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잡은 꿩 잡아먹자는 말에....

2012. 1. 6. 07:00사진 속 세상풍경

난생 처음 꿩 잡은 형님....

소한을 하루 앞둔 영동지방은 한파주의보가 내릴만큼 추웠습니다.

'대한이 소한네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매서운 날씨에 지난 밤 처음으로 내복을 꺼내 입었습니다.
아침에는 강추위에 목도리까지 동여 매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바로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라 형님에게 물으니 웃으며 꿩이랍니다.


폭설과 한파를 견디지 못한 꿩

"아니 웬 꿩이 여기 있어요..."
"응, 아침에 출근하려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는데 구석에 머리를 푹 파묻고 있는 것을 차에 싣고 왔어.."
"아마 지난번 내린 폭설에 먹을 것이 부족하고 또 며칠간 닥친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온 것 같아."  


꿩고기 해먹는다는 말에.....

"그런데 형님 이 꿩을 어쩌시려구요?"
"옆집 식당 사장님이 점심 때 꿩고기 해먹자 그런던데......."
"에이...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제발로 들어온 동물은 잡아 먹는 거 아니예요..."
"정말이야?"
"그럼요...새해 벽두부터 찾아온 동물을 잡아 먹으면 1년간 재수가 없대요..."
그말에 평소에 찜찜한 것 싫어하던 형님이 바로 방사해주자고 하더군요.


꿩 방사하기....

오전 11시쯤 형님과 함께 사무실에서 3km 떨어진 청대산 자락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산에 눈이 많이 쌓여있어 소나무가 많고 눈이 녹은 곳을 골라서 꿩을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도착한 청대산 자락은 아직 길이 꽁꽁 얼어있었는데 다행히 산자락에 눈이 녹은 곳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꿩을 조심스럽게 꺼내든 형님....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야지..."
"알았어요.."


"꿩아 ...너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우리 사무실도 팽팽 잘 돌아가게 해다오..."

형님이 꿩과 이별의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진을 찍고 난 다음 방사를 하려는 순간.....
순식간에 꿩이 푸드득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
처음에 놓아줄려고 했던 반대편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꿩...
꿩이 저렇게 비행을 잘하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꿩의 비상처럼 올해 모든 일이 잘 풀렸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설악산 울산바위를 향해 날아간 꿩...
날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찍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씩씩하게 날아간 꿩의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더군요.
"아,,,착한 일을 해서 그런가 기분이 좋네...공기도 시원하고..."
꿩을 방사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형님이 산 아래로 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이날 점심은 꿩고기 대신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마셨는데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기뻤던 하루처럼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