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13. 15:52ㆍ세상 사는 이야기
요즘 큰 아이가 서울로 떠나고 난 후 방이 한 칸 비었다. 썰렁한 아들 방을 치우고 대신 아들이 없는 동안 내 서재로 쓸 요랑이다. 그런데 큰 아들 방을 치우고 작은 아들 방을 치우려고 들어갔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과자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아침 일찍 학교에 갔다가 밤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오는 터에 서로 얼굴보며 대화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늦게 집에 오면서 슈퍼에 들러 사다 먹은 과자 빈통과 샌드가 놓여 있었다. 요며칠 사이 또 군것질이 심해진 듯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중학교 3학년 1학기 까지는 80kg이 나가는 비만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비만은 늘 아이 자신에게도 스트레스였고 아내와 나역시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했다.
작은 아들이 입은 팬티는 형과 내가 입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 따로 팬티를 사주었고 런닝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여러번 시도해봤고 헬스와 줄넘기등 운동도 해보았지만 얼마가지 않아 흐지부지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들의 일기>
그런데 3학년 2학 때 아이가 내게 제안을 하였다. 자신이 10kg을 줄일테니 컴퓨터를 사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형 방에 있던 컴퓨터를 마음대로 하지 못한 녀석이 나름 묘안을 짜낸 것인데 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약속을 했다. 그리고 까맣게 있고 있었는데 어느날 차를 몰고 가다 눈밭을 걸어가고 있는 아들녀석을 발견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 2km가 넘는 학원을 걸어가고 있는 듯 했다. 차를 세우고 어디가냐고 물으니 학원을 가고 있다고 했다. 차를 타라고 했더니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신은 지금 운동중이라는 것이었다.10kg 감량시 컴퓨터를 사준다는 약속을 꼭 지키라는 듯 눈길을 휘휘 저어갔다.내가 모르게 영랑호로 걸어가서 혼자 농구를 하고 또 영랑호를 한 바퀴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끝날 무렵 놀랍게도 아이는 13kg을 감량했다. 약속대로 컴퓨터를 사주었고 아이는 가벼워진 몸이 좋은지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보다 더 빠져 60kg을 유지하고 있다. 비만이었을 때 80kg이었으니 무려 20kg를 감량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를 보며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운동중독증과 군것질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심하게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살이 너무 빠져 걱정인데 그렇게 잘 먹던 고기도 예전처럼 먹지 않고 라면이나 후레이크 과자류를 많이 먹기 시작했다. 군것질이 심해지니 밥맛을 잃어 김밥이나 어묵 떡볶이 순대등 길거리 음식을 자주 먹곤 했다. 거기에 졸린다며 커피믹스 마저 사다놓고 타먹었다. 문제는 한참 활동하는 낮 시간이 아닌 새벽 한 시 까지 군것질을 하다가 잠이 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다른 것도 아닌 식품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것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드는 아이의 건강이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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