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도 견딘 새콤달콤한 애기사과

2009. 11. 7. 07:39사진 속 세상풍경

지난 11월 2일 영동지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폭설이 내렸다.
예년보다 49일이나 빨리 내린 폭설 때문에 가을걷이를 끝내지 못한 농민들은 수확하지 못한 배추와 무가 얼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다행히 눈이 내린 후 날이 풀려 모두 녹았지만 곳곳에는 눈 피해를 입은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어제는 양양지역을 돌아보다 낙산사에서 낙산대교를 건너 가평리 마을을 찾았다.
연어가 살고 있는 남대천 하구에 있는 마을인 가평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지만 바다가 가까운 곳에 있어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는 아직 시골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하나 둘 펜션이 생기고 또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날 마을 어귀를 돌아가다 담벼락 근처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열매가 눈에 띄었다.
생전 처음 보는 빨간 열매가 신기해 차를 세웠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는 초입에 입도 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빨간 열매가 신기해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보았다.
이 작고 빨간 열매는 도대체 뭘까?


가까이 가 보니 영락없이 사과를 닮았다.
사과가 왜 이리 작을까?
주변에 있는 마을 아주머니에게 과일의 이름을 물었다.
"작은 사과를 닮아서 애기사과라고도 하고 애기능금이라고도 부른다고 하데요..."


애기사과는 중국 북부 및 시베리아 지방에 자생하는 능금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4월 말에서 5월 초에 흰꽃이 피는데 봉오리는 연분홍색을 띄며 위를 향해 활짝 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봄에 우후죽순처럼 소생하는 나무와 화초보다 폭설과 영하의 기온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애기나무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애기사과는 서리와 눈을 맞으며 대추처럼 쪼글쪼글해질 무렵 따서 술을 담그면 참 좋습니다."
"지금 따 먹으면 안되나요?"
"한 번 따서 먹어봐요.."


애기사과를 따서 한 입 베어 무니 새콤한 맛에 눈이 저절로 감겼다.
하지만 새콤한 맛 뒤에 사과 본연의 맛이 느껴졌다.
속에는 사과씨처럼 작은 씨가 있었는데 그냥 통째로 씹어 먹었다.


마치 커다란 앵두같고 또 작은 사과를 닮은 듯한 애기사과......
열매가 예뻐 분재로도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작은 나무에서 주렁주렁 열린 애기사과를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기사과의 새콤달콤한 맛에 피곤이 싹 가시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