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고속도로 차량 역주행

2011. 11. 29. 06:00사진 속 세상풍경

벌써 2011년 12월이 목전입니다.
2011년도 예년처럼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던 한 해 였는데 좋은 기억 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그중 가장 악몽 같은 기억은 아마도 7월 22일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 때 터널이 막혀 오도 가도 못하다 결국 고속도로를 역주행 하던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011년 7월 25일 부터 28일 까지 쏟아진 집중 호우로 우면산 산사태와 춘천 소양댐 입구 마을 산사태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나던 바로 전날 아내와 함께 서울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26일 오후 속초를 떠난 지 한 시간 후 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셌습니다.
자동차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틀어도 앞이 보이지 않아 갈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던 비.....
태어나서 그렇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도착해 무사히 일을 마치고 다시 속초로 떠난 시각이 새벽 4시였습니다.
동호대교를 건너 올림픽 대로를 따라 서울 춘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난 후 약 15분이 지났을까 월문 3터널 입구에 차들이 비상등을 켜고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사고인가보다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10분이 지나도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하더군요.
궁금해서 차에서 내려 터널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첫번째 터널을 지나면 바로 터널이 이어져 있는데 터널 입구에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고 멈춰서 있고  터널 오른쪽 산꼭대기에서는 마치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비로소 산사태가 났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흙과 돌들이 터널 입구를 막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맨 앞에 있던 기사님 말로는 지금은 물줄기가 조금 잦아든 것이 이 정도라며 하마터면 그대로 봉변을 당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앞쪽에는 새벽시간에 이동하는 화물차들이 발이 꽁꽁 묶여있습니다.
앞쪽에 고립된 기사는 30분이 지나도록 아무 비상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상한 것은 산사태가 난 후에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제하지 않아 산사태가 난줄 모르고 들어왔던 운전자들은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30여분이 넘어서야 경찰차가 도착했고 경찰 지시하에 모든 차들이 고속도로 역주행을 시작했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 가는 동안에도 영문도 모르고 달려오던 차량들이 놀라 갓길로 비켜서곤 했는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수많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역주행을 하는 모습.....평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내 눈 앞에서 벌어졌습니다.

역주행으로 차량들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로 접어들었는데 이곳도 역시 곳곳이 사태가 나서 도로가 온통 흙탕물로 넘쳤습니다.
평소에 2시간이면 도착하던 길을 이날은 6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운전을 한탓인지 한동안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아내의 말처럼 태어나서 가장 긴밤이었고 가장 악몽같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