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내려도 안 팔리는 땅 왜 그런가 했더니...

2012. 8. 21. 12:25세상 사는 이야기

시세보다 낮게 나온 토지 현장에 가 보니...

며칠 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0년전 산 땅을 팔아달라는 전화였다.
꼼꼼히 메모를 한 후 토지이용확인원과 지적도를 확인한 후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무실에서 차량으로 15분 거리고 시세보다 낮게 나온 가격이라 현장을 빨리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생각했던 대로 괜찮은 물건이었다.
남서향에 앞에는 하천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 토지라서 손님에게 권하기 좋은 땅이었다.
더군다나 매매해 달라는 가격이 착했다.
평당 15만원이었는데 주변 시세에 비해 최소 5만원은 낮게 나온 가격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물건이었다.

도로가 있는데 맹지라는 노인 이유는?

한참을 둘러보고 난 후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전후 좌우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토지와 인접한 곳에 살고 있는 노인 한 분이 나를 불렀다.
"어떻게 오셨오?..."
"예...이 땅 매매의뢰가 들어와서 현장답사왔습니다."
"그래요?....이 땅 팔기 힘들거요..."
다짜고짜 팔기 힘들다는 얘기를 꺼내는 노인....
"아니, 왜요!....뭔 문제있나요?"
"이 토지는 길이없어요....맹지라고요 맹지..."
"아니, 여기 다리와 포장도로가 되어있잖아요..."
"사람 다니는 것은 막지 않지만 건축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가 한 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는데....
그 땅의 내력은 이랬다.
10여년전 중개인을 통해서 네 사람이 이 땅을 매입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이곳 주변에 대학이 있었고 매입한 토지 인근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에 평당 20만원을 주고 매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매입하고난 후 토지에 건축을 할려다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동안 도로인줄 알았던 토지가 도로가 아닌 개인 소유라 토지 사용승낙서를 받거나 도로부지를 따로 매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문제의 토지 노란색 점선 안이 의뢰받은 물건이고 다리 건너 도로가 있는 빨간선 안이 개인 사유지 그리고 노란선과 빨간선 사이는 구거고 흰색선이 하천부지다.)


감정적 대응과 지가 하락....

그런데 노인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다툼이 생기고 또 한편으론 다른 곳을 통하여 압력을 넣어 숱하게 싸웠다고 한다.
"내가 처음부터 순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면 이렇게 까지 않합니다..."
"요즘도요 이 땅 보려고 오는 사람 엄청 많아요...하지만 내 얘기 들으면 뒤도 안보고 돌아갑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길 안내줍니다..."
"하천으로 다리를 놓으면 되지 않나요?"
"하천 매립한 곳을 점용허가 받아서 제가 농사를 짓고 있어요....다리를 놓는다면 결사 반대할 겁니다...
저 사람들이 오죽하면 10년전 평당 20만원에 산 땅을 15만원에 내놓겠습니까?.."


도로가 있다고 다 도로가 아니다...

토지를 매수할 때 도로가 확보되어 있는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길이라도 도로가 개인 사유지일 경우 건축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땅을 매입할 때는 건축하는데 문제가 없는 도로인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천천히 순리적으로 풀고난 후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