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21)
-
앙상했던 어미개 잘 자랐습니다.
지난 해 가을 고향에 있는 어미 진돗개 이야기 '눈물겨운 어미개의 모정'이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었습니다. 풍산개 아빠와 진돗개 어미 사이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낳자 마자 죽고 일곱 마리의 새끼들이 남았었습니다. 다행히 남은 일곱 마리의 강아지는 건강하게 잘 자랐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빨아대는 새끼들 때문에 점점 야위어 가는 어미개를 보며 팔순 아버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추석이 일주일 남았을 무렵 고향에 갔다 야윈 어미개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었습니다. 사료와 함께 생선을 푹 삶아 주는 데도 자꾸 살이 빠져 걱정이라는 팔순 아버지는 농사일만 아니면 젖을 떼고 우유를 먹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추석이 지난 얼마 후 어미를 위해 새끼들을 모두 마을..
2010.02.20 -
헉!..감자 한 개 1500원 손이 안가요
주말을 이용해 퇴근하는 길에 이마트에 들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리 훈제 한 마리와 닭볶음용 닭 두 마리를 사다달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들린 오후 늦은 시간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3개월간 최저가 세일을 한다는 광고 덕분인지 아니면 주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다 카트를 밀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각 코너에는 벌써 설날 대목을 위해 준비한 선물세트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격을 꼼꼼히 적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1층 매장에서 먼저 오리 훈제와 닭볶음용 토종닭을 사고 닭볶음탕에 넣을 재료인 감자와 고구마를 사기 위해 이동을 했다. 채소와 과일들이 쌓여있는 매장에는 호박고구마와 황토고구마 그리고 감자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먼저 고구마 1.3kg 한팩에 2890원 하는 것을 카트에..
2010.02.01 -
2년 지난 냉동만두를 아껴 먹는 이유
어머니가 생전에 직접 만들어 주신 만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그동안 냉동실에 넣어두고 라면을 끓여 먹을 때 한 개씩 넣어 먹었는데 이제 달랑 네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만두가 냉동실로 들어간지가 꼬박 2년이 넘었다. 2006년 설날 때 어머니가 바리바리 싸주셨던 음식중에 유일하게 남은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늘 고추가루며 들기름 김치 마늘 파 대부분의 농산물을 직접 보내주셨는데 2007년 12월 갑자기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늘 겨울 방학 때면 속초에 와서 20여일간 머무시곤 했는데 우리집에 오시기 며칠 전에 갑자기 변을 당하셨다. 너무나 갑자기 당한 일이라 임종도 지키지 못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는 죄스런 마음이 남아있다. 맞벌이를 하면 집안 일을 찬찬히 챙기지 못한다며 택배로 보내..
2009.03.06 -
설 세러 집에 갔다 이혼하고 온 후배
지난 밤 후배와 술을 마셨다. 지방에서 건축을 하는 후배는 설을 세러 간다고 서울로 올라 간 후에 열흘이 지나서야 내려왔는데 그동안 내려오지 못한 이유를 알고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설을 세러 올라가서 빨리 오지 못한 이유가 아내와 이혼 도장을 찍고 내려오느라 늦었다는 것이었다. 후배는 큰 회사에서 건축사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나 개인 회사에 취직했는데 서울쪽에 일이 없다보니 지방의 펜션이나 개인주택 위주의 건축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강원도 고성에서 경북 울진 포항 등지로 돌며 집을 짓다보니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리기도 어려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열심히 일을 해서 매달 생활비로 200여만원의 돈을 아내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중학교 다니는 아들만 둘인 후배는..
2009.02.05 -
바닷가에 혼자 날고 있는 연 주인은 누굴까?
