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솝우화

2008. 5. 26. 22:25마음의 양식 독서



행복한 이솝우화

          이동호

나는 책이다.
508호 집이 이사갈 때
온갖 잡지와 함께
쓰레기로 버려졌지만
108호 집 사내의 눈에 띄어
혼자 살아 남은
이솝우화다

사내의 딸은 여덟 살
아빠가 주워온 줄도 모르고
이야기 속에 푹 빠졌다
여우가 지나가고
늑대가 지나가고
토끼가 잠든 사이
거북이 지나가고

아이의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난 동물들이
아이의 가슴에
집을 짓는다

그냥 쓰레기로 버려질
내 안의 것들이
아이의 꿈으로
되살아나는

나는 행복한
이솝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