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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 친구와 코피 터지게 싸운 이유는?

2011. 12. 25. 12:09세상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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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면 생각나는 건 뭐?

성탄절 아침인 오늘은 일요일 가족과 함께 조용히 지내고 있다.

어젯밤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치킨을 시켜놓고 TV에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예전 어릴 적 TV가 없을 때는 가설 극장이나 성탄 전야에 성당에서 보여주던 영화가 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는데 <벤허>.<퀘바디스>,<십계> 같은 영화를 보면서 가슴 졸이던 초등학교 시절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한창 새마을 사업이 진행되던 그때 전기가 들어오고 초가 지붕을 걷고 지금은 석면가루 때문에 사라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하던 그때 유일한 문화시설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성당이었다.
그런데 평소에는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다가 꼭 성탄절 무렵에만 성당에 오는 친구들 때문에 다툼이 자주 일어나곤 했다.


성탄절에만 성당에 가는 친구들 왜...

그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성탄절 전야에 성당에서 맛있는 빵과 사탕을 나누어 주고 영화를 상영한다는 이야기에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두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평소에는 넉넉해 보이던 성당이 이날 만큼은 동네 사람들로 가득찼는데....
평소에는 성당에 얼씬도 하지 않던 나는 친구와 함께 성당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성당으로 가려면 또 다른 친구집 뒷쪽 언덕길을 올라야 했는데 성당 입구를 들어서려 할 때 갑자기 같은반 친구와 친구 형이 앞을 가로 막았다.

"너희들 지금 어디 가니?"
"성당에 가는데 왜?"
"평소에 성당에 다니지 않는 놈들이 왜 성탄절에만 왜 성당엘 오는데.."
순간 말문이 콱 막혀버렸다.
친구 녀석이 하는 말이 사실이기 때문에 가슴이 찔려 버린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던 00 녀석이 화가 난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성당에 다니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녀볼라고 그런다 왜?"
"흥...또 거짓말 하고 있네...해마다 성당에서 주는 빵과 사탕이 탐나고 영화를 보고 싶어서 그러겠지..."
그러면서 길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자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친구를 밀고 들어가던 00를 옆에 있던 형이 가로 막았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뒤엉켜 싸움이 시작되었고 소란스런 소리에 성당에 있던 사람들이 튀쳐 나왔다.
잠시 후 싸움이 진정되고 난 후 00를 보는데 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친구 형도 00에게 물린 듯 팔에 이빨 자국이 선명했는데 서로 분한 듯 씩씩 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영화" 십계"

한바탕 소요가 끝난 후 신부님의 말씀이 끝나고 빵과 사탕을 나누어 주셨다.
코피 때문에 헝겊으로 코를 막은 친구는 달콤한 빵과 사탕에 아픔이 눈녹듯 사라진 듯 얼굴이 환했다.
그리고 잠시 후 보았던 영화 십계는 지금도 잊지 못할 영화로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특히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장면을 보면서 동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때 모세 역으로 열연했던 찰턴 헤스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는데 2008년 84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가슴 아팠다.

그때 성당을 가로 막던 친구와 코피가 터졌던 친구도 지금은 소식을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성탄절 아침 그 친구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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