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서 술잔 돌리기 거부했더니....

2011. 12. 30. 16:09세상 사는 이야기

연말 잦은 술자리 지친다 지쳐..

연말 각종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동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 음주 습관을 아는 지인과 술자리를 갖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술자리는 낯설고 거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주에도 지인들과 함께 송년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친구 사무실에서 몇번 뵙던 분도 함께 나왔더군요.
자연스레 통성명을 하고 생고기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건배를 하고 잔을 내려놓는 순간 그분이 바로 옆에 있던 친구에게 술잔을 돌리더군요.
평소에 자주 술자리를 함께 했었는지 아무렇지 않은 듯 술잔을 받아든 친구 원샷을 하더니 다시 왔던 곳으로 잔을 돌리더군요.


사라지지 않는 음주문화 술잔 돌리기

평소 내가 잔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친구는 나와 단둘이 마실 때는 잔을 돌리지 않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한 사람씩 잔을 돌리기 시작한 술잔이 내게로 오기 직전까지 고민이 되더군요.
친구 같으면 바로 단박에 거절할텐데 윗사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망설여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술잔이 내게로 왔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한 잔 받으시죠..."
건너편 앉아있는 내게 술잔을 권하는 그분...
분위기상 한 잔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받아 원샷을 하고 잔을 바로 돌려 드렸습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있었던 여담을 나누느라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또 다시 술잔이 돌아왔을 때 조심스럽게 이제 그만하겠다며 거절을 했습니다.
그러자 순간 얼굴빛이 달라지던 그분 ....자존심이 심하게 상한 듯 탁자에 술잔을 내려놓더군요.
"대신 제가 한 잔 따라 올리겠습니다..."
그러자 그분 냉랭하게 거절을 하더니 다른 사람에게 잔을 돌리더군요.
순간 처음부터 잔을 돌리는 것을 거부할껄 하는 후회가 되더군요.

보다 못해 옆에 있던 친구가 한 마디 거들더군요.
"저 친구는 원래 술잔 돌리기 안하는 친구예요...이해하세요..."
"에이...그래도 잔은 돌려야 맛이지...남을 의심하는 것도 아니고..."
그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 평생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 술자리에서 꼭 술잔을 돌린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문득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동생 생각이 났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회식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는 현장 소장님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워낙 술이 약한데다 폭탄주로 돌리는 술잔을 마다하지 못해 결국 떡실신해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그 후 술자리에서 술잔 돌리기 열외 대상자가 되었지만 소장이 바뀔 때 마다 술잔 돌리는 것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합니다.

건전한 음주문화 술잔 안돌리기 부터....

워낙 오래전 부터 내려오던 음주문화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술잔 돌리기...
자신의 양껏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는 서양의 자작문화처럼 우리의 음주문화도 빨리 바뀌어야 겠습니다.
간염이나 전염병 감염과 같은 위생상의 문제도 그렇거니와 술잔 돌리기로 인한 과음 또한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음주문화 술잔 돌리기......
이제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