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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낡은 동네 목욕탕을 가는 이유

2008. 12. 21. 22:49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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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를 가나 최신 시설의 찜질방과 사우나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전에 여관이나 모텔을 이용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싸고 편리한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하고 찜질방 마니아도 생겨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때문에 피해를 보는 곳이 여관이나 모텔뿐만은 아니다. 기존에 동네 목욕탕들은 경쟁력이 떨어져 가격을 낮추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내가 사는 곳도 관광지다 보니 많은 사우나와 찜질방이 생기고 사라졌다. 1등이 아니면 사라남기 어려운 것은 어떤 업종이건 마찬가지다. 
나도 여행을 갈 때면 늘 찜질방을 찾곤 한다. 사람들이 많아서 잠은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람도 만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친구가 오거나 내가 외지로 나가는 경우가 아닌 경우는 대부분 동네 목욕탕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아내의 성화 때문에 할 수 없이 동네 목욕탕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편하고 좋다.
사실 최신 시설을 갖춘 사우나와 찜질방이 집에서 더 가깝다. 처음에는 아내와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를 이용했었는데 사람이 너무나 많고 아이들이 시끄러워 정신 사납다며 다시 동네 목욕탕을 찾게 되었다.


동네 목욕탕이라고 해서 가격이 싼 것은 아니다. 최신 시설의 사우나 시설을 갖춘 찜질방과 가격은 똑같고 시설은 낙후되어 있다.
가격이 차이난다면 7세미만의 소인이 이곳이 500원 더 싸다는 것 밖에는 없다.그런데 아내는 왜 시설이 낙후된 동네 목욕탕을 좋아하는 것일까?


남자 목욕탕의 내부다. 멀리 요즘은 보기 힘든 등에 때미는 기계가 보인다.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다. 이곳은 7~8년전만 해도 이곳에서 가장 좋은 목욕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8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텅비어있다.
가까운 곳에 대형 사우나와 찜질방이 생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손님의 60% 이상 새로운 사우나와 찜질방에 빼앗겼다. 그러다보니 목욕탕은 늘 한가하다. 아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가하다는 것이다. 여유있게 목욕을 즐길 수 있고 고객의 70%가 동네 아줌마들이다 보니 수다를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사우나와 찜질방에는 늘 젊은 친구들과 아이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대화를 나누기가 편치 않기 때문에 같은 생각을 하던 아줌마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남탕 보다는 여탕에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시설이 낡아도 마음 편한 것이 좋을 나이 때문인지 몰라도 아내는 이곳이 참 편하다고 한다. 주인 입장에서는 손님이 없어 속이 상할 노릇이지만 이런 손님마저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내. 여자 목욕탕에서는 시원한 식혜나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속된 말로 아줌마들이 죽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남자 목욕탕에는 그 흔한 맥반석 달걀도 없고 단지 정수기 물과 서너가지의 음료수만 마실 수 있다.


역기와 함께 유일하게 있는 헬스기구.....허리와 허벅지 살 빼는데 참 좋지만 소리가 너무 요란해 별로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분명한 것은 이곳이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운영했다면 벌써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건물 주인이 운영하다보니 최소의 인원(카운터 남탕 여탕 각 한 명씩 3명)으로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줌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동네 목욕탕......아내의 소원처럼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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