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실리카 온천에서 본 노인의 작은 배려심 감동!

2018. 12. 25. 11:23세상 사는 이야기

이번 겨울은 지난 해에 비해 추위가 훨씬 덜한 듯하다.


지난 해에는 난생 처음 시베리아 보다 더 춥다는 뉴스를 접할 정도로 강추위에 고생했던 생각을 하면 올해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오면 아내와 나는 주말마다 주변 온천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올초에는 속초시 설악동에 문을 연 호텔 스파스토리 내에 있는 온천을 자주 가다 온천물이 좋아 지금은 아예 회원권을 끊어서 이용중이다.


그런데 문을 연지 1년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운영난에 호텔이 다른 사람 소유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찜질방도 수리한다는 명목으로 문을 열지 않고 그나마 운영중인 사우나도 관리가 점점 허술해지고 있어 안타깝다.


사우나 내에 공기의 수압을 이용한 마사지가 있었는데 고장이 나서 그런지 작동하지 않은지 꽤되었고 냉탕에는 벽면에 물때가 끼어 미끄덩거려 들어가기 꺼림찍하기 까지 했다.


 

 

지난 주에는 유독 아이들이 많았는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정신이 하나 없었다. 아이들이 뛰고 물바가지 같고 장난치면서 소리를 질러도 누구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이 기죽을까봐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젊은 부모들의 생각은 이해가 되지만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 이번 주 사우나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몸을 씻고 있었는데 자구 바로 옆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나이가 대충봐도 70은 넘어 보이는 분이셨는데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에도 불구하고 옆에 사람이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히 몸을 씻고 있었다.


그런 일상이 당연하다는 듯 내몸을 씻고 한증막과 냉탕을 다녀온 후 세면도구를 챙기러 몸을 씻던 자리로 돌아왔는데 아까 내 옆에 계시던 분이 아직도 그 자리에 계셨다.


몸을 다 씻으셨는지 가져온 세면도구를 작은 가방에 넣더니 갑자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용하던 비누곽을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주변을 물로 깨끗하게 정리하기 시작하더니 앉았던 의자도 수세미로 닦고 제자리에 갖다 놓고 마지막에 거울까지 깨끗하게 닦고는 자리를 뜨셨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듯 깨끗한 옆 자리를 보면서 평소 내 몸씻기에만 열중하고 뒷정리를 소홀히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사용했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음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분의 자리처럼 내 자리도 깨끗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우나 시설의 관리소홀과 천방지축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떠난 그 분의 작은 배려를 생각하면서 남을 불평하기에 앞서 내 자신부터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내 자신부터 바뀌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