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과 자산효과

2008. 2. 22. 18:19경제와 세금 상식

지난 1997년 8월 미국 다우존스주가지수가 8천선을 넘어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을 때 시사주간지 '타임'은 재미있는 가상 시나리오 기사를 게재했다.

어느날 미국 애리조나주에 외계인이 탑승한 UFO가 착륙했다. 이로 인해 우주전쟁 발발이 예상되자 최신무기,비상식량과 같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의 화성 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그 보상으로 천년 이상 앞선 자신들의 첨단기술 이전을 제의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가 대폭락한다는 내용이다.

현실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이 시나리오는 주가상승으로 대변되는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적어도 UFO가 날아드는 것과 같은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미국경제의 호조세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세가 미국경제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몇 가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산효과를 들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부자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굳이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푸근한 마음으로 이전에는 생각지 않던 고급 가전제품이나 가사용품의 구입을 고려하게 된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하는 근사한 주말 외식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심지어는 그동안 미뤄왔던 관광도 다녀 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경기가 더욱 좋아지고, 이는 다시 주가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개인의 소득수준이 바뀌지 않더라도 자산가치가 높아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자산효과(Wealth Effect)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의 범주에는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채권 같은 것도 포함된다.

올들어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는 1000선을 회복했다. 지난 7월 18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5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가 매우 미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자산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과거와는 달리 자산효과가 작용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에 대한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보다는 주식형펀드 가입과 같은 간접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층 높아진 적립식펀드에 대한 관심이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소형 주식이나 코스닥 종목들의 가격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기업들이 중간배당을 실시하거나 배당금액을 늘리면서 가계의 여유자금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것도 소비증가를 기대하게 만든다.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경제의 입장에서는 자산효과가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자산가격이 본질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오르면 거품이 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거품은 언젠가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자산효과의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출처:http://rg4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