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쇼라도 좋으니 이곳도 방문해주세요!

2008. 12. 9. 10:12세상 사는 이야기


12월 5일자 각 일간지 1면에 보도 되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은 마치 유신체제에 박정희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시장을 방문하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박정희 대통령은 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각종 책자나 일간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지금도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가을에 밀집모자를 쓰고 낫으로 벼를 베던 모습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생하게 가슴에 남아있는데 한 컷의 사진이 얼마나 오랜 시간 마음 속 깊이 각인 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하겠다. 그런데 만일 그것이 진심이 아니고 이례적인 행사 였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지금 어디를 가나 춥고 배고프다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편중이 심화된다고 한다.
또 어려울 때 일수록 부자보다 가난한 자가 고통과 상처를 크게 받는다고 한다.
요즘 아침 용역회사에 나가보라 일자리가 없어서 나왔다 허탕을 치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를...건물청소를 하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일이 끊겨 전전긍긍하고 있고 시장에서 노점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하루종일 팔아도 2만원을 손에 쥐기 어렵다고 한다.
신문과 TV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재래시장 방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냉랭했다.
"대통령 취임한지 벌써 1년이 다되어 가는데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어..."
"외국에만 들락날락한 것 밖에는 기억이 안나는데 이번에 신문에 나왔데 ....시장 아줌마와 부둥켜 앉는 장면이...."
"저런 거 예전에 신물이 나게 많이 봤어.....박정희 대통령 때에는 늘 TV나 텔레비젼에서 하루 멀다하게 나왔어..."
"그때처럼 하는 거 쇼라고 밖에 생각안해...꼭 나와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렇게 떠들썩하게 사람들 데리고 다니면서 선전할 필요 없잖아.....차라리 암행어사처럼 혼자 조용히 순시를 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느껴보던지......"
"하긴 쇼라도 좋으니 여기에 와줬으면 좋겠어......그러면 우리 중에 목도리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물건도 팔아줄테니....."
"진짜 어려우면 연락하라구?........진짜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하는 소린지 모르겠어..." 

                                                                               <중앙일보 12월 5일자 1면>

"신문들도 저런 기사 1면에 실을 거면 평소에 현장의 모습과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했으면 좋겠어."
여기저기서 말문이 터지자 봇물처럼 쏟아지는 숫한 원성들......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재래시장에서 (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도 내놓았을까. 기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것은 없고, 그냥 즉석에서 배추 500포기 사주고, 목도리를 선사했다는 것밖에 없다”면서 “경제를 살릴 실제적 대책은 없고, 그 공백을 ‘서민을 보듬어주는 대통령’이라는 웃지 못할 포토제닉의 가상으로 채우겠다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동안 부자들을 위한 교육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등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 현정부가 얼마나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부채질 해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대 때문에 뽑아 줬더니 부자들만 부자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아주머니들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그리고 동아일봉 실린 기사를 읽다보면 언뜻 이명박 대통령이 인자하고 인정많고 사려깊은 대통령으로 포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민들의 아우성을 담보로 찍은 한 장의 사진 ....눈물이 낫다는 대통령의 눈물이 정말 악어의 눈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