설날을 보내고 하루 일찍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친구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잠깐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가 보니 별 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이왕 온김에 바닷가나 둘러볼 참으로 백도 해수욕장을 지나 삼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자작도 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간이 해수욕장인데 작은 해수욕장임에도 주변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보다가 소희와 은재가 죽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이곳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백사장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늘을 날고 있는 연이었는데 사람도 없는 해수욕장에 연이 혼자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
2009.01.28 -
친구가 동창회 카페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
이번 설날은 마음에 여유가 없는 명절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소식 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도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고 오지 못하는 친구들 사연들이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영업용 택시운전을 하던 친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지 벌써 다섯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또 몇몇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남아있는 친구들 중에 사업이 부도가 나 고향에 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고향에 온 친구들과 만나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러 얘기를 나누다 동창 카페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한 친구가 얼굴색이 변하며 카페 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했다. 왜그러냐고 묻자 고개를 홰홰 젓는다. 더 궁금증이 생긴 친구들이 채근..
2009.01.27 -
설날 처갓집에 간 남자 이유 알고 봤더니....
어제였다. 불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벌써 고향에 갔느냐고....설날 전 늦게 갈 것이라고 했더니 사무실에서 잠깐 보자고 한다. 하던 일을 마주 끝내고 친구 사무실에 들렀더니 설날 선물이라며 김 선물세트를 내준다.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고 미안해 하자 아는 사람이 공장을 해서 팔아주는 것이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한다. 친구와 차를 마시고 있는데 사무실에 함께 근무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고향에 갔느냐고 했더니 고향이 아니라 처갓집에 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처갓집에 먼저 들리고 고향으로 가려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아버지 제사를 다녀오고 난 후 부터 틈만나면 앞으로 고향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며 공언을 하더니 이번 처음 맞는 명절에 미리 처..
2009.01.25 -
우리집 명절증후군 원인 알고 봤더니....
내일이 민속의 명절 설날이다. 설날이면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며느리는 물론이요 심지어 어머니까지 음식 장만하랴 밥상 차리랴 늘 분주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한다.특히나 맏며느리 같은 경우는 먼저 시댁에 달려가 설차례상과 각종 음식을 준비하느랴 바쁘고 그 아래 동서들도 오는 손님들 상 차리고 뒷치닥거리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우리집은 아들만 사형제인데 모두 결혼을 해서 며느리가 넷이다. 명절 때면 아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모두 밖으로 나가고 며느리들만 남아서 각종 음식을 장만하곤 한다. 동창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 터라 한 번 나가면 열 두 시가 넘어서 들어오거나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아침에 여자들이 차려준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렇게 ..
2009.01.25 -
설을 앞둔 재래시장 늘 오늘 같았으면...
설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설 밑에 불어닥친 한파와 강풍 때문에 외출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지만 점심 무렵에 재래시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중앙시장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밀리기 시작합니다. 역시 설날에는 재래시장이 최고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면 편리한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재래시장 상인들의 걱정이 대단했지만 지난해 재래시장 정비사업을 마치고 난 후에 깔끔하게 변한 시장의 모습에 소비자의 만족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중에 하나는 제수용품으로 사용할 신선한 수산물을 구입하는데 재래시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 나이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 모처럼 중앙시장 주차장이 꽉 찼습니다. 입구에는 만차를 알리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지..
2009.01.24 -
설날이면 생각나는 덕담 할아버지
얼마 있으면 설날이다. 오늘부터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남쪽 지방은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중부지방은 강풍에 한파가 맹위를 떨칠 것이라고 한다. 지난 해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고향에 가는 것이 맘 편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역시도 부모님을 뵙기 위해서 설날 전에 갔다가 다음날 다시 올 생각이다. 어릴 적에는 1년에 가장 기다려지던 날이 설날이었다. 1년에 가장 맛난 음식에 세배돈도 받을 수 있는 날이라서 아이들에게는 생일보다 더 기다리지는 날이기도 했다.그 중에서도 설날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할아버지가 한 분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당시 92세로 동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라서 설날이면 세배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했다. 해마다 다른 동네 사람까지 인사를 하러와 아이들..
2009.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