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어미개의 모정

2009. 10. 24. 12:43사진 속 세상풍경

팔순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에는 개가 두 마리 있었다.
한 마리는 작은 아버지 집에서 가져온 흰색의 풍산개였고 다른 한 마리는 지금 남아있는 진돗개였다.
풍산개는 절에서 자라다 작은 집으로 오게 되었고 다시 아버지가 사는 고향으로 오게 되었는데 새로운 곳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아니면 외로움 때문인지 시름시름 앓다 올 가을초 끝내 죽었다.
죽기 전에 진돗개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남겼는데 여덟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유일하게 흰색이었던 새끼 강아지가 태어나자 마자 죽고 어미의 진돗개처럼 갈색의 새끼들만 일곱 마리만 남게 되었다.
추석 일주일 전에 고향에 갔을 때 어미는 새끼들이 젖을 먹이느라 몰라보게 수척해 있었다.
틈만나면 어미젖을 찾는 일곱 마리의 새끼들 때문에 앙상해진 어미의 모습은 어릴 적 아들 사형제의 밥을 굶기지 않으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노안으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어머니와 아들 사형제를 위해 날마다 8km가 넘는 읍내까지 걸어다니시며 나물이며 농산물을 팔러 다니시던 어머니....그때는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시는가 보다는 장에서 사다주시던 고무신이나 옷 그리고 사탕이나 퉁퉁 불은 풀빵등 잿밥에만 관심이 많았었다.
아마도 나중에 어머니는 평생 관절염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는데 아마도 사형제가 어릴 적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늘 먼거리를 걸어다닌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오곤 한다.


젖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 어미 젖을 쿡쿡 찌르며 빨아대는 어린 강아지들 ....얼마나 세게 빠는지 쭉쭉 소리가 들리는데 아플만도 하건만 새끼들이 불편해할까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뒤집혀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필사적으로 젖을 무는 어린 강아지들.......일전에 어미를 풀어놓았다 바로 앞 공장 차량에 새끼들이 치일뻔한 이후로 묶어 놓았다는 아버지는 어린 새끼들 때문에 어미가 너무 빠졌다며 걱정이 태산이셨다. 


새끼들이 젖을 잘 물 수 있도록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 어미개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추석에 다시 찾은 고향집에는 강아지들이 몰라보게 자랐고 새끼들이 자란만큼 어미는 더 야위어 있었다.
차마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마른 어미개의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 집을 찾은 조카들은 귀여운 강아지 모습에 밝게 웃으며 연신 몸을 쓰다듬곤 했는데 아직 사람의 손이 두려운 녀석은 자꾸만 도망을 쳤다.


배부른 뒤의 포만감 때문일까? 곤하게 잠든 녀석의 모습과 낯선 사람들이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 어린 강아지의 모습이 귀엽다.


호기심이 발동한 녀석들이 카메라를 쫓아 졸졸 다가왔다. 어미 개의 지극정성으로 잘 자란 녀석들 몸이 토실토실 건강한 모습이 정말 귀엽다.
아버지가 더 이상 키울 수 없어 마을 사람들에게 분양해주신다고 하는데 벌써 강아지를 키울 사람들이 모두 정해졌다고 한다.
지극한 어미의 사랑으로 잘 자란 녀석들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