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2. 16:19ㆍ마음의 양식 독서
김 영감의 머슴이었던 중실은 해마다 사경을 또박또박 받아 본 일 없고, 옷 한 벌 버젓하게 얻어 입은 적도 없으며 명절에 돈도 푼푼히 없이 지내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첩을 건드렸다는 엉뚱한 김 영감의 오해로 그 집을 후회 없이 나오게 된다. 그는 갈 곳이 없어 빈 지게만을 걸머지고 산으로 들어간다. 그 커다란 산만은 사람을 배반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는 산에서 벌집을 찾아내어 담배 연기를 사용해 꿀은 얻었고, 산불 덕택에 죽는 노루를 발견해 양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나무를 장에 팔러 마을에 내려왔다. 나무를 팔아 중실은 감자, 좁쌀, 소금, 냄비를 샀다. 마을은 중실이 떠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떠들썩했다.
그러다가 김 영감의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의 첩이 최 서기와 줄행랑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실은 다시 들어갈 생각이나 김 영감을 위로해 줄 친절도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았다.
마을에 있으려니 다시 산이 그리워진 중실은 산 물건들을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저녁을 해 먹은 후, 그는 이웃집 용녀를 생각한다. 그리고 상상을 해본다. 오두막집을 짓고 감자밭을 일구며 염소와 닭, 돼지를 칠 것··· 그리고 그는 낙엽을 이불 삼아 별을 헤면서 잠을 청한다.
하늘의 별이 와르르 얼굴 위에 쏟아질 듯싶게 가까웠다 멀어졌다 한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어느 결엔지 별을 세고 있었다. 눈이 아물아물하고 입이 뒤바뀌어 수효가 틀려지면 다시 목소리를 높여 처음부터 고쳐 세곤 하였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세는 동안에 중실은 제 몸이 스스로 별이 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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