를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소란스러움이 잦아 들었다. 대신 코고는 사람과 소곤 거리는 소리가 밤새 이어졌다.
새해 첫날 찜질방 풍경은 사람 사는 모습의 축소판이었다. 소란함 속에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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