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2. 16:23ㆍ마음의 양식 독서
대학에서 진화론의 강의를 들은 누예는 두개의 세포로 분열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때까지 그는 생산 없는 순수를 지향한 시인이었다. 인민의 벗이 되려고 공산당에 들어간 그는 인민의 적을 죽여 인민을 만들어 내는 벽을 뚫려고 전쟁에 자원한다. 그러나 그는 포로가 된다. 내가 누예를 만난 것은 섬으로 옮겨진 후의 일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남을 죽이고 남을 죽여야 자신이 살 것만 같은 생존을 위한 전쟁이 한창인 남해의 고도에는 붉은 기와 푸른기가 맞서서 휘날린다. 이러한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누예는 여전히 꿈을 꾸면서 산다. 급기야 인민의 영웅이었던 그는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혀 감나무 아래로 불리어 간다. 집단 구타를 당한 뒤에 그는 수용소에서 사상과 계급 그리고 인민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살인 행위에 반항한다. 그는 자유의 구속을 느낀다. 포로의 노예적인 생활에서 자유인의 모습을 보지만 그것도 자유인이 아니라 자유인의 노예임을 느낀다. 자유라는 구속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그는 철조망에 목을 매고 자살한다. 누예의 유서에 나타나 있는 그의 성장 과정은 유난히도 외로움과 고독의 연속이며 그는 이율배반 속에서 어물어물하며 지내는 자신의 모습에 번민을 한다. 누예가 죽자 나는 해안선으로 가서 자유를 가져올 배를 기다리며 수용소 생활에서 풀린 뒤 누예 어머니가 있는 산 속 하꼬방으로 중풍에 걸린 그녀를 찾아간다. 노파는 기아와 중풍에 시달려 쥐를 날 것으로 먹는다. 나는 노파의 그런 모습에 침을 뱉고 싶지만 죽은 누예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나는 여러 가지 망상에 사로잡혀 어느 역사가 창조의 길이고 혹은 멸망의 길이며 어느 쪽으로 흐르는 시간이 과거이고 혹은 미래인지 자문자답한다. 산다는 것이 죄라고 생각한 나는 누예와 노파 그리고 고양이를 떠올리면서 과연 내일 아침에도 해가 동산에 떠오를 것인가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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