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내리고 있는 동해사 법비 직접 맞아 보니...

2010. 11. 10. 23:09여행의 즐거움

양양군 손양면 학포리 동해사에는 매년 10월과 11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불자를 비롯한 일반 사람들도 많이 찾는 이곳은 감로법비가 내려 그 비를 맞으며 소원을 빌기 위함이라고 한다.
법비란 부처님이 감로수로 내리는 비를 일컫는데 이 비는 1992년부터 매년 10월12∼15일 사이 시작돼 11월20∼25일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주변에 다른 나무에서는 볼 수 없고 대웅전 옆 자작나무에서만 비가 내리는 이유를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곤충학자들은 불상위의 자작나무에 붙어있던 수백 마리의 나방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속의 수분과 배설물을 내보내는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비의 양이 워낙 많은데다 24시간 내내 내려 동해사에서는 이 비를 ‘감로법비’라고 부르고 있고 그 비를 맞으며 소원을 빌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감로법비는 창호지에 떨어진 후 20여 초면 얼룩도 남지 않고 흔적이 사라질 뿐 아니라 성지 위를 감싸고 있는 자작나무를 흔들어도 비의 양이 변하지 않아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동해사에서는 동해사 법비 광명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불자가 아닌 나와 아내는 종종 이곳을 찾는다.
처음부터 소원을 빌기 위해 찾은 것은 아니었다.
가을 산행을 즐기거나 양양의 해안가를 드라이브하기 위해 다니다 양양공항 우회도로로 길을 잘못들어 찾아든 것이 바로 동해사였다.
너무나 작고 초라한 곳이었지만 아늑하고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언가에 이끌려 찾아간 그때 마침 법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아들이 수능을 앞두고 있던 터라 아들이 잘되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법비가 내렸는데 나무에서 맺힌 물방울이 떨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가을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주에 동해사를 찾았다.
아내가 운영하는 상가의 경비원 아저씨와 양양으로 사과를 사러 떠난 길이었는데 경비원 아저씨의 부탁으로 잠시 들려가기로 했다.
동해사에 도착하니 부산에서 올라온 버스 한 대가 서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 저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지난 달에 법비 광명식이 열렸던 대웅전에는 아직도 화환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아마도 처음 동해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초라한 사찰의 모습에 적잖이 실망할지도 모른다.


대웅전과 삼성각 사이에는 커다란 자작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이곳이 18년 동안 법비가 내린다는 나무인데 유독 저곳에서만 법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쉬지 않고 비를 뿌린다는 신기한 자작나무...
아내가 소원을 빌려고 뒤에 서있다 갑자기 소리를 쳤다.
"법비를 맞았어요....그것도 한 두 방울도 아니고 계속 내려요..."


법비가 내리는 곳 오른쪽에는 소원을 비는 둥근 돌이 하나 있다.
소원을 빌기 전에는 가볍게 들리는 돌이 소원을 빌고 나면 무거워 들지를 못한다고 한다.
경비 아저씨가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고 있다.


법비를 맞으며 소원을 비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간절하다
소원을 빌며 하늘을 쳐다보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비가 얼굴로 떨어진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쉼없이 법비가 내리고 있다.
주변에 창호지를 깔아놓아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왜 유독 자작나무에서 그것도 10월과 11월 한 달간 쉼없이 비가 내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 하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내리는 동해사 감로법비.....
무엇을 파헤치려는 마음보다 진심을 다해서 믿으라는듯 오늘도 동해사에는 법비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