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15. 12:14ㆍ마음의 양식 독서
등신불
작가
김동리
줄거리
학병으로 끌려갔던 나는 남경에 가게 되었고, 진기수씨의 도움으로 정 원사에 머물게 되었다. 정원사의 법당 뒤에는 금불각 이라는 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는 등신불이 안치되어 있었다.
등신불은 머리 위에 향로를 이고 두 손을 합창한, 고개와 등이 앞으로 좀 수그러진, 입도 조금 헤벌어진, 그것은 불상이라 할 수도 없는 형편 없이 초라한, 무언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사무치게 애절한 느낌을 주는 등신대의 결가부 좌상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나는 미묘한 충격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미묘한 충격에 말로써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 불상은 당나라 때의 어떤 스님이 소신 고양으로 성불한 모습이라 했다. 원혜 대사에게 등신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후, 대사는 나에게 진기수씨에게 혈서를 바 치느라고 살을 물어 뗀 나의 식지를 쳐들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