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1. 16:38ㆍ세상 사는 이야기
아내가 한 해 동안감사했던 분들에게 선물할 것을 알아보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선물을 하려고 하니 썩 내키는 것이 없다.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고민하다 요즘 고유가에 주유상품권이 좋을 듯하여 난생 처음 상품권을 사러 시내로 나가 보았다. 그런데 차량으로 한 바퀴를 돌아도 상품권 파는 곳이 한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예전에는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상품권 판매소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4~5년 전만해도 바다이야기나 황금성등 사행성 오락실 근처에도 상품권을 깡해주는 곳이 참 많았는데 아마도 그 여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 가짜 상품권도 돌아다녀 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할 수 없이 114에 전화를 걸어 상품권 파는 곳을 물어보았다. 다행히 한 곳이 있다고 했다.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에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상품권을 파는 가게에 들어서니 마치 예전에 보았던 전당포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유리창으로 만들어진 내부에 한 뼘 정도의 공간만 보이는 가게는 답답해 보였다.
마침 주인은 식사중이었는데 반찬 냄새가 가게안에 가득차 있었다. 주유 상품권은 만원권과 오만원권 그리고 십만원권이 있다고 했다. 만원짜리로 30장을 달라고 했다. 은행에서 지폐를 세는 기계에 올려놓고 금새 다라락하며 30장을 세어 주었다.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주인이 내 얼굴을 뻔히 쳐다본다.
"아저씨, 여기 카드 안되는데요?"
"아니,요즘도 카드 안되는 곳이 있나요?....당연히 될 줄 알고 왔는데...."
주인은 불쾌하다는 듯이 전국 어디를 다녀도 카드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저희들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합니다.....식사를 방해해서 그런지 굉장히 퉁명스러웠다.
할 수 없이 폰뱅킹으로 결제를 하고 가게를 걸어 나왔다. 나오면서 괜히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카드가 안되는 것도 그려려니와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주인의 표정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다른 지역의 상품권 가게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곳에서도 카드 결제가 안된다고 했다. 200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인하여 상품권은 발행자와 그 위탁판매 계약을 맺은자에 한하여 카드 1개당 매월 100만원 범위내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다.유가증권인 상품권은 환금(換金)성이 높은관계로 신용카드의 결제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다른 변칙의 금융거래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카드사의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어 카드 거래를 금지 시켰다고 한다.
현재 일반 상품권 판매점이나 이마트와 롯데.현대백화점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법인 카드와 현금을 제외하고는 개인 신용카드로 상품권 구입이 안된다고 한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관계자들은 이른바 '카드깡'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며 상품권은 유가증권이라 돈을 주고 돈을 산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예외로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홈에버, 홈플러스 2001아울렛 등에서는 개인카드로 100만원까지 상품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상품권으로 카드 구매가 되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이런 들쭉날쭉한 상품권의 카드 구매 여부 때문에 애꿋은 소비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인데 10만 원 상품권 한 장을 사면서 카드깡 운운하는 유통업체의 변명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현재는 카드깡이 많이 줄어든 상태인데도 카드깡 운운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않은 발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편리보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우선시 하다보니 상품권의 카드 결제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난생 처음 상품권을 구입하려다 머쓱해진 하루였는데 아마도 나처럼 카드를 내밀었다가 무안당하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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